드라마

청춘시대2 - 하나의 고비를 넘기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까칠부 2017. 10. 8. 10:48

사람이 걷는다는 것은 힘껏 지금 딛고 있는 자리를 뒤로 밀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확실하게 지금 선 자리를 딛고서 뒤로 밀어야 몸도 앞으로 간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허공을 딛고 나가려 하다가는 넘어지기 십상이다. 무언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다면 잠시 멈춰서더라도, 혹은 조금 뒤로 물러서더라도 확실하게 치우고 걸음도 내딛어야 문제없이 똑바로 올곧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송지원(박은빈 분)은 무려 13년만에 자신을 옭매고 짓누르고 있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오로지 한 가지 진실을 바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3년 전 자신이 외면했던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두려움없이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의심은 있었다.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것은 이미 어떤 용서도 이해도 구할 수 없게 된 옛친구 때문이었다. 그때 자신은 도망쳤고 고개돌려 외면한 채 숨어 있었다. 그동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용서도 이해도 구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을 뿐이다. 그랬기에 지금껏 감춰져 있던 새로운 진실이 그녀의 진실을 세상에 입증해주고 있었다. 처음도 아니었고 한 번도 아니었다.


첫사랑이고 첫이별이었기에 헤어짐은 아팠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유은재(지우 분)도 새로운 인연과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시작도 못한 상태지만 그래도 전보다 더 홀가분하고 자유롭다. 아직 모든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인정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로부터 비롯된 안정과 여유를 조금만 애정과 관심이 있어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인연은 이미 그녀의 곁에 있다. 그녀의 마음에 안정과 여유가 커질수록 그는 조금씩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그들의 사이를 허락한다면. 그러고보면 임성민(손승원 분)의 인내와 기다림도 참 남달랐다.


이제 겨우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친구를 군대로 떠나보냈다. 아주 오랜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해가고 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서러운 울음이 터져나온다. 아픈 줄 알았지면 너무나 아픈데도 다시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내고 있다. 혹은 헤어지더라도, 그래서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 순간 그들은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면서도 떠나보내고, 사랑하기에 그리워하며 울기도 하고, 사랑하기에 아파하며 견디기도 한다. 그렇게 새로 써가는 그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색깔일까? 수도없이 부딪히고 멍들고 찢기며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특권처럼 내일을 만들어간다.


어른이었다. 그래서 강이나(류화영 분)가 벨에포크를 나간 이유였다. 그녀는 이미 어른이었다. 사회인이었다. 세상의 한가운데 있었다. 나이는 더 많지만 어쩌면 윤진명(한예리 분)은 아직 세상과 홀로 마주서 본 적이 없었다. 병든 동생을 탓하며 자기에게만 의지하면 어머니를 원망도 해보았지만 그마저도 결국 응석이고 핑계였음을 스스로 깨달은 바 있었다. 아무에게도 탓을 돌리지 못하고 핑계로 도망치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다. 어느새 자신은 누군가의 삶을 결정할 수도 있고 그에 대해 책임도 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정확히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누구도 그만큼 크고 중요한 역할을 윤진명에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강해 보이는 만큼 더 여리고 더 순수한 성숙하지 못한 아이같은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 윤진명이었다.


지난 회차에서 혈육에 대해서까지 냉정하고 계산적인 자신의 가족들과 만난 것과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시누이감이 셋이라는 점에서 허들은 상당히 높지만, 더구나 자신이 주장해서 관철한 남자친구의 스타일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꽤나 곤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러나 만난 순간부터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은 분명 정예은(한승연 분)의 가족과 정 반대인 모습이었다. 정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결국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까지 관여하고 간섭하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일정한 선을 지켜서 존중할 것은 종중해 줄 것인가. 사실 이건 남자가 하기 나름이다. 이번에는 남자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일까?


의외로 송지원의 이야기는 더 복잡하지 않게 지나치지 않도록 간략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소홀히 끝냈다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갈등하고 의심하고 그래서 위기에도 몰리고 그럼에도 진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판결과는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송지원 자신이다. 송지원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송지원 자신에게 그것을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인가.


또 시즌2가 끝났다. 가벼운 듯 디테일하고 묵직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한 번 씩 남다른 특별한 이야기들과 어울린다. 또 한 걸음 성장하고 그리고 마치 자궁처럼 그녀들도 벨에포크로부터 나오게 될 그 날을 앞두게 되었다. 아주 먼 신화와 같은 이야기다. 아직 인간이 태어나기 전과 같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많다. 시작도 않은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먼 훗날 그것들은 추억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새로운 시즌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