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사기꾼 만화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아마 박봉성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법밖에서 사기꾼들이 대신 해결한다. 법밖에서 오히려 법을 마음대로 이용하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기꾼들을 같은 사기의 방식을 이용해 철저히 농락하고 파멸시킨다. 현실의 수많은 사기피해자들을 대신해서 법마저 우습게 여기는 사기꾼들을 응징하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사실 그리 적절한 소재는 아니다. 보험사기의 일차피해자는 어디까지나 기업인 보험사다. 어차피 대부분 일반 대중들에게 보험사가 주는 이미지 또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최대한 손해를 줄이고자 하는 행동이 가입자인 대중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때로는 법 밖에서 사기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가입자를 속이고 그들의 이익을 갈취하는 경우마저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보험사를 위해서 보험사의 이익을 지키고자 보험사기꾼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시청자인 대중들에게 직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보험사가 손해를 보지 않았으니 잘되었다. 보험사가 이익을 지킬 수 있게 되었느니 참 다행이다. 그러니 매드독이 참 대단한 일을 했다.
그래서 매드독의 팀장 최강우(유지태 분)의 가족 이야기가 구구하게 절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최강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한 것이다. 아내와 아들을 죽게 만든 - 그러나 법이 잡아 처벌하지 못한 범인을 잡아 그 억울한 죽음의 한을 풀고자 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리 없으니 죽은 사람의 제단에 올리는 한바탕의 푸닥거리다.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잡고 그들을 응징함으로써 비로소 죽은 사람을 위한 도리를 다할 수 있다. 하필 에피소드들도 가족과 관련한 것이다. 부실공사로 무너진 건물에서 사고를 당해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아내와 그리고 임신한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신입조사원처럼. 그렇게 기업을 위한 보험조사원과 어쩌면 그와는 적대적일 수 있는 대중 개인의 접점을 만든다. 단순히 기업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기꾼을 잡는 것이 아닌 나와 가족을 위한 범죄자를 잡는 것이다.
확실히 유지태는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굳이 인상을 쓰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관록에서 우러난 여유같은 것이 느껴진다. 류화영(장하리 역)은 한동안 포탈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랐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시대2'에서 운전을 못했던 것은 보험조사원인 사실을 감추기 위한 페이크였을까. 앳띤 얼굴에 도발적일 정도로 섹시하다. 이밖에 조재윤(이순정 역)과 김혜성(온누리 역)의 역할분담에 그 대단한 최강우마저 농락해버린 사기꾼 김민준(우도환 분)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긴다. 혼자 힘으로 - 물론 사전에 먼저 매드독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들에 대한 조사를 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 철저히 매드독을 농락하고 따돌린 뒤 매드독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대신해 버렸다.
누가 악역인가는 한 눈에 보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재벌이 연관된다. 일개 보험조사원이 재벌회장과 사적으로 만나고 그 딸인 전무의 이름까지 부른다. 판타지도 이만한 판타지가 없다. 그런데 또 통속드라마는 그래야 다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만큼 대단한 남자다. 그 정도 대단한 남자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복수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 소소한 개인의 억울함이나 곤란한 사정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역시 보편의 정의보다는 개인의 인정에 더 쉽게 이끌리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누군가 세상에 자신과 같은, 혹은 자신들의 사정에 공감하며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믿고 싶어진다. 다양한 재능과 개성과 무엇보다 매력이 군상을 이룬다. 이들이 우리를 돕는 우리편이다. 물론 로맨스도 빠지지 않는다.
공중파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전문적인 소재의 드라마다. 상당히 대중과 타협한 흔적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당히 와일드한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듯한 장면들도 상당히 보인다. 더구나 드문 성인취향의, 특히 남성취향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설레고 긴장되고 그리고 마침내는 통쾌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어차피 법이 개인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불법도 때로 정의가 될 수 있다. 단 2회만에 벌써 매료되고 만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녀의 법정 - 눈물의 이유, 사람이 변하던가요? (0) | 2017.10.18 |
---|---|
변혁의 사랑 - 뻔하고 흔한, 그리고 쉽고 익숙한 사랑이야기 (0) | 2017.10.16 |
마녀의 법정 - 비상의 상황과 비상의 수단, 마녀가 필요한 이유 (0) | 2017.10.11 |
마녀의 법정 - 적폐청산도 유행일까? (0) | 2017.10.10 |
청춘시대2 - 하나의 고비를 넘기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0) | 2017.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