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녀의 법정 - 선과 정의, 여진욱이 검사가 된 이유

까칠부 2017. 10. 24. 06:42

이런 식으로 악연으로 엮이는 거였구나. 아니 정확히 마이듬(정려원 분)이 어머니를 찾는 단서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설마 여진욱(윤현민 분)의 어머니 고재숙(전미선 분)이 마이듬의 어머니 곽영실(이일화 분)을 가둔 정신병원 의사였다니. 그래서 조갑수(전광렬 분)와 그 비서 백상호(허성태 분)가 마이듬과 여진욱의 부모가 누구인가를 알고 그토록 놀랐던 것이었던 모양이다.


아동성범죄의 수사 및 재판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지 꽤 되었었다. 정말 오래되었었다. 덕분에 그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기도 했었다. 최대한 피해자에게 더이상의 2차피해가 없도록. 피해자가 더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그럼에도 여전히 성범죄 재판은 아동이나 성인이나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나마 가해사실을 법정에서 인정받는다 할지라도 양형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으니 감형, 초범이니까 또 감형,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을 친족이고 술을 마셨으니 감형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관리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도 문제다. 실제 성범죄를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아 전자발찌까지 찬 상태에서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란 원래 분노다. 선과 정의가 다른 이유다. 선은 연민이고 동정이다. 그래서 힘없고 약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향한다. 반면 정의는 인간의 양심과 상식을 벗어난 행위나 대상에게로 향한다. 여진욱이 검사가 된 이유다. 아름을 지켜야겠다는 연민보다는 그런 아름을 지켜주지 못한 현실에 더 분노한다. 법은 너무나 무력해서 법정에서도 피해자인 아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고 유죄가 인정된 뒤에도 가해자를 더 엄격하게 처벌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피해자인 아름이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보다 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자기가 하겠다. 그저 선하기만 했다면 아름의 주위를 맴돌며 그 가족을 돌봤겠지만 분노할 수 있었기에 피해자를 위해서 가해자를 더 엄격하게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검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사실 이건 초동수사의 문제이기도 했다. 아름의 어머니가 최현태를 죽이려다가 오히려 칼에 맞고 중태에 빠졌다는데 정작 의사에게 그냥 묻기만 해도 들을 수 있었을 수면제복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수면제를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복용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살해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더구나 최현태에게 먹이려 했다는 수면제와의 비교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하긴 대부분의 추리물들이 그렇다. 탐정이 추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무능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수사조차 경찰이 하지 못하므로 탐정의 직관과 추리에 의존해야만 한다. 물론 아름이 처음부터 자기가 찔렀다며 자수한 탓에 수사에 혼선이 온 탓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살인, 혹은 살인미수사건의 수사를 용의자의 자백에만 의존해 하고 있었는가. 그것이 과연 타당하기는 한가.


이번 회차는 마이듬이 아닌 여진욱을 위한 것이었다. 여진욱이 왜 검사가 되려 했는가. 그리고 검사로서 여진욱은 어떤 인물인가. 추리부터 단서를 찾는 과정까지 여진욱이 거의 주도한다. 그리고 여진욱과 마이듬의 서로가 알지 못하는 악연이 드러난다. 서로의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그 악연은 비극으로 발전한다. 마이듬의 주위를 조갑수가 맴돌고 있다. 이미 마이듬의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현태를 체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단서를 -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조갑수를 통해 전해받은 정보보다 여진욱이 건넨 위치추적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납치당한 상황에 우연이든 의도한 것이든 그 위치가 최현태를 쫓던 마이듬과 여진욱에게 전달된다.


하필 조갑수와 시장선거에서 경쟁하는 상대후보들이 하나같이 여진욱과 마이듬이 담당하는 사건과 연루되려는 듯하다. 분명 마이듬에게 조갑수는 어머니를 납치감금한 원수일 테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수사가 조갑수의 시장당선에 도움을 주는 듯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철저히 마이듬을 이용하려는 조갑수의 집요함과 악랄함이 더 두드러지게 된다. 과연 마이듬은 언제 진실을 알게 될까. 악연과 원한은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