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뱅크 - 그런데 앨범판매는 왜 들어가는 거지?

물론 예전에는 그런 게 있었다. 좋은 타이틀곡 하나 있으면 그거 들으려고 앨범 사고. 즉 곡 하나가 앨범 값 - 테이프면 5천원, 시디면 1만 원이었던 것이다. 그런 때라면 앨범판매량이 데이터에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러나 이제는 앨범 하나 내고 나면 최소 두 개는 기본으로 활동하잖아?

 

더구나 그렇게 후속곡 활동한다고 앨범이 더 나가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앨범으로 사서 듣는 시대가 아니다. 휴대용 CD플레이어 자체가 이제는 안 팔린다. 거의 MP3로 듣고, 앨범도 MP3로 다운받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후속곡이 좋으면 음원으로 다운로드받지 누가 CD씩이나 사서 듣나?

 

한 앨범에서 노래 두 개 따로 차례로 활동하는데 어느 하나에만 앨범점수가 붙고... 이제는 더 이상 노래 하나 듣자고 앨범 사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싱글이라는 게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싱글 대신 앨범을 샀지만 이제는 싱글도 많기에 굳이 노래 하나 들으려 앨범을 사지는 않는다. 앨범 그 자체를 들으려 산다. 아니면 팬덤이 자기 좋아하는 연예인 후원하는 의미에서 사거나. 그런데 그런 앨범판매를 특정 노래 하나에만 갖다 붙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앨범이 싱글도 아니고.

 

그래서 빌보드에서도 앨범차트와 싱글차트는 따로다. 앨범과 싱글은 별개라는 것이다. 앨범이 좋아 앨범을 구매하는 것과 싱글 곡이 좋아 싱글을 선호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다. 마찬가지로 노래 루팡이 좋아 음원을 다운로드받는 것과 앨범 루팡이 좋아 앨범을 구입하는 것도 별개다. 나의 경우만도 앨범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가 단 하나만 있어도 앨범을 사지 않는다. MP3로 싱글로 다운로드받고 말지.

 

어차피 현재 앨범을 구입하는 계층은 팬덤 뿐이라는 거다. 이제 팬덤 말고는 앨범을 사는 사람이란 거의 드물다. 그래서 앨범판매도 거의 초동에 집중된다. 초동 나가고 나면 그로부터는 앨범판매란 거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말고. 과연 그것은 노래가 좋아서인가? 가수가 좋아서인가? 아직 방송활동을 하기도 전부터 초동으로 소모되는 앨범이란. 그런데 과연 그같은 앨범판매를 인기순위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

 

앨범은 앨범으로 따로 나누어 봐야 하는 것이다. 앨범은 싱글이 아니다. 앨범이 싱글 하나 듣자고 사는 게 아니라는 거다. 앨범은 앨범을 듣자는 거다. 그래서 앨범이다. 싱글은 싱글일 뿐이다. 과연 앨범판매량이 싱글의 순위에까지 영향을 주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음악순위프로그램 자체에 별 관심이 없어서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아무렇게나 순위를 매기고 있겠거니. 그런데 가만 살펴보니 이게 보통 모순이 아니다. 어떻게 앨범판매량이 싱글의 인기순위에 영향을 주나? 싱글곡 하나 인기 있다고 앨범이 더 팔리는 것도 아닐 텐데, 싱글의 인기순위와 앨범판매량이라니. 설마 앨범판매량으로 가수의 대중적 인기 - 즉 팬덤의 힘이라도 보자는 것일까?

 

참 불합리하다. 이미 각 음원사이트에서 음원에 대한 선호도를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종합해 매기고 있다. 방송회수라는 것도 존재한다. 얼마나 많이 방송을 탔는가는 특히 라디오의 경우 그 노래가 얼마나 대중에게 선호되고 있는가 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여기에 투표인단에 의한 선호도 투표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앨범이 들어가야 할 이유란 무엇인가.

 

차라리 각 음악사이트에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회수를 자체적으로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만 못하다. 단순히 순위만 가지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다운로드한 회수와 스트리밍 회수를 자체적으로 종합하는 것이다. 여기에 방송회수. 선호도투표도 불특정다수의 투표인단을 선정하는 등 공정성을 기하고. 앨범이야 앨범 듣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빼거나. 앨범판매순위로.

 

하긴 그나마 무슨 기준인지도 모르는 인기가요냐 엠카운트다운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가장 나은 것은 아예 순위 자체를 매기지 않는 MBC의 음악중심. 자체적인 순위는 아니더라도 이 경우도 방송회수나 음원순위 같은 것을 살짝 소개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이렇게 다르다. 관심이 있고 없고도 다르고. 뮤직뱅크 순위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 여겼는데. 아무튼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다. 도대체 담당PD는 뭔 생각일까? 앨범판매량과 싱글의 인기순위라니. 한심할 뿐. 차라리 행사섭외를 순위에 넣어라. 그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