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티아라는 아이돌의 새로운 유형을 열 것인가...?

까칠부 2010. 3. 4. 09:46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야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엄밀히 구분해 보지만 과연 대중은 그런가? 나는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철저히 구분하기에 아이돌에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기대하거나 하지 않지만 대중은 아이돌에게도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요구하거나 하지 않던가.

 

내가 이번 티아라의 컨셉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은 티아라가 아이돌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돌에게 있어 섹시컨셉이란 거의 막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섹시컨셉으로는 더 이상 갈 곳 없이 섹시컨셉만을 계속해 강화시켜야 하는 벼랑으로 이어지는 외길로 들어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티아라가 아이돌로서가 아니게 된다면 그래도 그렇게 될까?

 

아티스트와 아이돌의 차이는 음악을 파는가, 혹은 자신을 파는가로 나뉜다 할 수 있다. 아티스트에게 음악이 상품이라면 아이돌에게는 자신이 상품이다. 원래는 아티스트가 음악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며 가치를 함께 높여가야 하겠지만, 아예 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아이돌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와 가치를 높이고자 음악을 함께 들려 내보내는 것이 아이돌이다. 따라서 아이돌에게는 음악이 얼마나 좋은가보다 그 음악이 얼마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 마디로 컨셉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섹시컨셉이 자칫 아이돌의 막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다.

 

반면 아티스트의 경우는 음악을 파는 것이기에 그같은 변신에 대해 상당히 자유롭다. 어제는 락을 하다가도 오늘은 재즈를 해 볼 수도 있고, 내일은 라틴음악에 도전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음악에 따라 자신을 자유자재로 변신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관용이 있다. 너무 크게 확 바뀌면 그것도 곤란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컨셉을 소화시키는 것도 아티스트의 역량이 되기도 한다.

 

즉 티아라가 어떠한 이미지로서의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대우받을 경우 티아라가 섹시컨셉에서 다시 큐티컨셉으로, 청순컨셉으로 전환하는데 약간의 부대낌은 있어도 크게 거리낌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너때문에 미쳐"로 섹시컨셉으로, 그리고 다음 앨범에서는 또다른 스타일의 음악으로 큐티나 청순컨셉을, 그리도 대중은 그것을 티아라가 하는 음악으로 여기기 때문에 별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급속도로 연예인에 대한 기믹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너무 많이들 까발린다. 너무 많이들 망가지고 무너지고. 연예인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고 있다. 아이돌에 대한 환상도 마찬가지다. 아이돌이란 이런 것이다... 특히나 삼촌팬들이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현실적인 성향이 강한 성인 이상의 팬들에게 있어 아이돌이란 환상은 상당히 약하지 않겠는가. 언젠가 말한 것처럼 무대 위의 컨셉과 무대 뒤의 자신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면 티아라와 티아라의 컨셉을 구별해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워낙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돌에 대해서도 아티스트적인 요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 대중음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이돌인 것이고. 그렇다면 아이돌에 대한 그같은 아티스트로서의 요구가 아이돌에 대해 어떤 아티스트로서의 대우로까지 이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아이돌에 대한 기믹에 익숙지 않은 새로운 팬층에게는 어차피 어느쪽이든 상관없을 테니 조금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 티아라의 변신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돌의 공식, 섹시컨셉은 아이돌의 끝이라고 하는 것이 이번에도 적용될 것인가. 아니면 변화된 제반여건과 환경에 의해 또다른 공식을 만들어가게 될 것인가. 아이돌과 아이돌의 컨셉을 분리하여, 아이돌을 마치 아티스트처럼 소비하는. 만일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아이돌이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이돌문화의 진화다.

 

한 번 곰곰히 지켜 볼 일이다. 이번 "너때문에 미쳐"에 이은 티아라의 신곡을. 그리고 신곡에서의 컨셉의 변화를. 그리고 그러한 신곡과 컨셉의 변화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아마 그것은 앞으로 한국 쇼비즈니스에서의 아이돌의 위상과 역할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모르모트다. 먼저 가장 빨리 섹시컨셉을 꺼냈기에 어쩔 수 없이 다음 컨셉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아무튼 코어콘텐츠미디어의 김광수 사장이 단지 티아라를 단기간에 뽕을 뽑으려 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에 맞는 새로운 전략으로 또다른 가능성을 개척하려 하는 것인가. 상식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인가. 주목할 부분이라 하겠다. 어떨 것인가. 개인적으로 후자이기를 바라지만. 과연... 요주의 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