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혜나(허율 분)가 차수진(이보영 분)을 엄마라 부르며 따르는 것이 단순히 생모와 동거남의 학대로부터 구해주었기 때문이었을까? 갈 곳 없이 생모와 동거남의 학대를 감당해야 했던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함께 도망가자 해주었기에 그저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따르는 것 뿐이었을까?
오히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혜나가 엄마로서 차수진에게 기대는 것보다 차수진이 딸인 혜나를 더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듯하다. 이번에는 딸들의 이야기다. 그동안 엄마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런 엄마를 지키려 하는 딸들의 이야기다. 차수진에게는 혜나가 필요하다. 친엄마인 자영(고성희 분)보다 더 혜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차수진도 친엄마인 홍희(남기애 분)에게 자기가 있어서 불행하고 힘들었는가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기가 친엄마의 곁을 떠나 있는 것이 옳다.
의외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더 깊이 생각할 줄 안다. 누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자기를 필요로 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자신이 있어야 하는지. 무엇보다 간절히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는지. 자기를 사랑할 사람인지. 그래서 그 사람에게 자기가 필요한지. 혜나도 그래서 차수진이 그렇게 반대하는데도 혼자가 되어 외로울 차수진의 친엄마 홍희에게 여러가지로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혜나가 엄마가 보고 싶냐는 차수진의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딸로써 자신을 길러준 엄마 차영신(이혜영 분)을 지켜야 했고, 한 편으로 아무런 정도 미련도 없다 하지만 또다른 친엄마 홍희도 엄마 차영신으로부터 지켜야 했다. 벌써 그럴 나이가 되었다. 마냥 부모에게 기대 그 보호만을 받는 것이 아닌 이제는 늙고 쇠약해진 엄마를 자신이 지키고 보살펴야 하는 때가 되었다. 그러니까 당장 한국을 떠나야 함에도 엄마 차영신을 위해 한국에 남고, 친엄마 홍희를 위해 혜나와 함께 차영신의 곁을 지킨다. 결국 차영신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홍희가 지금껏 버티며 살 수 있었던 것도, 무엇보다 이제부터 차영신이 더 오랫동안 살고자 욕심을 내게 된 것도 모두 자신의 딸 수진과 그녀의 딸 혜나 때문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지키고 기르고 자식이 다시 부모를 지키며 위로한다.
어쩌면 혜나의 생모 자영에게 결여된 것이 그것인지도 모르겠다. 동거남 설악(손석구 분)에게만 기댔지 딸 혜나에게 기대려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너무 어렸으니까. 너무 작고 약했으니까. 세상은 그녀 혼자서 버티며 살아가기엔 너무 가혹하고 힘들었으니까. 어느날 무심코 혜나의 존재를 떠올릴 때야 뒤늦게 깨닫게 될 지도 모르겠다. 혜나에게 엄마인 자신이 필요했던 것처럼 엄마인 자신에게도 딸 혜나가 필요했다. 아니 이미 혜나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것을 알면서도 차라리 그것이 혜나를 위해 낫겠다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혜나에게 자기 아닌 다른 누군가가 곁에서 지켜주고 보살필 수 있기를. 자신은 그럴 수 없었으니.
수진의 친엄마가 수진을 버린 이유는 굳이 듣지 않아도 어렴풋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첫회 수진이 어렸을 적 어떤 남자로부터 학대당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수진을 버린 다음날 살인죄로 자수했고 동거남을 살해한 죄로 6년의 징역을 살고 나왔었다. 하지만 자식에게 짐이 될 자신의 부정적인 진실을 전하지 않으려 한다. 차라리 이대로 그저 자신을 원망하며 아무일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차영신도 한 번에 그 진실을 꿰뚫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동병상련의 정으로 끝내 수진에게 설득당하도록 만들고 만다.
단 한 사람 믿고 기댈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어쩌면 그래서 진홍(이재윤 분)이 차수진에게 다가서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홍희가 아니더라도 수진에게 영신이 있었던 것처럼 혜나가 아니더라도 그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다. 원작을 보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혜나는 생각보다 훨씬 강인하고 그렇기 때문에 전혀 뜻밖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마냥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위험하다. 설악이 차수진의 존재를 알아챘다. 동생 현진(고보결 분) 역시 혜나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설악이 차수진의 뒤를 쫓는다. 현진이 알게 된 진실이 차수진과 혜나를 다그친다. 현실로 돌아갈까? 아니면 꿈으로 끝날까? 그런 가운데 수진과 혜나의 일상은 어찌되었거나 한가롭다.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스티 - 진실없는 의심과 믿음, 옭죄어 오는 위기 (0) | 2018.02.18 |
---|---|
미스티 - 의심에 대한 믿음은 진실이 필요치 않다 (0) | 2018.02.17 |
미스티 - 성공이라는 누명, 고혜란을 옭죄는 서러움 (0) | 2018.02.11 |
미스티 - 나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0) | 2018.02.10 |
미스티 - 욕망과 욕정, 성공과 승리를 쫓는 복마전 (0) | 2018.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