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했을 것이다. 법이 너무 엄하면 오히려 백성은 그 법을 벗어날 방법만 궁리하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현장과 항상 맞닥뜨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원칙만 강요해서야 결국 살아남기 위해 그 원칙부터 어겨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그를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었으면 굳이 신입인 순경시보가 감찰에서 거짓말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어쩌면 경찰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주변들일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들이 일어나는 현장들이다. 누군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누군가는 잠시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싸움이 붙고, 누군가는 정신을 잃고 헤매 다니는. 그래서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격리되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경찰의 존재를 필요로 하게 된다. 돈이 없거나, 권력이 없거나, 아니면 인간으로 당연히 가져야 할 양심이 없거나. 인간의, 바로 이 사회의 가장 어둡고 추한 모습을 항상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명감으로 그런 사람들을, 그런 사람들이 사는 이 사회를 지키고자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강함일까.
그래도 한 가지 보람을 얻었다. 자살하려는 학생을 살렸고, 자칫 범죄자 엄마가 될 뻔한 것을 구함받았다. 음주운전을 봐주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지만 덕분에 겨우 임신사실을 알게 된 한 엄마와 그 남편을 구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럼에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멋대로 술먹고 사고치고 그래서 아내를 위험에 빠뜨린 주제에 경찰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 하긴 그런 인간의 나약함과 비겁함이 경찰을 더욱 간절히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겠지만. 차라리 피해자에게 맞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다.
또 한 사람의 죽음과 마주하고, 혹은 다른 사람의 싸움에 말려들어 다치며, 그런 가운데 문득 스치고 지나간 용의자의 얼굴을 떠올린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싸우고 서로 화해하며 그래서 그들은 동료이기도 하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단지 일상적이지 않은 환경에 있는 경찰의 일상이라는 것이 특별할 뿐. 때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도 하고 못된 말도 하고 그것을 미안해 하기도 한다. 참 산다는 게 고단하다. 어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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