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뒤는 지난 과거이고, 한 걸음 앞은 앞으로의 미래다. 그 사이 아주 짧은 찰라에 현재가 있다. 과거로부터 오고 미래로 나가는 그 중간의 갈림길에 항상 우리는 서 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과거는 어디로 나를 떠밀고 미래는 무엇으로 나를 이끌 것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기가 서 있는 곳은 지금 여기 이곳 현재일 터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았다. 한 달 뒤면 죽는다. 고작 한 달을 함께하고 그리고 영영 헤어져야 한다. 지나온 과거의 기억들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다.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까. 과거 자기가 저지른 잘못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지금 여기 한 여자로서 안순진(김선아 분)을 사랑하는 손무한(감우성 분) 자신이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은 것을 알았다.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남은 시간을 견뎌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를 사랑하기에 함께하기로 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내일보다 그 사람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지금을 선택한다. 그리고 과거의 일들이 족쇄처럼 그녀를 시험하려 한다.
안순진의 딸이 죽은 이유가 밝혀졌다. 백지민(박시연 분)도 알았다. 하긴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안순진의 남편과 바람을 피고 소송까지 해가며 이혼하게 만들었다. 원래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런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합리로써 계량할 수 있으면 굳이 감정을 이성과 따로 분리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 그랬고 어째서 그래야 했는지 논리로써 따지기 전에 먼저 행동부터 하게 된다. 사랑하니까 함께 있고 싶고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고 누구에게서라도 빼앗고 싶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지금 이 순간만은 함께 있고 싶다. 하필 그래서 안순진의 딸을 죽게 만든 과자의 광고를 만들고 증언까지 거부했던 당사자가 그녀가 사랑하는 손무한 그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그런 점에서 만화 '타짜'에서 작가 김세영은 사랑에 대해 아주 심오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사랑이란 구라다. 사랑은 이렇다 저렇다 상대를 들었다 놓았다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고 만다. 무엇이 진짜일까?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일까? 그래서 손무한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고작 한 달. 더이상 고민하며 기다릴 여유같은 것은 없다. 결론은 뻔해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과연 인간에게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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