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카라 vs 티아라...

까칠부 2010. 3. 4. 21:39

티아라의 신곡 "너때문에 미쳐"의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보고 처음 떠올린 생각이 그것이었다.

 

"이건 뜬다!"

 

딱 뜨게 만든 음악이고 퍼포먼스였으니까. 컨셉 자체가 딱 뜰만한 컨셉이었다. 단 또 말했듯 거기에는 티아라란 없었다. 거짓말도, TTL도, 보핍보핍도, 처음처럼도, 단지 "너때문에 미쳐"에 맞춰진 티아라가 있었을 뿐. 티아라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반면 카라의 경우는 음원이 공개되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서도 뭔가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이들이 추구하는 게 무언가?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게 무언가? 그리고 엠카운트다운 컴백무대를 보고서야 비로소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아, 카라는 카라구나!"

 

원래 나의 경우 바둑을 두거나 장기를 두거나 게임을 할 때 먼저 방어부터 튼튼히 하는 편이다. 방어를 튼튼히 하고 충분한 준비를 갖춘 다음에야 비로소 싸움에 뛰어든다. 그래서 내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상대가 어찌되었거나 빈틈이 보이면 들이밀고 보는 파이터들이다. 버티면 분명 뒷심으로 이길텐데 한 번 휘말리면 그대로 무너지고 마니.

 

카라와 티아라의 관계가 그렇다. 사실 카라와 티아라는 닮은 부분이 많다. 첫째 데뷔곡이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며 듣보잡 상태에서 시작한 것도 그렇고, 그래서 걸그룹의 정석이란 큐티컨셉을 선택한 것도 그렇다. 당시까지도 거의 듣보잡 상태였던 것도. 티아라 정규 1집과 카라 미니 1집 당시 둘 다 그런 팀이 있었던가 싶은 듣보잡 걸그룹이었다.

 

그러나 카라 미니 1집과 티아라 정규 2집 이후의 두 팀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카라는 미니 1집의 성공 이후 철저히 미니 1집의 성공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컨셉을 준비했다. 마치 전혀 다른 컨셉이던 정규 1집마저도 그 일부로 여겨질 정도로 일관된 컨셉 아래 새로운 음반과 무대를 발표했고 그로써 점차적으로 팬덤을 확장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동안의 카라의 행보는 아이돌의 교과서로 삼고 싶을 정도로 정석적이다.

 

이번의 미니 3집도 따라서 그러한 기존의 카라의 이미지의 연장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끌어안은 상태에서 새로운 변신을 모색한 것이었다. 기존의 카라의 이미지를 끌어안음으로써 이미 형성된 카라에 대한 어떤 기대를 충족시키고, 그러면서 새로운 변신을 통해 신선함과 충격으로 새로운 팬층 및 대중적 지지도를 높인다. 절로 무릎을 칠 만큼 아이돌로서 모범적인 답안이었다. 기존의 카라 위에 새로운 카라를 그린다. 어찌되었거나 카라는 카라다.

 

반면 티아라의 경우는 아예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거짓말과 TTL을 지우고 보핍보핍의 귀여운 이미지를 그리고, 보핍보핍을 지운 위에 다시 처음처럼을 그리고, 이번에는 처음처럼까지 다 지워버린 위에 새로이 너때문에 미쳐를 들고 나왔다. 귀여움이란 걸그룹의 정석과 같은 것이기에 걸그룹의 주류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귀여운 컨셉이 필요했고, 더불어 짧은 시간에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걸그룹의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기에 처음처럼에서 섹시컨셉을 차용했고. 더불어 너때문에 미쳐에서는 소녀시대와 카라의 컴백에 맞춰 그들보다 더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자 더 강렬한 다크한 섹시함을 내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여전히 뽕멜로디가 귀에 들어오지만 강렬한 사운드와 반복적이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내세운 "너때문에 미쳐"를 전면에 내세웠고.

 

말하자면 카라의 - 아니 DSP의 전략을 한 번에 크게 먹기보다는 기존의 구축한 시장을 지키면서 시장을 확장해 나가자는 정석 중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기존에 구축된 이미지가 있는 이상 실패할 가능성도 없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회복하기도 쉽고. 안정적으로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아마 그것은 카라가 미니 1집에서 귀여운 컨셉을 들고 나왔을 때 아직 걸그룹 시장이 무르익기 전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어차피 걸그룹 시장 자체가 작았고,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분발로 걸그룹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카라 역시 자연스레 걸그룹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며 팬덤을 키워왔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굳이 무리해가면서까지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반면 티아라는 카라에 비해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미 걸그룹시장은 포화되었고 새로운 팬덤의 확보도 어려웠다. 아직 이렇다 할 대중적 인지도도 없는 상황에 굳이 지켜야 할 컨셉이나 이미지가 있을 까닭도 없었고. 그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중에 자신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대중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함으로써. 특정한 그룹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하기엔 여건이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러한 두 걸그룹이 처한 상황의 차이가 "루팡"과 "너때문에 미쳐"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기존의 카라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었던 "루팡"과 기존의 티아라의 이미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지 티아라가 불렀을 뿐인 전혀 새로운 컨셉의 "너때문에 미쳐"와. 그리고 "너때문에 미쳐"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티아라의 기존의 이미지나 컨셉과는 상관없이 철저히 트랜드에 맞춘 스타일로 뽑아져 나왔다. 무대 역시.

 

내가 티아라가 어쩌면 카라보다 더 뜰 것이라 본 것도 그래서다. 카라의 변신은 매우 보수적이었다. 매우 놀라운 변신이었지만 근본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카라의 새로운 변신이 줄 수 있는 충격도 따라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티아라의 경우는 그런 제약 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아낌없이 자신들의 신곡에 쏟아부었다. 딱 대중이 좋아할만한 음악과 컨셉과 무대로서. 굳이 기존의 자신을 유지하고자 할 필요 없이 성공할 수 있는 음악과 컨셉과 무대에 올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차이.

 

다만 문제라면 그 다음이다. 카라의 "루팡"은 이제까지의 카라의 연장이다. 따라서 카라에게는 카라로서 "루팡" 이후라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루팡의 연장이든, 루팡과는 또다른 새로운 컨셉으로서든 기존의 팬덤을 만족시킨 이상 안정된 기반 위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티아라도 그런가.

 

즉 지금의 티아라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어떠한 고정된 이미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티아라는 있지만 티아라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라는 것이 없다. 물론 소속사의 지원이 상당하니 쉽사리 티아라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이렇다할 기대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대가 있다면 기대만 충족시키면 되지만 기대가 없다면 따라서 대중으로 하여금 놀라 돌아보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느닷없이 보핍보핍에 처음처럼에 너때문에 미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것처럼.

 

문제는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놀라게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나중 가면 놀라는 것도 식상해진다. 오히려 놀라기만 하던 것이었기에 놀라지 않게 되면 지루해지고 지겨워지게 된다. 과연 언제까지 티아라는 놀라운 변신으로 대중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 바로 그 점이 오늘 오전 티아라는 아이돌의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글의 요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상관없겠지만 아니라면 문제가 남는다. 그렇게 더 이상 놀라게 하지 못하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티아라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너때문에 미쳐"로 활동하고 나서 다시 보핍보핍으로 돌아가 그것을 이미지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짓말도 너무 멀다. 결국에 지금의 "너때문에 미쳐"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지금의 섹시컨셉으로 노릴 수 있는 시장이란 얼마나 될까. 사실 이 부분이 사람들이 티아라의 새로운 컨셉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섹시컨셉은 그만큼 걸그룹에게 있어 효과만큼이나 한계가 뚜렷한 컨셉이니까. 너무 성급하지 않은가 하는 것도 그래서이고.

 

아무튼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카라야 어차피 지금까지 해 온 대로 굳이 무리하지 않고도 기존의 컨셉 위에 새로운 컨셉을 쌓아나갈 것이다. 기존의 팬덤을 만족시키면서 크든 작든 새로운 팬을 만족시켜 끌어안을 것이다. 크게 한 걸음을 내딛기보다는 작지만 여러 거름으로 천천히 안정되데.

 

문제는 티아라다. 지금의 티아라는 무척 불안하다. 과연 이후의 컨셉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이후의 새로운 컨셉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과연 티아라의 변신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티아라의 그같은 변신에 대해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것은 지금 활동하는 걸그룹은 물론 장차 데뷔할 걸그룹을 위해서도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걸그룹의 컨셉이란, 이미지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고 변화시켜나가고 대중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지금까지처럼 섹시컨셉이란 걸그룹의 마지막인가.

 

분명 카라와 티아라는 단순히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기본적으로 다른 점들이 너무 많다. 음악이나 무대나 컨셉이나, 걸그룹으로서의 대중적 위상도 그렇다. 그러나 카라와 티아라라고 하는 걸그룹이 아닌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DSP와 코어콘텐츠미디어라고 하는 기획사를 보고 있자니 뜻밖에 비교할만한 부분이 너무 많다. 닮아서라기보다는 너무 달라서다. 비슷한 조건에서 전혀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는 것이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역시나 장차 걸그룹시장의 흐름과 관련해서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 하겠다. 정석을 따르는 DSP인가. 아니면 변칙적인 파이터 코어콘텐츠미디어일 것인가.

 

티아라의 상승세가 자못 무섭기에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기세를 몰아 탑걸그룹으로 안착할 것인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대로 묻혀 사라지고 말 것인가. 카라야 기존에 하던대로만 계속 한다면 별 문제없이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테지만 과연 티아라는?

 

역시나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그래도 기득권과 쟁취해야 하는 도전자와의 입장의 차이라 할 것이다. 카라와 티아라가 갖는 현실적 위치의 결정적인 차이랄까? 과연 티아라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나와는 별 상관은 없지만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만한 부분이라 하겠다. 어찌되었거나 카라는 카라인 채로 만족하므로.

 

별 쓸데없는 비교지만 느닷없이 한가하므로 한 번 끄적여봤다. 별 의미는 없다. 말 그대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