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확실히 정착된 모양이다. 대도시와는 다르게 지방의 소도시들은 타지사람들에게 무척 낯선 느낌이다. 인구가 적고 외부의 유입이 적은 만큼 고인 물처럼 그 사회만의 문화와 규범들이 마치 외부인을 밀어내는 듯한 그런 느낌마저 받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제는 더구나 지방행정까지 그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선출해서 하게 된다. 그러면 그런 곳에서는 지금 어떤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밀양이라는 소도시에서 끔찍한 집단강간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얼마전에는 신안에서 섬노예가 다시 재조명된 바 있었다. 장애인 소녀를 마을의 어른들이 집단으로 강간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가담하지 않았던 마을사람들까지 단합해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마을에서 내쫓은 사건도 있었다. 지방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역시 그 중심에는 그 지역의 유지들이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토호라 부른다.
그러고보면 아주 오래전 방영된 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유지와 그의 배후에 있는 중앙의 권력, 그리고 그의 손발이 되고 있는 물리적 폭력까지. 실제 지방의 행사를 보면 때로 검경쪽 인사와 폭력조직의 수뇌부가 함께 나란히 참석해 있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알음알음이다. 검경의 인사도 지역의 유지들과 알고 지내고, 폭력조직 역시 지역의 유지와 밀착되어 있다. 대부분 지역의 주민들은 유지들에게 신세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주 좁은 사회다. 그리고 닫힌 사회다. 외부에서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알 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지역사회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같은 대중의 인식과 의식이 자연스럽게 대중문화를 통해 드러난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중문화에서도 무척 흔하다. 심지어 일본 등지에서는 그것을 공포나 스릴러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그같은 폐쇄된 지역사회를 스릴러의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다. 지자체까지 독점한 막강한 지방권력을 상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을 해야만 한다. 아예 지역사회 전체를 적으로 돌려가며 그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크게 존경받는 판사가 그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심지어 주인공마저 그 판사를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있다.
드라마는 솔직히 상당히 유치했다. 대사며 연출도 마치 쌍팔년도의 그것처럼. 오래전 만화방에서 읽던 박봉성의 만화처럼. 박봉성이 세상을 뜬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역시 현대복수물은 박봉성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여기에 캐릭터 연기가 익숙지 않은 것인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도 드라마에 집중하기 어려운 한 이유가 되고 있었다. 그나마 역시 혼자서 마이웨이를 달리는 최민수와 이혜영만이 이번에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준기의 경우는 살을 너무 뺀 것인지 불안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의와 복수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주제만은 한 눈에 들어왔다. 대중드라마다운 통쾌함만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조폭인 외삼촌에 의해 길러졌다. 조폭의 생리에 익숙하고 스스로 싸움도 제법 잘하기도 한다. 복수라는 확실한 동기가 있다. 어머니가 자신의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끔찍한 기억마저 가지고 있다. 그런 한 편으로 코미디같은 주인공 남녀의 관계가 있다. 법보다는 주먹이 먼저 앞서는 과격한 여변호사도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다. 겉으로 보기에 확실히 속물인 봉상필(이준기 분)과 그와 앙숙인 열혈변호사 하재이(서예지 분)의 조합이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낼까. 그리고 과거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진짜 막장인 결말을 예상해 보기도 하지만 설마... 하지만 마음놓아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한국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TV켜놓고 고양이와 놀며 보기에 적당한 드라마였다. 굳이 집중할 필요 없이 자신을 이입할 필요도 없이 철저히 관객이 되어 지켜본다. 연기도 안정을 찾으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말한 과정과 결과에서의 대중의 감정에 봉사하는 통쾌함일 것이다. 부수고 때려누이고 무릎꿇려 응징한다. 나쁜 놈들은 벌을 받는다. 어떤 나쁜 놈도 마침내는 벌을 받게 된다. 당연한 말이어야겠지만.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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