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밀이 밝혀지니 갑자기 평범해진다. 그냥 대기업 부회장과 여비서와의 사랑이야기다. 아직은 남들 모르게 하는 비밀스런 신데렐라 이야기다. 그래도 그동안에는 어찌되었든 대등한 듯 보였다. 이영준이 가진 부와 지위와 명성과 권력은 김미소에게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어느새 대기업 부회장 이영준과 비서 김미소 사이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하긴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이 현실이다. 바로 그런 것을 기대고 드라마를 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영준은 대기업 부회장인 것이다. 그것도 대기업 오너의 아들이기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김미소는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난한 집의, 그것도 고졸이 최종학력인 비서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이고자 한다면 그같은 두 사람 사이의 일방적 관계가 반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차마 밝히지 못할 비밀이 그동안 이영준을 조급하게 간절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모든 사실이 밝혀진 여유가 원래의 자리를 되찾게 한다.
그래서 솔직히 과거 회상이 끝난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졌다. 그냥 동어반복이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들을 통해 질릴 정도로 반복해 보아 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영준과 김미소 두 주인공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그보다 박서준과 박민영이라는 두 주연의 매력은 압도적이다. 그런 맛에 보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예고편을 기대해 본다. 이영준이 직접 김미소를 찾아온 순간부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일상의 코미디들이 펼쳐질까. 그동안의 긴장도 의혹도 모두 사라진 풀어질대로 풀어진 느슨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까.
재미없을 정도로 그동안 조금씩 던져 주었던 단서들을 모조리 다 회수해 버린다. 단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영준은 이성현이었다. 김미소와 함께 납치되었던 것은 다름아닌 이성현이던 이영준이었다. 납치한 범인의 정체는 의외였다. 이영준이 케이블타이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김미소가 거미를 무서워하는 이유까지 밝혀진다. 그럼에도 이성연을 위해 부모와 이영준은 망각과 침묵으로 그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지금 그들의 앞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그냥 전형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로 끝나고 말 것인가. 그저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여자가 잘난 남자 하나 만나서 신분상승하는 이야기로 그치고 말 것인가. 하긴 나도 그래서 로또를 산다. 현실에 아무 기대도 희망도 없다면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김미소는 열심히 살지 않았는가. 이영준의 지나치다 싶은 기대에도 그동안 충실히 응해 왔었다. 예전에도 이영준은 김미소를 위한 기사였다. 어찌되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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