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 너무 많은 연애, 그리고 반전

까칠부 2018. 8. 18. 09:59

바로 이런 장면을 기대했었다. 진짜 판사였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러나 양아치 출신이기에 가능한 그런 것들. 어차피 잘난 판사, 검사, 변호사가 법을 앞세워 똘똘 뭉쳤는데 그것을 부수자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당장 현실에서도 판사가 영장을 내주지 않으니 수사조차 불가능하지 않던가.


차라리 재판의 피고인들을 형량을 가지고 협박하는 모습이 재판을 가지고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과 거래하려는 현실의 판사보다는 더 깨끗해 보인다. 그런 주제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수사마저 훼방놓는 그 뻔뻔함에 비해서야 법을 이용해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강자를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 더 정의롭게 비쳐지기도 한다. 한심한 것이다. 고작 양아치 한강호가 현실의 판사보다 더 올곧고 정의롭게 여겨지니.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전같지 않았다. 중요한 재판관련 부분보다 주변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어차피 공중파 드라마이고 상업드라마이니 어쩔 수 없다 여기면서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주인공들간의 꽁냥꽁냥한 장면들에서는 괜히 채널을 돌리고 싶은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하필 오상철까지 끼어들며 복잡한 삼각관계를 만든다. 물론 그럼에도 복잡한 내면을 감춘 오상철의 캐릭터는 무척 흥미롭다.


비로소 소중한 사람을 실망시키는 두려움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야 실망시켜도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실망시키고픈 대상이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절대 자신의 실체를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겼다. 자신의 진실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겼다. 오로지 올곧게 믿음으로 자신을 지켜봐주는 사람이다. 사실 어머니의 역할이었다. 부모가 했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단 한 사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결코 그 한 사람을 배신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떠나보내려 한다. 더이상 거짓된 자신을 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기에. 그런 그 사람을 보고 있을 자신이 없기에.


지나고 보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얼마 없다. 한강호가 재벌 후계자의 마약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중인 연예인을 협박하는 장면을 제외하고 송소은과 미묘한 감정을 교환하는 시답잖은 장면이 거의 전부다. 이야기의 밀도가 현저히 낮다. 처음부터 그런 드라마를 기대했으면 그것도 상관없었을 텐데, 그러나 그러기에는 드라마의 소재가 너무 흥미롭다.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도 너무 재미있다. 기껏 송이버섯을 따다가 흔하게 라면에 넣어 먹는 모양새랄까? 라면이 맛없어서가 아니라 송이버섯을 넣어먹기에 너무 아깝다는 뜻이다.


띄엄띄엄 이제는 그만둬야 하나 시큰둥하게 보다가 바로 그 장면에서 멈추고 말았다. 과연 한강호의 협박이 먹힐 수 있을까? 그 전에 한강호를 납치하려는 시도가 성공하는 듯 보인다. 차에 장치한 가스에 한강호가 의식을 잃는다. 그곳에서 한강호가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까? 기사회생이다. 한 주 더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