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 산뜻한 대미, 함께 손잡고 길을 걷다

까칠부 2018. 9. 21. 05:42

어, 끝인 건가? 끝난 거야?

 

너무 산뜻하다. 괜한 기교로 이야기를 늘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지랄 것도 없다. 그래서 더 낯설다. 이렇게 끝나도 되는 것인가?

 

할 이야기는 다 했다. 오성그룹 후계자도 잡아넣었고, 엄마로부터 사과도 들었고, 어찌되었거나 형제간에 화해 비슷하게 하기도 했고, 송소은도 언니와 드디어 만났다. 심지어 행복했다. 누군가를 악의로 상처입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상처마저 치유하며 행복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물론 흔치는 않다. 운이 좋았다. 그래도 드라마니까.

 

무엇보다 법에 대한 날선 비판을 법에 대한 신뢰로 마무리하는 시도가 좋았다. 법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사람이 법을 가지고 놀고, 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송소은을 만나 한강호도 법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강호를 통해 송소은 역시 자신이 지키고 싶은 법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저 두렵고 원망스럽고 혐오스럽고 꺼려지는 그러나 어느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두 사람 사이와 같은 것이다. 천망회회 소이불루, 당장은 법이 틀리고 잘못된 것처럼 보여도 결국에 언젠가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길을 찾는다. 그것을 달리 인연이라 말한다. 사람이 사람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 그것이 법이고 그것이 법조인에 지워진 책임이다. 드라마 내내 송소은이 말하던 바로 그 사람이란 것이다. 판사로 인해, 검사로 인해, 변호사로 인해 법에 농락당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어째서 사람들은 법을 불신하고 두려워하기만 하는 것일까.

 

결국에 행복해진다. 사람이란 행복해지려는 본능을 가진 때문이다. 길이 앞에 있다면. 길이 보이고 길을 찾을 수 있다면. 단지 그 길을 찾기가 그토록 어려울 뿐. 한참을 멀리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 길인 것을 안다.

 

마무리가 산뜻하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원래 사람의 삶이란 죽기 전까지 완결되거나 하지 않으니. 그저 지금 이 순간 마무리하는 방점을 찍을 뿐. 이후의 일은 전적으로 상상의 영역이다. 재미있었다. 의도했겠지만 초유의 사법농단이 이유가 되는 요즘이라 더 의미있었다. 남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