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나는 어차피 집에서 프리웨이트만 한다. 당연하다. 집도 좁은데 그 많은 다양한 머신들을 갖다 놓고 운동할 수는 없는 것이니.
여기서 프리웨이트의 우월함이 드러난다. 머신은 각 머신마다 운동할 수 있는 부위가 특정되어 있다. 그 만큼 자기가 단련하고 싶은 근육이 있으면 해당 머신을 찾아서 운동해야만 한다. 조금 과장해서 몸에 근육이 있으면 근육의 수만큼 머신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바벨로는 그 절반도 안되는 운동종류들로 그 모든 근육들을 함께 단련할 수 있다.
프리웨이트는 대부분 복합관절운동이다. 당장 이두근 운동으로 알려져 있는 바벨컬만 하더라도 서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자체만으로 코어에까지 자극이 가게 된다. 팔로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는 동안 견갑골은 물론 상체의 근육들이 팔의 자세를 안정화시키는데 참여하게 된다. 머신에서는 이런 역할들을 기계가 모두 대신해주게 된다.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것만이 아닌 일상에서의 활동까지 고려했을 때 프리웨이트 쪽이 훨씬 머신보다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오히려 그동안 몸의 균형이 깨져 있었기에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된다. 밀리터리 프레스는 그냥 삼각근 운동이 아니다. 삼두근 운동도 아니다. 물론 상부대흉근도 쓰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깨를 안정시켜주는 근육이다. 평소 어깨통증을 느끼게 만드는 근육들이다. 이를테면 회전근개들. 극상근, 극하근, 소원근, 소흉근, 견갑거근, 견갑하근, 대원근, 승모근, 능형근, 광배근, 심지어 목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사각근까지 영향을 받는다. 어깨가 먼저 안정되어 있어야 바벨의 무게를 받치고, 그리고 무리없이 위로 들어 올릴 수 있다. 상체 전반의 근육들이 쓰인다. 이 근육들은 일상에서 사람이 팔을 사용할 때 항상 쓰이는 근육들이다. 어쩌면 이런 근육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물론 상체의 근육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처음 밀리터리 프레스라는 동작을 하면서 느낀 것이다. 하체가 중요하다. 하체로 단단히 받치고 코어가 상체와 하체를 이어준다. 그래서 바로 그 과정에서 척추에 이상이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도 했었다. 팔이 바벨을 들어올렸으면 그 무게가 자연스럽게 하체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척추 어느 한 곳에서 힘이 멈추고 있다. 척추가 돌아간 지점이다. 그리고 바벨을 들어올릴 때 어깨의 문제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형광등을 갈려면 팔을 위로 들어 올리기가 무척 힘들었다.
코어가 괜히 코어가 아닌 것이다. 사람은 척추로 기립한다. 골반으로 받치며 굵고 긴 척추 하나로 상체의 모든 무게와 움직임을 지탱한다. 심지어 배에는 뼈도 없다. 오로지 복근만으로 상체를 떠받쳐야 한다. 괜히 사람들이 허리아프다 징징거리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만큼 척추를 비롯한 코어근육에는 항상 많은 다양한 압력들이 가해지고 코어가 튼튼하지 못하면 그만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똑바로 누워서 자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래 걸으면 허리가 아팠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코어를 강화시키는가.
플랭크는 그다지 코어에 효과적인 운동이 아니다. 플랭크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열심히 서서 바벨만 들었더니 자연스럽게 플랭크도 잘 할 수 있게 된다. 코어는 안정화근육이다. 회전근개도 마찬가지다. 관절을 안정화시키고 움직임이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동근들을 돕는 근육이다. 그러면 이들 코어를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동작들이 필요한가. 걷는다. 뛴다. 평지가 아닌 울퉁불퉁한 산을 오른다. 스파이더 워킹이라고 팔과 다리를 크게 교차하며 걷는 동작도 있다. 한 마디로 자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자세를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코어에 압력을 가해서 스스로 능동적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래서 런지가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하체운동인 동시에 불안정한 자세로 인해 코어에도 큰 자극을 줄 수 있다.
프리웨이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근육이다. 앞서 말한 회전근개처럼, 대부분 무게를 치는 프리웨이트 동작은 코어의 안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코어의 안정 없이 스쿼트도, 데드리프트도 할 수 없다. 코어가 충분히 단련되지 않았는데 괜히 스쿼트 무게만 올렸다가는 바로 허리부터 박살날 수 있다. 기립근만 문제가 아니다. 복횡근과 복직근, 복사근 등 복부의 근육들이 충분히 힘을 받아 복압을 유지해주지 않으면 기립근이 아무리 강해도 허리는 앞으로 꺾이게 된다. 그래서 프레웨이트를 하다 보면 발살바 호흡을 하기 전에 알아서 배에 힘부터 들어가게 된다. 혹시 기억하는 사람 있는지 모르겠다. 처음 데드리프트를 하면서 깨달은 요령이라면서 배로 끌어올리면 된다 말했던 적이 있었다. 스쿼트도 배로 버티면서 위로 올리는 것이다. 뱃심으로 무게를 버티고 들어올린다. 그게 코어다.
내가 굳이 복근운동을 따로 하지 않는 이유다. 물론 하루라도 빨리 무게를 올리고 싶다면 복근운동은 필수다. 복근이 강해져야 코어가 단단해져서 무게도 더 많이 들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 그냥 천천히 무게를 조금씩 올리면서 고반복으로 자연스럽게 코어를 단련시키는 편이다. 최근 무게를 조금 올리면서 저중량으로 웜업하는 시간을 늘렸다. 상체에 올린 바벨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코어가 버티며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고립운동으로는 강화하기 힘든 다열근 등 몸안의 작은 근육들까지 함께 강화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어차피 필요하고 쓰였으면 근육은 그에 적응해 간다.
코어근육 아래는 둔근이 있다. 둔근도 복합근육이다. 가장 큰 힘을 쓰는 것은 당연히 대둔근이다. 그리고 대퇴사두와 대퇴이두다. 그런데 고관절을 안정시키는 데도 다양한 많은 근육들이 쓰인다. 허벅지 안쪽의 내전근과 함께 고관절 바깥쪽에 외전근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둔근, 이상근, 소둔근, 치골근, 대퇴근막장근, 봉공근, 박근, 박막양근, 반건양근, 기타등등등... 이런 근육들은 주로 크기가 작은 만큼 하체의 안정성에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하체가 불안정하지 않으면 - 즉 강제로 하체가 안정화된 상태에서는 크게 쓰이지 않는 근육들이기도 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약화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근육이다. 노인들의 하체가 벌어지고 걸음이 부자연스러워지는 이유는 대둔근이나 대퇴근같은 큰 근육들이 아닌 이런 작은 근육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근육들을 강화시키는 것은 역시 고관절의 안정화에 이들 근육들이 크게 쓰일 수 있는 동작들을 할 때다.
같은 스쿼트라도 스미스머신으로 하는 것은 그리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다. 벤치프레스도 마찬가지다. 스쿼트란 그냥 바벨을 어깨에 올리고 들어올리기만 하는 동작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어깨가 바벨을 받치고, 코어가 상체를 받치며, 둔근이 하체를 안정시킨다. 올 초 그래서 스쿼트하던 도중 단축되어 있던 중둔근이 자극받아 한동안 고통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지금은 중둔근이 충분히 이완되며 발끝이 안으로 모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냥 크고 강한 특정한 근육 몇으로만 힘을 써서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 그런 수많은 작은 근육들까지 참여해서 몸을 안정시켜가며 들어올리는 운동인 것이다. 그래서 실제 바벨스쿼트를 하다 보면 그 짧은 순간에도 몸의 근육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즉 무게를 올리면 그만큼 불안정한 자세가 반복되며 안정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이런 근육들을 머신으로 단련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 것인지.
최근 본 어느 채널에서 차라리 스쿼트보다 런지를 하고, 무게를 올리기보다 다양한 자세를 시도해 보라 주장하는 것을 이해하게 된 이유다. 런지를 해보니 알겠다. 이건 진짜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고관절의 여러 근육들이 힘을 받으며 혹은 이완되며 자극받고 쓰이고 있었다. 혹시 바벨이라도 어깨에 걸쳐 있으면 그야말로 전신의 모든 근육들이 그 한 동작에 쓰이게 된다. 발을 떼고 앞으로 향하는 순간 몸을 버티는 것은 한쪽 둔근과 코어와 상체의 안정화근육들이다. 바로 실생활에서 실제 의미있게 쓰일 수 있는 근육들인 것이다. 이두근이야 그냥 겉보기나 좋을 뿐이고. 삼각근도 사실 그리 흔히 쓰이지는 않는다. 대흉근이 퇴화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근육들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머신이 필요할 때가 있기는 하다. 특히 근육을 만들고자 할 때. 프리웨이트의 단점이다. 워낙 많은 근육들을 참여시키며 운동하다 보니 정작 같은 무게를 들어도 하나의 근육에만 정확히 자극을 주기가 힘들다. 문제는 그런 근육들이 실제 실생활에서도 필요한가. 패션근육이라는 말이 완전히 헛된 말은 아닌 것이 사람이 힘을 쓸 때 그런 큰 근육들로만 힘을 쓰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회전근개의 안정화 없이는 이두근도 삼두근도 쓸모없다. 코어가 단단하지 않으면 몸의 근육이 아무리 커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정작 하체를 버텨주는 것은 엉덩이 안의 작은 근육들이다. 목적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일상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가. 아니면 겉으로 보이는 근육을 만들기 위한 운동인가. 나는 확실히 전자라서. 그것도 일할 때 필요한 체력을 위해서 주로 저중량으로 고반복 운동을 한다. 일할 때 쓰이는 체력이란 곧 근지구력이다.
예전 어느 만화에서 읽은 적이 있다. 확실히 나는 많은 중요한 것들을 만화로 거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큰 근육들 만큼이나 몸의 작은 근육들도 중요하다. 작은 근육들이 발달해야 큰 근육도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지금도 고생중이다. 아직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서. 얼마 남지는 않았다. 돌아간 골반만 자리잡고, 대원근의 통증만 사라지면 어깨와 고관절은 문제없다.
머신과 프리웨이트 무엇을 더 우선해야 하는가. 필요에 따른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육을 만들고 싶다면 머신이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움직임을 돕는 운동을 하고 싶다면 프리웨이트가 최고다. 당장 프리웨이트 자체가 일상의 움직임을 운동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내가 하는 운동이라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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