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워낙 운동부족이었던 터라 확실히 느꼈는데, 그냥 실내자전거 타는 것도 운동 않던 사람에게는 근력운동이다. 실내자전거만 타는데 허벅지에 근육이 붙는 것이 느껴졌을 정도이니. 그러면 스쿼트 하면서는 산소를 소모하지 않을까?
굳이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구분하지만 심박수를 유지시켜주는 운동과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운동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거쳐서 심박수를 올린 뒤 유지시켜주는 운동이 이른바 심폐운동, 단기간에 심박수를 올렸다 떨어뜨리는 운동이 바로 무산소운동. 그런데 어차피 무산소운동을 끝내고 나서도 한동안 높아진 심박수는 계속해서 유지된다. 그냥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있어도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간 상태로 한동안 유지된다. 그때 주위를 가볍게 산책만 해 주어도 유산소 운동이 된다.
아무튼 이를 전제로 어째서 유산소운동보다 근력운동이 일상에 더 도움이 되는가. 내가 바로 척추와 어깨, 골반을 교정중에 있기 때문이다. 어긋난 근육과 관절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만한 충분한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충분한 압력이 가해져야 근육도 관절도 압력을 받아 제자리를 찾아간다. 유산소운동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자전거를 타도 단축되고 틀어진 둔근과 다리근육들이 정상을 찾지는 않는다. 열심히 체조하면서 팔을 돌려도 이미 틀어진 채 고정된 그대로 근육과 관절을 따라 움직일 뿐이다. 유산소운동의 강도란 대개 그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강도로 운동하면 같은 자전거, 달리기라도 무산소에 속하게 된다. 그래도 이미 몸무게라는 압력에 적응해 버린 몸을 어떻게 강제로 압력을 가해 정상으로 돌릴 것인가.
그에 반해 근력운동은 그 자체로 틀어진 관절과 근육에 압력으로 작용한다. 내가 올 초 척추교정을 위해 병원을 찾게 된 이유였다. 밀리터리 프레스를 하는데 힘이 척추 중간에서 걸리는 느낌을 받는다. 스쿼트를 하는데 몸이 자꾸 기운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왼쪽 둔근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단축되어 있던 중둔근과 이상근이 바벨의 무게를 버티며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생겨난 통증이었다. 다친 것이 아니라 원래 정상인 자세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칭하듯 근육이 늘어나게 된 것이었다. 딱 정확히 중둔근을 타겟으로 스트레칭과 강화운동을 했을 때 느낀 통증과 거의 일치했다. 그냥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
어쩌면 차라리 바벨로우를 하면서도 동작 하나하나를 가벼운 중량으로 정확히 반복하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팔굽혀펴기를 하면서도 정확한 자세로 되고 있는가 하나씩 살피면서 몸에 고루 힘이 가도록 주의하며 자세를 취하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다. 굳이 무게를 올리기보다 더 가벼운 무게에서 더 정확한 자세로 근육 하나하나가 바로 쓰일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으면. 지금 그러고 있다. 밀리터리 프레스를 하면서도 견갑골의 움직임에 신경쓰고, 스쿼트를 할 때는 코어와 둔근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그럴 때 이미 올린 바벨의 무게가 압력이 되어 자연스럽게 틀어진 근육과 관절에 압력을 가해준다. 천천히 저중량으로 정확한 자세를 반복하는 웜업이 스트레칭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기왕 운동을 시작할 것이면 실력있는 트레이너가 있는 헬스장에서 정확한 자세를 처음부터 교정받으며 배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낫다. 그 사실을 이제야 혼자서 삽질한 끝에 깨달은 것이다.
일단 먼저 병원부터 간다. 병원에 가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한다. 유산소운동은 그냥 적당히 척추 틀어지고 골반 돌아가고 어깨가 말린 상태에서도 대충 할 수 있다. 바로 그 상태에서도 하루 40분 이상 실내자전거를 탔었다. 2시간 동안 뒷산을 올랐었다. 하지만 제대로 자세를 교정하려면 먼저 병원부터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 봐야 한다. 그리고 자기 상태를 알고 난 다음 인터넷을 검색해서 실력있는 트레이너가 있는 헬스장을 찾는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정상을 벗어난 자신의 몸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가. 교정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 근육을 키워서 근육의 힘으로 정상으로 되돌린 관절을 지탱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운동이 필요하다. 남은 것은 얼마나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나와 같은 상태에서는 프리웨이트보다 머신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근육을 만들고자 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정작 내 몸에 이상을 가져온 것은 자세의 안정에 쓰이는 속근육들이다. 지금 주로 바로잡고 있는 근육들도 회전근개와 코어 등 안정화근육들이 대부분이다. 힘을 크게 쓸 일이 없는 일상에서 오히려 더 자주 더 중요하게 쓰이는 근육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근육들은 불안정한 자세에서 무게를 받을 때 더 활성화된다. 다만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기본적인 자세의 교정도 필수다. 지금도 꾸준히 한의원 다니면서 추나를 받는 이유이고, 더욱 운동 전 가벼운 무게로 그만큼 더 오래 정확한 자세로 반복하는 과정을 거치는 이유다. 그를 위해서 한 동안 무게를 크게 줄여서 20kg 이하로만 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회전근개의 강화를 위해 가벼운 중량으로 비하인드 넥프레스를 한다. 바로 견갑골이 직접 자극을 주어 회전근게에 스트레칭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조금 중량을 높여서는 슈러그로 바로 승모근과 견갑골 주위를 타격해 준다. 슈러그는 상체의 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운동 가운데 하나다. 코어근육을 위해서는 스티프 데드리프트를 저중량으로 주로 신전위주로 해 준다. 이때 둔근과 햄스트링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 둔근과 다리에 자극을 줄 때는 런지와 ATG스쿼트를 저중량으로 최대한 깊게 앉아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근육의 신전과 자극을 바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헬스장 찾는 게 낫다. 나야 기왕에 시작한 것이니 이렇게 혼자 해결하려 방법을 찾고 있을 뿐. 비용대 시간대 효과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치료 목적을 위해서도 근력운동은 필수라 할 수 있다. 주로 저중량으로. 사실 지금도 나는 보편적 기준으로 봤을 때 저중량운동을 주로 한다. 무게를 올릴 때가 되었는데 워낙 반복수가 많아서 무게 올리기가 쉽지 않다. 덕분에 많이 건강해진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어깨의 통증이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만 특정한 부위 - 주로 대원근 -에 통증이 느껴질 뿐이다. 요방형근에 느껴지던 통증도 줄어들고, 중둔근도 이제는 거의 안정을 찾은 것 같고, 봉공근이 조금 당기기는 하지만 그거야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거의 1년 가까운 시간 정말 내가 수고 많았다.
뿌듯함을 담아 쓴다. 이제는 주위에 적극적으로 교정운동을 권장할 정도가 되었다. 비슷한 라운드숄더가 있는 동료에게 교정에 도움이 되는 맨손운동을 가르쳐 주었다. 모두 내가 치료과정에서 열심히 찾아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다. 아무래도 더 도움이 되는 고통을 느껴야 하는 동작들은 그리 반기지 않아서. 나는 그냥 근육을 대고 찢었었다. 아파 죽겠는 것을 참아가며.
물론 굳이 운동하기 싫다면 억지로 운동할 필요는 없다. 역시 느끼는 것이다. 그냥 약으로 해결해도 된다. 어깨 좀 말렸다고 죽지 않는다. 척추 좀 틀어졌다고 사는데 크게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몸은 틀어진 몸에 맞춰서도 적응해 잘만 움직인다. 그래도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대수로운 것 아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 작은데 어깨가 벌어지니... (0) | 2018.11.09 |
---|---|
내공과 근신경계 (0) | 2018.11.05 |
머신과 프리웨이트... (0) | 2018.10.31 |
비하인드 넥 프레스의 또다른 사용법... (0) | 2018.10.24 |
그냥 철사 만드는 방법... (0) | 2018.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