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캐릭터나 장면설계나 대사나 유치한 곳이 많다. 그런데 원래 로맨스란 그런 유치한 맛에 보는 것이다. 연애하던 시절 자기가 하던 짓거리 모조리 떠올려 보면 이불킥하다 못해 맨틀까지 뚫고 들어갈 인간이 수두룩하다. 일단 기본 전제가 눈도 귀도 입도 내 통제를 벗어나 있던 시절이라.
그러고보면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많은 연예인들이 그런 고충을 토로한 바 있었다. 딱 오윤서와 비슷하게 어려서 데뷔해서 모든 일을 매니저가 알아서 다 해주다 보니 은행에서 돈찾는 것조차 자기가 직접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정작 매니저나 소속사의 보호가 없으면 너무나 쉽게 속아 넘어가고 너무나 간단한 일로도 크게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고. 그렇게 10대 시절부터 연예계 생활을 시작해 세상물정이라고는 모르는 오윤서가 그것도 무려 로펌에서 변호사 비서일을 하기 시작한다. 작위적이라기도 그렇다고 개연성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오묘한 설정이 이동욱과 유인나라는 말도 안되는 외모와 매력의 배우들과 만난다. 로펌 구성원들의 호들갑마저 어느새 이해하게 되어 버리는 것은 역시나 그런 주인공들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적당히 냉정한 현실과 그러면서 판타지스러운 낭만과 코미디스러운 헤프닝들까지 전형적이면서도 꼼꼼하게 잘 계산해서 어우러지게 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세상물정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천연덕스러운 오윤서의 캐릭터가 있다. 그보다는 애교가 꿀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는 배우 유인나가 있다. 심지어 내선연결조차 하지 못해 보는 사람까지 민망하게 만들고, 난감한 옷차림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진 서류도 집어들지 못한다. 대인관계도 미숙해서 그래도 직장선배인데 대놓고 잔소리 늘어놓는 선배로 만들지 않나, 술자리에서는 술을 자제 못해서 스스로 망신을 자초한다. 참 꼴보기 싫어야 할 텐데, 자칫 조금만 선을 넘었어도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자기를 망신 준 변호사 권정록에게 일로써 복수하겠다며 열의를 불태우는 모습은 무엇이라 말해야 좋을까? 이런 걸 그냥 사랑스럽다 말하는 것일까?
다른 것 필요 없이 유인나의 애교스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는 드라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여성을 위한 판타지여야 할 텐데 그보다는 로펌 구성원들 처럼 유인나라는 배우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배우의 매력이면서 캐릭터의 매력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겠다. 어쨌든 잘하든 못하든 자기 일이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다. 열심히 하겠다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잘해보겠다고 노력하는데 그 모습을 싫어할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주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포인트를 잘 짚는다. 나머지는 결국 그 상대인 권정록의 매력일 것이다. 이동욱은 잘생겼는데 권정록이라는 캐릭터는 어떨까?
반쯤은 생활연기기이고 할 것이다. 유인나 자신도 연예인일 테니까.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겪어온 것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건너건너 듣게 된 것도 있을 것이다. 애써 서툰 발연기를 해 보이는 장면도, 자기가 했던 CF를 재현하던 장면도, 그리고 자신의 좌절까지도 의연히 넘길 수 있는 강인함까지도. 예고편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건 진짜 유인나를 위한 드라마다. 유인나의 유인나에 의한 유인나를 위한.
그냥 상업드라마다. 그냥 흔한 로맨스 드라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저 흔한 상업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미덕이 있다. 괜하게 무게를 잡지 않는다. 쓸데없이 심오한 척 하지 않는다. 딱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에만 충실하려 한다. 사랑스럽다. 시청자가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이유일 것이다.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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