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로맨틱코미디는 마지막회까지 보는 게 아니다. 진짜 지겨웠다. 걍 조금 긴 CF 아닌가. 반 회 분량도 안되는 내용을 늘리고 또 늘리고, 그냥 한 마디 잘 먹고 잘 살았다로 끝내면 될 것을 사족만 저리 길다. 뭐라 쓰기도 애매한 게 알맹이가 없으니까. 기대한 게 민망할 정도다.
닥터 프리즈너는 흥미롭다. 교도소 안에서 의사들 사이에 벌어지는 정치싸움이라. 형집행정지라는 실제 존재하는 현실의 부조리가 입소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진단서를 발급하는 의사들의 권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누가 그 권력을 잡고 그 이익을 독점할 것인가. 누가 위에 서고 누가 진짜 왕이 될 것인가. 여기에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하던 순진한 의사 나이제의 변신과 복수가 더해진다. 그는 과연 복수에 성공하고 자신이 바라던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대한민국 의료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거대한 힘과 맞서서.
배후의 싸움도 치열하다. 한 쪽에서는 교도소 안에서 권력을 두고 다투는 선민식과 나이제가 있다면 그 뒤에서는 태강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이재준과 이재환의 생모 모이라가 다투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들 이재환을 형집행정지로 꺼내려는 모이라와 주주총회까지 이재환을 교도소에 잡아두려는 이재준이 선민식과 나이제 뒤에서 바쁘게 움직인다. 나이제와의 인연으로 뒤에서 돕는 오정희는 방관자에 가깝다. 검사 정의식까지 가세하며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는 정글이 되어 간다. 그래서 선민식이 비유로 드는 자연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과연 이 복마전 가운데 누가 마지막 승자가 될 것인가.
오정희를 통해 나이제와 이어진 범죄조직의 두목 김상춘과 그 김상춘을 넘어서기 위해 선민식과 손잡은 신현상의 싸움도 볼 만할 것이다. 과연 한소금의 동생 한빛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한빛의 실종에 나이제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 감춰진 진실과 해묵은 복수와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교도소라는 좁은 공간에서 뒤엉킨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드라마에 담아낼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가끔 넘치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드라마들에게 너무 비는 부분들이 많았다. 억지로 채워넣는 것보다 가끔은 비어져 나오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물고 물리고, 쫓고 쫓기고, 업어치고 메치고, 반격에 다시 반격이 가해지고, 처음 그리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처럼 보이던 선민식도 더이상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선민식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인 줄 알았더니 당장 나이제의 앞을 막아선 너무나 거대한 벽이었다. 나이제는 이 선민식을 이길 수 있을까. 선민식을 지나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이룰 수 있을까. 남궁민이 돌아왔다. 그동안의 그저 유쾌하기만 하던 모습에서 어둠과 그늘까지 갖춘 입체적인 캐릭터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원래는 이번주까지는 진심이 닿다를 끝까지 보려고 했었는데. 특히 마지막회는 내가 왜 보는가 의문이 들 정도였기에. 그런 점에서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공중파드라마를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아무튼 재미있다. 다음이 벌써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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