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선민식이다. 오정희가 직접 교도소에서 나오는 홍남표를 미행하고 클럽에까지 잠입한다. 오정희와 정의식도 서로의 입장을 고려할 때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가.
앞으로 나간다는 것은 무언가는 뒤로 물어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걸음 나가는 만큼 무언가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한 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선민식을 넘었으면 더이상 선민식이 보여서는 안된다. 이재훈을 넘어섰으면 이재훈 역시 눈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눈앞의 이재준에 집중할 수 있다.
도돌이표다. 이제는 선민식도 끝이구나 싶은 순간 또다시 선민식에게 지분이 나누어진다. 이재훈이야 이제 모이라와 이어주는 매개일 뿐인데 별 필요도 없는 장면에서 어울리지 않게 얼쩡거리고 있다. 덕분에 눈앞의 이재준이야 말로 얼마나 크고 강하고 위험한 상대인가를 보여주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하긴 그동안 선민식을 상대할 때도 이재준을 겨냥했을 때도 좁은 공간에서 고작 소수의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오정희와 결탁했던 폭력조직 두목 김상춘의 세력을 활용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등장시키며. 물론 그런 걸 한국드라마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지루해지려 하고 있다. 그냥 동어반복이다. 비슷한 장면들의 반복이다. 새로운 사건도 없고 그만큼 기대할만한 새로운 이야기도 없어 보인다. 뻔히 이후의 내용이 그려진다는 것도 있다. 나이제와 이재준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냥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화면과 시간이 비지 않게 채워주는 역할만 한다.
기대가 커서일까. 지난주부터 그런 느낌이 강했었다. 아니 어쩌면 최근 보는 대부분 드라마들이 지루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드라마를 그만봐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몇 년 동안 실제 너무 많은 드라마를 본 것 같기는 하다. 소설책도 한참 읽다 보면 소설 자체가 지겨워지는 순간이 오게 된다.
원래 상업드라마란 자체가 그런 것이기는 하다. 통속적이고 반복적인 장면과 내용들이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한 것일 터다. 드라마만의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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