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워낙 재미가 없어서 그냥 대충 퉁치고 지나쳤지만 사실 지난주 청춘불패가 선언한 5대 대국민약속은 청춘불패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있어 중대한 전기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아마 이를 통해서 청춘불패는 이제까지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고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 1박 2일, 천하무적야구단...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과제다. 미션.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이야 말할 것도 없고, 천하무적야구단도 사회인야구에 대한 도전과 그 사이 사회인야구팀과의 시합이라는 작은 과제들이 반복된다. 천하무젹야구단의 매력 자체가 사회인야구에 도전하는 연예인야구팀의 열정과 도전, 그리고 성취감이라 할 수 있다. 1박 2일 역시 항상 새로운 도전으로 화제를 몰고다니고 있고.
하긴 다른 것 없이도 그저 과제 하나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는 나온다. 청춘불패도 그래서 초반 집을 정비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일을 도와주는 가운데 자연스레 이야깃거리가 나왔었다. 밥을 하면서 하라와 현아와 유리의 대화가 이어지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면서 현아와 써니가 자매를 맺고, 울타리작업을 하면서 곰태우와 하라가 서로 병장과 일병놀이를 하고.
다만 문제라면 과제라는 게 재미있자면 일단 성취감이라는 게 따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성취감 없는 과제란 과제가 아니다. 과제를 극복하고 결과를 내놓았을 때 그에 환호하고 실망하면서 성취감이라는 게 따르고, 또 그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에 동의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청춘불패가 어쨌냐면... 과연 그만한 과제가 있었던가?
어쩌면 그동안 청춘불패가 표류한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초반 유치리에 정착하기까지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목적을 가지고 하나하나 과제를 수행해나가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이 사라졌다. 과제들은 파편화되고 그닥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멤버들로 인해 과제에 몰입하기부터가 힘들어졌다. 아마 전에도 지적했을 것이다. 분명 과제가 주어졌음에도 전혀 몰입을 못하는 이유. 출연자 자신이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따라서 그로 인한 성취감도 없다.
그런데 이번 대국민약속으로 청춘불패에는 목표가 부여되었다.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결코 쉽지 않은, 그리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목표다. 그리고 그 목표에는 각각 세부적인 과제가 있다. 아마 이번주 방송될 농기계 자격증도 그것이다. 농기계조작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 앞에 과연 G7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결국 그 과정에서 난이도를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성패가 갈릴 듯 한데.
즉 너무 난이도를 높여 놓으면 사실 보기에도 지루하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그것도 좋기는 하지만 방송이라면 그런 우울한 모습은 어느 정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냉큼 성공하고 하면 앞서도 말했듯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또 다시 그들만의 이야기로 끝나고 말 것이다. 적절한 어려움과 적절한 성취감과, 적절히 실패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로써 성취해냈을 때의 쾌감을 극대화하고.
무엇보다 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가 분명 출연할 텐테 천연의 엉뚱함이나 무지함은 이런 때 한 재미가 될 수 있다. 한선화의 백지캐릭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제는 잊혀진 구하라의 유치개그가 부활할 타임이다.
남자의 자격 자동차편에서 김성민이 그러고 있었지.
"바퀴가 세 개? 세 바퀴?"
바로 돌 날라갔는데, 이번에는 돌 날라가는 리액션으로 나머지 멤버들이 모습을 취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소한 이야기들과 도전과 실패와 좌절과 성공과... 리얼버라이어티의 정석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개성이 드러나고 그것이 캐릭터가 되고 관계도 정착되고, 목표가 분명한 만큼 다양한 상황극도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왜 진부한 이야기들이 그리 널리 사랑받는가. 뻔하고 지겨운 똑같은 소재와 주제와 패턴들. 그러나 이미 그 자체로 큰 그림은 그려진 다음이라는 거다. 그런 만큼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여지란 많다. 큰 그림이 그려지면 세부적으로 칠하는 것이야 단지 시간이 필요한 나머지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는... 솔직히 면구스럽기는 하다. 전혀 눈치도 채지 못했으면서. 그러나 생각해 보면 처음 유치리에 정착하면서 한 가지씩 과제를 완수해가는 가운데 이런 일관된 목표가 있었어야 했다. 모두가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그 자체로서 사건이 되고 허들이 되고 모두를 단합케 할 수 있는. 특히나 아이돌버라이어티로서 멤버 누구도 악역이나 이상한 역할로 만들지 않고서도.
그러나 역시 불안요인으로 남는 것은 아직까지도 멤버 사이에 대화가 적다는 것과, 딱히 뚜렷하게 사건을 일으킬만한 멤버가 없다는 것. 전자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 사적으로 다들 친하다 하니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과연 과제 안에서 누가 사건을 일으켜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인가. 김신영을 기대하지만, 김신영은 자기 개그에나 관심이 있을 뿐이고... 곰태우? 선화? 효민? 흐음...
어쨌거나 이번주 청춘불패가 무척 기대가 된다. 과연 청춘불패의 PD가 내놓은 답이란 어떠할까?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인가? 아니면 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현역PD로서의 위엄일까. 기대와 약간의 불안과... 스포 기사만 놓고 보았을 때는 별로 기대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기대해 본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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