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버라이어티와 리얼버라이어티의 차이라면 역시 출연자의 지속성일 것이다. 스튜디오 버라이어티는 중요한 메인MC를 제외하고 시도때도 없이 바뀐다. 보조MC만도 참 자주 바뀌고 한다. 그러나 리얼버라이어티는 어쨌든 일단 출연이 결정되면 계속 간다. 리얼버라이어티의 특성이다.
문제는 그렇게 출연자와 계속 가자면 출연자의 이미지 역시 함께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자가 비호감으로 찍히면 프로그램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의 정준하나 과거 패떴 1에서의 김종국 등이 그 예였다. 특정 출연자가 꼴보기 싫어 아예 방송을 안 본다... 가능한 이야기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 비해 출연자에 대한 자세부터 달라야 하는 이유다. 강심장에서 출연자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그대로 침몰해 버린다? 그러면 다른 연예인 섭외해서 그 자리 채우면 된다. 오히려 민감한 주제로 폭로케 해서 시청율 높아지면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그러나 리얼버라이어티는 아니다. 게스트라면 모를까 고정출연자라면 자칫 출연자의 이미지손상이 프로그램의 이미지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다고 출연자 교체가 쉬운가? 기존의 구축된 캐릭터와 관계를 다시 재설정하자면 그것만도 또 프로그램에 이만저만한 폐가 아니다. 그저 출연자 하나 넣고 빼고가 끝이 아니라는 거다. 캐릭터 구축하고 다른 출연자와 관계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또 시청자는 실망을 느끼고 떠나갈 수도 있는 문제다.
더구나 전문예능인이 아닌 경우는 원래의 이미지라는 것이 또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아이돌에 있어, 제작진이 굳이 예능감이 검증되지도 않은 아이돌을 캐스팅해 출연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망가져서 웃기는 것이야 예능인이 더 잘한다. 하다못해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의 아무나 갖다 박아넣는다고 아이돌만큼 못 망가지고 못 웃일까? 웃기려 했다면 청춘불패 역시 G7이 아닌 예능인 가운데서 출연자를 선택했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정진과 김태원을 캐스팅하고, 패밀리가 떴다 시즌2에서 옥택연, 윤아, 조권을 캐스팅한이유, 아, 조권은 이미 예능감이 검증되기는 했다. 왜?
예를 들어 남자의 자격에서 이정진이 김성민처럼 봉창캐릭터로 개그캐릭터가 되는 것과 지금의 비덩캐릭터인 채로 있는 것과 어느 쪽이 프로그램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될까? 마찬가지로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이 부활의 리더이자 락의 전설인 것과 아예 그런 것 없이 국민할매로서 저질체력에 저질지능의 우스꽝스런 캐릭터로 남는 것과 어느 쪽이 프로그램 입장에서 더 이익이 될까?
당연한 거다. 많은 여성시청자들이 이정진의 멋진 모습을 보고자 남자의 자격을 본다.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새롭게 발견되는 이정진의 매력에 호감을 갖는 여성팬들도 많다. 굳이 이정진이 김성민이 될 것 없이, 지금의 잘 생기고 사람 좋은 캐릭터로 남는 것이 - 나아가 주연급 배우로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남자의 자격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김태원도 마찬가지다. 체력은 민폐 수준이고, 지식이나 상식은 어이없는 웃음만 나오고, 그러나 국민할매 캐릭터가 오히려 친근함으로 다가서는 것은 그의 음악적 역량과 업적 때문이다.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렇게 우스운 캐릭터지만 현실에서 김태원이란 정말 대단한 음악인이다. 가끔씩 그것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김태원의 캐릭터는 더 힘을 받고,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굳이 찾아 볼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아이돌은 더 그렇다. 아이돌이란 항상 팬덤을 이끌고 다닌다. 팬덤이 아니더라도 아이돌에 대해서는 어떤 환상과 같은 것이 존재한다. 아무리 아이돌이 예전과 달리 신비감을 잃고 친근한 이미지가 되었어도 여전히 아이돌이란 꿈이고 환상이다. 이미지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도 굳이 예능감도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을 캐스팅해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일 게다. 아이돌로서의 인지도와 기대와 인기를 이용하기 위해서. 그런데 아이돌이 아이돌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내가 청춘불패를 보면서 항상 출연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를 주문하니 그게 그리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프로그램의 재미가 우선이지 출연자에 대한 보호니 배려니 무슨 필요냐고? 왜 굳이 MC가 자기가 망가져가면서까지 아이돌인 출연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하는가. 아이돌이 별건가?
당장 유리만 하더라도 그렇다. 유리는 자연인 권유리이기 이전에 소녀시대의 유리다. 그 유리를 보고자 청춘불패를 보는 사람도 많고, 굳이 소녀시대 팬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유리란 국내 탑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리로서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그런데 그 유리가 백지가 된다? 한선화의 컨셉으로 한선화가 그랬듯 지나치게 나가다 오히려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러고도 유리는 소녀시대의 유리일까? 소녀시대의 이미지도 이미지려니와 그러고 나서 청춘불패에 돌아오는 이익은 무엇일까?
어차피 유리를 망가뜨린다고 더 재미있어질 것은 그리 없다.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면 차라리 다른 잘 망가지는 여성 예능인을 하나 더 캐스팅하는 것이 낫다. 아니면 김신영이 나서서 망가지거나. 유리를 망가뜨리는 것은 유리를 소녀시대의 유리인 채로 남겨두는 것보다 프로그램 입장에서 더 큰 손해다.
한선화의 경우도 그렇다. 한선화가 처음 백지캐릭터로 호응을 얻은 것은 그녀가 시크릿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걸그룹의 멤버였기 때문이었다. 자기 팀을 알리고자 무리해서 오버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곧잘 통편집되고 하던 것이 한선화에 대한 동정을 불러일으켰고, 한선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 그러고서 나온 것이 백지캐릭터였다. 아마 처음부터 백지캐릭터를 밀었다면 꽤나 난감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백지캐릭터를 너무 밀게 되면서 한선화는 어느샌가 아이돌로서보다는 예능인으로 더 비춰지게 되었다. 초반의 신인으로서 방송분량을 조금이라도 더 따내려 애쓰는 애처로움보다는 예능인으로서의 작위성이 더 눈에 띄게 되고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아마 여기서 조금 더 비호감이 되고 나면 한선화는 청춘불패에서 짐이 되지 않을까. 지난주 한선화의 분량을 억제한 것을 그래서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또 백지캐릭터를 인위적으로 밀려 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리라.
조권은 그러한 결정판과도 같은 존재다. 조권은 안티 없는 아이돌로 또 유명했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까지도 조권의 깝을 좋아했다. 호감이었고 항상 유쾌한 캐릭터였다. 그런데 패밀리가 떴다 시즌 2에 출연하면서 한 순간에 깝은 건방짐이 되고 비호감으로 찍해 버렸다. 자, 조권이 그렇게 비호감 캐릭터가 되었을 때 패밀리가 떴다2가 조권을 캐스팅한 목적이란 어떻게 될까?
말하자면 예능인이 아닌 출연자들이란 프로그램 입장에서 시청자를 낚는 미끼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굳이 예능인이 아닌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은 그의 프로그램 외적인 이미지와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안에서 그같은 외적인 이미지와 캐릭터가 무너진다면? 예능인이야 그렇게 무너뜨리고서도 프로그램 안에서 구축된 이미지와 캐릭터를 가지고 활동하면 된다지만, 그것을 프로그램 밖에 두고 온 출연자들은 어쩌는가? 그것은 비단 출연자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발로 잠깐 하고 끝낼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오래 가자면 프로그램 차원에서도 출연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는 필수라는 것이다. 예능인으로서 프로그램 안에서 자기 이미지를 부수고 다시 쌓을 수 있는 MC로서 스스로 망가지더라도 다른 출연자에 대해 배려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지키고 관리할 수 있어야 프로그램도 사는 것이니까.
구하라가 하도 망가져서 이제는 무대에 서도 웃음만 나더라. 구하라가 망가짐으로써 재미있어지는 건 좋은데 더 이상 카라가 무대에 서도 그냥 웃음밖에 나지 않더라. 과연 단지 캡쳐 사진 하나만 떠도 화제가 되는 구하라와 그같은 개그캐릭터 구하라와 어느 쪽이 프로그램 입장에 더 이익이 되는가.
물론 더 정확히는 내가 구하라를 아끼기 때문일 테지만. 한선화도 아끼고, 써니도 아끼고, 유리도 아낀다. 나르샤는 잘 하고 있으니 상관없고, 지금 효민은 자기 포지션에서 훌륭히 해내고 있다. 현아 역시. 그들이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망가지고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녀들이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고서도 나는 청춘불패를 볼 것인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소한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는 소모품이어서는 안된다. 오래 가자면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서와 같이 출연자를 소모하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출연자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더 띄우지는 못하더라도 더 떨어지지는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이 기왕에 그들을 출연시킨 이유일 테니. 더 오래 가자면.
내가 청춘불패에 갖는 불만 가운데 하나다. 패밀리가 떴다2도 비슷하지만 어차피 보지도 않는 프로그램이므로 망하나 마나다. 그러나 청춘불패는 내가 무척 관심있어하는 출연자가 있고, 또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불만이다. 너무 출연자를 소모하려 한다. 출연자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통해 살려 띄우고 다시 그 출연자에 얹혀 가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출연자를 연료처럼 소모해 그것으로 반짝하려고만 한다. 단기로 끝내려는 거라면 모를까... 그래서 단기로 끝내는 것인가 싶었던 것인데.
이제 대국민 약속도 했고, 프로그램도 오래 끌고 가려는 것 같고,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 아마 이번의 대국민약속도 출연자들을 더 이상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프로그램을 이끌고가려는 의도에서라 보이는데. 그래서 그 취지에 십분 동의하는 바다. 오래 가자면 출연자가 아닌 제작진이 고생해야 한다.
아무튼 장기프로젝트여야 할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출연자를 단순히 소모하려 드는 것은 자멸에 가깝다. 특히 유리처럼 섬세하며 상처입기 쉬운 아이돌에 대해 그들을 기성 예능인처럼 소모하려는 것은 거위의 배를 갈라 알을 꺼내는 것과 같다.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건만...
하긴 우리나라는 기업에서조차 직원부리기를 그렇게 부리니까. 사생활도 없이, 개인적인 행복도 없이, 오로지 회사를 위해 일일일... 쉽게 지친다. 그리고 쓰러진다. 과연 자기에 대한 만족과 행복 없이 인간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아이돌은 아이돌일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당연한 것들일 텐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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