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 유령의 거짓말, 그리고 데이트폭력 아닌 살인?

까칠부 2019. 10. 30. 19:29

어쩔 수 없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 그래서 지하철경찰도 있는 것 아니던가. 사람이 모이면 사람을 따라 범죄 역시 모여들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경우는 상당히 작위적인 경우이기는 하다. 하필 지하철경찰 홍보대사의 데이트폭력을 우연히 보고 그것을 수사하다니. 그동안 사건들은 지하철이나 지하란 공간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이었다. 아무래도 파트너로서 고지석과 유령의 관계를 굳히기 위한 매개가 아니었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서. 몇날며칠 잠복하지 않아도 되고, 위험한 용의자들을 검거하느라 피를 볼 필요도 없고, 물론 그렇다고 지하철경찰이 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힘든 일이다. 사람을 더 많이 대할수록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힘들어진다. 사람이 모이는 만큼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가족을 지켜야 했으니까. 하나 뿐인 어머니를 지킬 사람은 자기 밖에 없었으니까.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살인자가 되고자 했던 어느 가장처럼.


이번에는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보다 말고 그냥 화면을 내리고 말았다. 나 역시 직장생활 하는 입장에서 제일 싫은 유형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말로 타인을 이용하려 하는 경우다. 소매치기 또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일 텐데 자기 눈에 꽂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상사이기도 한 팀원을 속이고 이용한다. 고지석이 사람이 너무 무르다. 그래서 또 한 편으로 응석을 부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안전밸트란 말 그대로 고지석만 있으면 자기가 마음대로 날뛰어도 될 것만 같다.


단순한 데이트폭력인 줄 알았더니 사건이 미묘하게 흘러간다. 어째 김원태의 여자친구가 등장하는데 반지부터 보여준다 했었다. 9년 전 여자친구가 폭행당해 사망했는데 그때 도둑맞았다던 반지가 지금 여자친구 손가락에 그대로 있다. 데이트폭력의 전형이다. 폭력에 길들여진다. 학대에 길들여진다. 차별에 길들여진다. 차라리 폭력을 회피하기 위해 상대를 더욱 사랑하고자 한다. 그 끝은 과연 무엇일까? 사건이든 폭력이든.


어쨌거나 고지석의 기대와 다르게 지하철수사대에 강력사건이 너무 많다. 성폭행모의에, 마약에, 이제는 살인청부하는 사채업자까지. 데이트폭력인 줄 알았는데 살인사건일지도 모른다. 유령을 잡으라는 제목은 재앙덩어리를 퇴치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조금 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일상의 공간인 지하철과 유령이라는 끔찍한 연쇄살인범의 조화를. 너무 전형적이라 실망스럽기도 하다. 재미는 있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