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 소환된 현실에 느끼는 어떤 불편함들

까칠부 2019. 11. 1. 19:22

솔직히 말해 공감하기 쉽지 않다. 일단 월급이 밀린다 싶으면 바로 탈출해서 노동부에 신고부터 하는 것이 최선이다. 월급 한 두 달 밀리는 것 가지고 고작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당장이 문제가 아니다. 원래 집이 잘살거나 모아놓은 돈이라도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한 두 달 수입에 구멍이 생긴 것을 메우느라 후유증은 그 몇 배에 이르게 된다.


방세 밀려서 집주인을 피해 숨어있어야 했던 명인호의 경우만 해도 과연 그동안 밀린 월급 받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방세도 못 냈는데 그동안 생활은 어떻게 했을까? 혹은 들어놓은 보험이 있으면 그것을 해약하고, 혹은 정기적으로 저금하던 것이 있으면 그것을 깨고, 그리고 그때마다 상당한 금전적인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넣어 온 돈은 물론 이후 기대했던 이익까지 모두 포기해야만 한다. 차라리 돈이라도 빌릴 수 있으면 그보다 좋을 수 있겠지만 과연 돈을 갚을 기약이라도 있는가. 더구나 자칫 카드빚이든 은행대출이든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최소 몇 년은 그 빚에 얽매여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과연 살아날 수 있을지 자신이 계속 월급을 받을 수 있을 지 기약이 전혀 없다.


더구나 월급쟁이의 보람이란 그저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며 꼬박꼬박 월급 받고 때되면 승진도 하는 것이어야 한다. 회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경영진이 책임질 문제인 것이다. 회사가 어떻게 얼마의 이익을 내는가 역시 경영진이 회사의 지분을 가진 만큼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일인 것이다.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그럴만한 책임도 권한도 주어져 있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따로 임원이라 부른다. 그나마 유부장이 가장 가까울 것이다. 오필립은 대주주니 당연히 그만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나머지 직원들은 어떠한가.


그래서 회사를 살린다고 회사가 직원들의 것이 되는가. 직원들이 노력해서 회사가 잘된다고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인가. 하긴 그러니까 사장이 도망가고 이번에는 쓰러지기까지 한 것이다. 가장 대주주인 오필립은 회사를 소유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틈이 생긴다. 하지만 오사장이 회사를 매각하려 할 때도 직원들은 그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월급까지 밀려가며 회사를 위해 자신의 업무 이상의 일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래도 월급이 밀렸다는 부분에서 가장 크게 걸렸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매각하려 하면서 직원들 모르게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걸렸다. 여기 말고는 달리 갈 곳이 없다. 그나마 여기에라도 붙어 있어야 뭐라도 희망이 보인다. 그래서 적자네 어쩌네 하면서도 실업급여의 금액과 지급기간을 크게 늘려 온 것이기도 하다. 괜힌 걱정 하지 말고 실업급여 받으면서 차근히 다른 일자리를 알아 보라. 하긴 그렇기 때문에 또 지겨울 정도로 각 캐릭터의 세세한 이야기들을 반복해 들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럴 수 없기에 지금 당장은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 경험으로는 안될 것 같으면 얼른 탈출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그냥 판타지다. 그래서 문제란 것이다. 처음부터 그냥 판타지로 코미디로 전개되었으면 굳이 이런 불편하고 불쾌한 생각까지 끄집어낼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현실을 소환해 버리고 말았다. 왜 굳이 저렇게 해야만 할까? 유부장이나 최반장, 송차장은 이해가 간다. 차라리 하은우의 행보가 설득력 있다. 가장 큰 패착이다. 나는 저런 아름다운 이야기따위 전혀 믿지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드라마는 드라마라는 이름 그대로 판타지로 흘러가려 한다. 사실 판타지도 아니다. 인터넷쇼핑의 장점이다. 일단 값이 저렴하고 국산이라면 이름없는 중소기업 제품이라도 주저없이 구매버튼을 누른다. 거기에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까지 있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대기업만 있는 것 같은 시장에서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비로소 제 길을 찾는 듯하다. 기대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