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모두의 거짓말 - 점입가경, 그러나 진영민 너머 어둠을 보이며

까칠부 2019. 11. 3. 17:33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진영민이 그저 정상훈과 같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형제같은 사이라고만 여겼었는데 감춰진 사연이 있었다. 오히려 이전까지 가장 크게 의심을 받았던 인동구보다도 더욱 동기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드러난다. 김서희를 대신한 조태식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정상훈을 질투했었는가?


어쩌면 원래 정상훈의 자리가 자기의 것이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정상훈보다 먼저 정영문 회장과도 가까워졌었고, 정상훈이 사장으로 앉은 신사업 역시 그가 계획하고 추진했던 것이었다. 정상훈만 아니었다면. 정상훈만 사라진다면. 그런 점에서 그동안의 말과 행동 역시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진영민이 정상훈을 납치한 진범이었는가?


시점이 공교롭다. 정상훈의 안구가 배달된 그 순간 진영민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진영민이 경찰에 체포된 이유도 바로 직전 그의 앞으로 배달된 정상훈의 발을 배달했을 때 입었던 듯한 옷이 든 상자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상자가 배달되기 직전 누군가가 보인 배신감과 분노에 집중하게 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계획한 참혹한 복수극이 아니었을까. 가장 단호하고 가혹하게 김서희는 조태식을 통해 진영민에게 묻는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이.


모든 것의 시작은 JQ를 중심으로 추진된 신사업이었었다. 신사업의 이권과 관련해서 서로 다른 주장과 이해들이 충돌하며 이 모든 사단은 빚어진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용의자다. 차명으로 상당한 땅을 소유한 인동구도, 원래 신사업의 기획자였던 진영민도, 신사업을 실제 추진한 회장 정영민도, 무엇보다 그로 인해 가장 많은 것을 잃어야 했던 사람이 있다. 그렇다면 또 너무 쉬운 것이 아닐까.


마치 그림자의 경계에 산다는 망량과 같다. 스릴러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그늘에 기생하는 장르일 것이다. 서로 다른 욕망과 이해와 주장과 사연과 감정과 판단들이 서로 얽히며 참혹한 비극을 만들어낸다. 인간이 잔인한 것은 슬프기 때문이며, 슬픈 것은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모두가 약한 인간들이다. 범인을 쫓는 형사들 역시. 어쩌면 자신의 것일지 모르는 그 그늘에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되는 이유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 것인가. 아직 또 사람들은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을 것인가. 다시 처음 시작했을 때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 의문의 여성을 떠올리게 된다. 하필 언론사 연예부에 정상훈의 눈을 배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달한 사람의 얼굴을 슬쩍 비쳐 보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다른 가능성을 생각한다.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