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이제는 흐뭇함이 대세...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까칠부 2009. 8. 30. 00:41

요즘 즐겨보는 예능이 넷 - 둘 더 늘었다 - 절친노트, 천하무적야구단, 남자의 자격, 라디오스타다. 이 가운데 라디오스타를 제외하면 - 라디오스타도 조금 그런 게 있기는 하지만 - 나머지 셋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다. 바로 "흐뭇함."

 

바로 터져나오는 웃음이 아니다. 참을 수 없이 손뼉을 치며 구르는 웃음이 아닌 어느새 흘러나오는 웃음이다. 새나오는 것도 아니고 충만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웃음이다. 누군가 그랬지?

 

"듣는 사람도 즐거워야 진짜 웃음이다."

 

예를 들어 조그맣던 아이가 어느날 다가와 옹알이를 하며 말을 걸어줄 때,

 

얼마나 기쁜가? 만일 그 아이가 자기 자식이라도 되면 기뻐 심장이 멎을 것 같을 것이다. 한 다리 건너 조카만 되어도 귀여워 미쳐 죽는다.

 

특별히 대단한 것을 해서? 아니 그 아이에 대한 애정이, 사랑이, 그 모든 것을 기뻐하며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즐거워 웃는 것...

 

절친노트는 원래 훈훈한 프로그램이었다. 빅뱅이나 원더걸스가 나와서 물을 흐리기는 했지만, 서로 사이가 소원한 연예인들을 다시금 친해지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대인관계가 서툰 김국진을 중심으로 연예인들이 하루 함께 생활하며 절친이 되고... 별 것 아닌 내용들인데 어찌나 흐뭇하던지. 특히 정규로 편성되고 첫번째 게시트이던 이지혜와 서지영 편에서는 이지혜의 인간적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는 포맷이 바뀌면서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보면 즐겁고.

 

남자의 자격이야 내가 자주 쓰니까... 웃기지 못한다고 구박을 듣지만 형님들에게 깍듯한 막내 윤형빈과 서툴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려 하는 썰렁남 이정진, 보면 허전하지만 없으면 더 허전한 이윤석 등등... 특히 석모도 자전거 여행편에서 이들의 관계가 웃기기 위한 예능 캐릭터 이상의 어떠한 끈끈한 인간적 유대로 이루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고.

 

그야말로 남자들의 이야기랄까?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남자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인정에 죽고 인정에 산다. 끈끈한 관계야 말로 남자의 이야기다. 잘하든 못하든 함께 끌어안고 가는 그 고집이야 말로 남자들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못한다고 잘라내고, 안어울린다고 잘라내고... 그게 무슨 남자? 아닐까?

 

천하무적야구단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웃기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그러나 나는 말한다.

 

"왜 웃겨야 하는데?"

 

야구라고는 잘 하지도 못하는 얼치기들이 있다. 거의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알려져도 칙칙한 - 그나마 젊은 아이돌조차 인지도는 참 바닥이다. 야구야 뭐...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어느샌가 열심히 연습도 하고 하더니만 슬금슬금 경기에 나가 선전도 하고 가끔은 이기기도 한다. 내가 직접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팀이 어느새 팀의 모습을 갖춰가더니 제법 그럴싸한 경기도 하고 한다.

 

프로스포츠의 가장 즐거운 점이 뭔 줄 아는가? 자기 팀이다. 내 팀이 있어 그 팀을 지켜볼 때 가장 즐겁다. 특히 신인부터 - 심지어 유소년시절부터 지켜봐온 선수가 있어 팀 안에서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그 아들에게서 다시 그 아들로, 그렇게 팀은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다.

 

천하무적야구단은 시청자들에게 그런 팀이다. 김창렬과 이하늘이 돌아다니며 멤버를 구할 때부터 지벼봐 온, 처음 야구가 뭔지도 모르던 마르코가 어떻게 주장을 맡게 되었는지부터 지켜보았던, 내 팀이다. 그 팀이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이기기고 하고. 이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아마 천하무적야구단이나 남자의 자격이 앞으로 대세가 될 수 있다면 나는 단언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예능의 트랜드는 흐뭇함이다."

 

억지로 수선을 피우며 웃기는 것이 아닌 자기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일체감을 느끼게 하고, 그에 대한 애정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일 짓도록 하는...

 

하긴 이미 무한도전이 그렇기는 하다. 이미 무한도전은 예능을 넘어선 예능이 되어 있다. 나처럼 처음부터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한도전 멤버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팬들에게야 지난 서바이벌편에서 고정멤버를 떨궈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글이 수도없이 올라왔던 그런 의미였다. 다만 조금 오래되었다는 것이, 오래도록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라는 것이 조금 다르달까?

 

개인적으로 천하무적야구단이나 남자의 자격에 바라는 것은 하나다. 절친노트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오버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그대로 훈훈함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웃기고자 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청자로 하여금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솔직하게 방송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재미를 위한 연출도 필요하겠지만.

 

웃기는 것만이 예능이 아니다. 웃기는 것만이 재미의 전부는 아니다. 웃기기로 따진다면야 금요일밤의 뜻밖의 강자 자기야는 그다지 웃기지 않는다. 그러나 시청율이 높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 그래서 같이 울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그 안에 있는 때문이다. 착한 웃음이다. 따뜻한 웃음이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웃기지 못한다고 질타하기 전에. 웃음 가운데도 여러 다른 웃음이 있는 것이고 모두가 같은 웃음을 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