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박승현이 그랬었는데. 어깨에 자극과 펌핑을 느끼고 싶으면 두 손 들고 서있기만 해도 된다.
공사장에서 일 좀 해 봤으면 알 것이다. 예전 작은 공장에서 잠시 알바를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하루 하고 말 일이 아니었기에 딱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들고 계속해서 날랐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아예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팔과 다리에 느껴지는 자극과 펌핑감이 장난 아니었었다. 물론 지금이니까 자극과 펌핑감이라 부르는 거지 당시는 힘들어 못하겠다는 생각이 전부였었다.
당연히 일하면서 느낀 자극과 펌핑감은 다음날까지도 이어졌다. 한 마디로 근육통 때문에 몸져누울 지경이었다는 뜻이다. 어디로 어떻게 일했는지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고스란히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팔로 이렇게 움직여서 다리로는 이런 식으로 이동하며 일했었구나. 심지어 딱 일하던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요즘 이런 식으로 다음날 일어났을 때 운동하는 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면 기분이 매우 좋다. 운동이 제대로 됐구나. 물론 당시에는 더럽게 힘들구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었다. 일에 익숙해지면 조금 괜찮아질까 하는 기대와 함께.
그러면 문제. 그렇게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며 온몸의 근육으로 자극과 펌핑감을 느끼는 노동자들은 그러면 모두 보디빌더의 몸을 하고 있는가. 매일같이 근육에 자극을 느끼며 일이 끝날 때 쯤엔 아예 해당 부위가 퉁퉁 부어 올라 움직이기도 버거운 처지의 노동자들이 그러면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처럼 빵빵한 근육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인가. 물론 그런 일 하는 대부분이 그에 어울리는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단단하다는 것이지 근육질이란 뜻은 아니다. 아마 그래서 실전근육이니 패션근육이니 하는 논란도 생기는 것일 게다. 실제 일하면서 생긴 근육과 운동으로 만든 근육의 차이를 직관적으로 그리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사실 대부분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아는 사실이다. 사람의 근육은 지근과 속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근은 상대적으로 더 오랜 시간동안 더 반복해서 쓰이는 근육이고, 속근은 제한된 시간 동안 제한된 횟수 만큼 힘을 집중해서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이다. 그리고 운동으로 성장하는 근육은 이 가운데 지근보다는 속근일 터다. 이른바 힘쓰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실전근육이라 불리우는 근육들은 역시 하루종일 반복해서 일하는 만큼 최소한의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속근과 최대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지근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순간적인 힘에 있어서는 미치지 못해도 오래도록 힘을 유지하는 데에는 특화된 몸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쉽게 지쳐버리는 보디빌더의 근육은 패션근육이다.
여기서 문제. 저중량으로 운동하며 주는 자극은 지근과 속근 가운데 어디로 향하게 될까? 딱 들 수 있을 만큼의 무게로 자극에 집중하며 고반복할 때 그 자극이란 것은 어디서 느껴지게 되겠는가. 속근만 자극을 받는 게 아니란 것이다. 지근 역시 펌핑이 이루어진다. 당연히 근육이 힘을 쓰려면 피가 몰리게 되고, 피로물질이 쌓이면 그만큼 해당부위에서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괜히 대부분 트레이너들이 고중량 운동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고중량을 들어야 자극도 의미가 있다. 그 전에 이미 고중량을 드는 순간 그 자체로 근육에 자극이 가해진다. 자극은 제대로 된 자세로 최대한의 무게를 들어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에 해당하는 것이다. 펌핑감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을 열심히 했으면 알아서 근육으로 피가 몰리며 펌핑도 따라온다. 그런데 그런 자극과 펌핑만을 위해 저중량으로 기묘한 자세를 취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근육의 원래 용도와 움직임이 있는데 굳이 다른 자세로 움직이며 자극만을 강조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스쿼트를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치로 들어올려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밀리터리 프레스도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를 온 몸으로 들어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깨 전체에 자극이라는 것이 느껴지게 된다. 밀리터리 프레스는 전면삼각근 운동이 아닌 어깨 전체를 쓰는 운동이다. 제대로 운동하면 바로 측면삼각근까지 엄청난 근육통과 열감이 느껴지게 된다. 인간의 몸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모든 힘을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서 쓰게 되면 그만큼 해당 부위에 힘이 집중되며 자극도 펌핑도 이루어진다.
그냥 안하던 동작으로 운동하다 보니 근육이 필요 이상으로 피로해진 것을 자극이라 여기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피가 몰리는 것은 펌핑이라 여기며 운동을 잘했구나 여기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근육은 힘을 쓰기 위해 있는 것이지 자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힘을 쓰지 않더라도 근육이 알아서 성장하는 경우가 분명 있기는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경우이기에 예외로 친다. 자극과 펌핑감을 위한 운동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흥미로워지는 이유다.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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