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2 - 어느새 잊혀진 서동재, 사라진 진실과 목적

까칠부 2020. 9. 20. 13:15

스릴러라기보다 군상극에 더 가깝다. 일선지구대에서 일어난 경찰의 자살사건도, 그 진실을 파헤치던 현직검사 서동재의 납치와 실종도 인간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확실히 전작과 다르다. 전작이 살인사건을 통해 그 뒤에 숨은 더 거대한 악의를 뒤쫓는 스릴러의 왕도를 쫓았다면 시즌2는 그보다는 경찰과 검찰이라는, 그보다는 인간이라고 하는 보다 본질의 문제를 드러내려 하는 중이다.

 

현직 검사가 납치되었는데 그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검찰조직은 경찰의 약점을 틀어쥔 우태하에게 축하인사부터 건넨다. 아니 목격자가 검사를 납치한 범인으로 현직 경찰을 지목한 순간 같은 검사의 손은 전화기를 들고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의 번호부터 누르고 있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받는 기자의 모습이 묘하게 리얼하다. 검찰은 언론을 이용해서 사건을 자신들에 유리한 기회로 만들고, 언론은 검찰을 통해 화제가 될만한 기사를 얻어낸다. 그 가운데 실종된 검사의 생사같은 건 누구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오로지 경찰이란 조직의 입장을 위해서. 검찰이라는 조직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선의 형사와 검사들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오로지 진실만을 쫓으려 하지만 정작 명령과 지시를 내려야 할 이들은 전혀 다른 사정과 이유를 위해 사실마저 뒤바꾸려 하는 중이다. 한여진이 오히려 과장되게 황시목에게 모든 사실들을 낱낱이 보고하며 그 사실을 굳이 확인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지금 자신들은 사건을 쫓고 있는 중이다. 납치되었다고 여겨지는 현직 검사 - 아니 그 전에 한 시민을 찾으려 하고 있는 중이다. 경찰과 검찰이라는 조직의 논리를 떠나, 서로가 속한 조직의 사정과 입장에서 벗어나, 어떤 이해와 목적과도 상관없이 그저 실종된 사람을 찾기 위해 함께 손잡고 협력해야 하는 사이다. 

 

반성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그것이야 말로 한여진이라는 경찰의 본모습이었을 것이다. 수사권조정이네 뭐네 높은 분들의 사정 따위 아랑곳없이 그저 사건의 진실만을 파헤치려 발벗고 뛰던 일선의 경찰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늦은 시간에 목격자가 범인을 봤다는 장소를 찾고, 굳이 목격자의 증언에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가 확인하려 한다. 한 편으로 믿고 있다. 황시목 역시 자신이 알던 예전의 황시목 그대로일 것이다. 처음부터 경찰이나 검찰이니 서로가 속한 조직과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에 충실하려는 것 뿐이었다.

 

경찰과 검찰의 입장이 사건을 뒤흔들고, 서로의 다른 목적이 사건을 비틀고, 심지어 또다른 개인의 목적이 사실을 헤집어 놓는다. 실종된 서동재를 찾으려 필사적인 것은 여전히 의심받는 아내 뿐인 것 같다. 그래서 경찰이 나선다. 그래서 황시목이 나선다. 그런 점에서 최빛과 우태하의 비밀스런 관계는 수사를 위해 행동을 함께하는 한여진과 황시목의 모습과 대비된다. 위에서 그들은 만나고 아래에서도 그들은 만난다. 서로 다른 목적과 이유로. 다른 동기와 이해로.

 

그래서 한 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덕분에 황시목이든 한여진이든 자신들의 존재와 개성을 드러내기에 너무 많은 다양한 군상들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야기가 되면서 개인의 캐릭터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게 되어 버렸다. 한여진을 둘러싼 경찰의 관계와 황시목을 둘러싼 검찰의 관계와, 다시 서로를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관계가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흥미롭다. 과연 이 혼란의 끝에서 그들은, 시청자는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한조의 경영권문제는 어떻게 결론지어질 것인가. 역시 이 모든 것의 끝에서 한여진과 황시목은 다시 한조와 만나게 되는 것인가.

 

여러가지로 흥미롭다. 특히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실제의 현재 이슈와 맞닿는 여러 설정들이 군상과 만나며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이야기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마치 압축된 주말드라마 같달까. 결말을 향한 선형이 아닌 그물과도 같은 관계의 구조가 이야기를 이끈다. 다만 역시 주인공답게 한여진과 황시목의 개성과 매력이 보다 강화되었으면 드라마도 더 재미있어지지 않았을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