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 전인가? 내가 처음 중량운동이란 것을 시작하고 최대한 지키려 노력하는 원칙 하나가 있다. 운동한 다음에는 술 먹지 않는다. 술 먹은 다음에는 운동하지 않는다. 술 만큼이나 고강도의 운동 역시 간을 혹사하여 상태를 나쁘게 만드는 원인이라 어디서 주워들은 때문이다.
작년 11월 초 건강검진을 받았다. 간수치가 나쁘게 나왔다. 그동안 10년 넘게 매일 술을 먹었어도 멀쩡했던 간이 유독 그날만 수치가 안 좋게 나왔다. 슬슬 나도 술을 끊을 때가 된 것일까? 하지만 상당히 애매하게 안 좋게 나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알아서 양만 조절해 마시면 되지 않을까 하는 자기합리화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어차피 앞서 말한 나름의 원칙 때문에 운동하는 주중에는 마시지 않고 운동 쉬는 주말에만 조금 마시는 정도인 것이다. 그래도 한 편으로 간수치가 불안한 가운데 자기합리화로 속이며 마시는 불편한 일상이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내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는가 깨닫게 되었다. 원래 알콜로 인해 간이 손상될 경우에는 감마지티피의 수치도 함께 높아지도록 되어 있다. 오히려 ALT나 AST는 정상인데 감마GTP의 수치가 좋지 않으면 더 심각한 간질환의 전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안 좋게 나왔던 수치는 바로 이 ALT와 AST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서도 안좋게 나올 수 있는 항목인 것이다. 비로소 그날 내가 건강검진을 받기 전 했던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말한 것처럼 야간 물류일을 하고 있기에 그날도 밤새도록 몸쓰는 일을 하고, 아직 병원에서 검진을 시작하려면 여유가 있었기에 당연하게 평소 하던대로 운동을 했었다. 금요일이니 아마 등운동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물건을 다수 나르는 일을 하고 나서 고중량을 드는 로우까지 본세트 5세트에 전후로 도합 10세트 하고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자기합리화가 가능할 정도로 애매한 간수치는 아마 그 결과가 아니었을까.
재작년까지는 건강검진할 때 운동은 커녕 몸을 쓰는 일도 거의 없이 그냥 병원을 찾았었다. 그러니까 당연하게 정상이 나왔다. 다만 운동을 시작하고 술마실 때보다 간수치는 조금 높아졌더라. 그렇더라도 여전히 정상수치였는데 역시 밤새 몸쓰는 일 하고 중량운동까지 하는 것은 간에 너무 무리가 가는 일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앞으로는 운동 마치고 나서는 그냥 자고 일어나서 멀쩡한 몸과 정신으로 술을 마셔야겠다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었다. 술을 끊을 수는 없으니 건강하게 제대로 마셔야겠지. 운동 전과 후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다만 지난 여름은 여러가지로 답답한 일이 많아 맥주 한 캔은 어쩔 수 없었다. 변명이다. 사람이 참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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