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우유를 많이 먹었던 것과 송아지요리의 발달은 관계가 깊다. 한 마디로 소젖을 먹을 송아지부터 잡아드셨으니 소젖이 남아 우유를 가공해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한국에는 새끼돼지요리는 있어도 송아지요리는 없었다. 송아지는 잘 키워서 농사에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인데 바로 먹어치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한반도에서도 고려시대 귀족들이 우유를 쳐먹기 시작하자 송아지가 굶어죽더라는 기록이 있으니 우유와 송아지의 수난사는 궤를 같이 한다 할 것이다. 지금도 젖소는 송아지를 낳으면 일단 떼어놓고 따로 젖을 먹이며 젖부터 짜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근대 사회에서는 기름이 매우 귀했었다. 튀김같은 기름을 듬뿍 쓴 요리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식물성 기름은 튀김에 부적합한 참기름이나 들기름, 올리브유가 거의 전부였고, 그나마 요리에 쓸 수 있는 기름이란 돼지를 잡아 얻은 돼지의 지방이었을 텐데 그 양이 매우 적었었다. 전통사회에서 잔치만 열었다 하면 돼지부터 잡았던 이유였다. 부침개도 원래는 콩기름이나 카놀라유가 아닌 돼지기름으로 부쳐냈던 것이었다. 아마 지금도 지방 시장에 가면 돼지기름으로 전을 부쳐내는 곳이 있을 것이다. 짜장면이며 탕수육도 원래는 돼지기름으로 볶고 튀겨내던 것이라 지금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곧잘 나온다. 단 돼지기름도 급이 있어서 요리에 쓰이는 것은 내장에서 나온 지방이었다.
중전이 우유를 물쓰듯 하고 기름까지 콸콸 부어 요리를 만드니 주변에서 기겁을 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만 튀김용으로 쓰기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고유의 맛과 향이 강한데다 끓는 점이 낮아 자칫 타버릴 수 있으니 고증오류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워낙 기술이 좋아서 참기름과 들기름으로도 튀김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도. 차라리 식물성 기름을 추출하는 기술을 전할 수 있었다면 그쪽이 더 혁신적이지 않았을까. 고온에서 튀기려 했다면 돼지기름이었을 테니 액체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도대체 지금 흔히 먹는 튀김이란 전근대사회에 얼마나 귀한 고급요리였을까.
알미늄과 같은 것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전설에 금보다 더 귀한 보물이 감춰져 있다고 해서 애써 찾았더니만 아직 전기분해법이 발명되기 전 어렵게 분리해 냈던 알미늄 소재의 검이었었다. 지금 알미늄의 가치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 철 다음으로 지구상에 많은 금속원소다. 방법을 알기 전까지 희귀하다. 면화를 재배한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면실유로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란 것이다. 콩기름도 전근대에는 없었다. 중전이 저따위로 낭비와 사치를 즐기니 나라가 망할 밖에. 그냥 든 생각이다. 유튜브 클립은 때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묘한 이야기 - 요철이와 찌빠와 페페와 간첩의 기억 (0) | 2021.02.15 |
---|---|
'기묘한 이야기' 국경을 넘어선 시대의 향수를 느끼며 (0) | 2021.02.14 |
밥이 되어라 - 앤 셜리를 보는 듯, 바로 성인으로! (0) | 2021.01.25 |
경이로운 소문 - '밥이 되어라'가 더 재미있는 듯 (0) | 2021.01.17 |
김정영의 죽음과 고조되는 긴장, 그러나 답없는 소문의 캐릭터 (0) | 2021.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