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국경을 넘어선 시대의 향수를 느끼며

까칠부 2021. 2. 14. 04:23

드라마를 보다 말고 원작자부터 찾아봤다. 스티븐 킹이겠거니. 아니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관여되었을까? 익숙하다. 아마 8, 90년대 미국 SF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설정과 장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문명의 정점에 있는 두 거대제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수많은 공포와 환상이 파편처럼 대중의 무의식에 자리하게 되었다. 분명 대부분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두 제국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비밀스런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가까운 곳에 그를 위한 비밀시설이 감춰져 있는지 모른다. 초능력과 외계인과 이차원의 연구는 그 가장 흔한 소재 가운데 하나였다. 외계인이 미국의 비밀시설에 감금되어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지 않은가?

 

하필 한국 제목까지 기묘한 이야기라서. 동명의 일본드라마가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가 참여했던 80년대 미국 TV시리즈 '환상특급'을 먼저 떠올리고 만다. 외딴 시골마을과 어린 소년들과 그리고 실종과 국가적인 음모란 그런 점에서 얼마나 익숙한 소재란 말인가. 미국에서 우리나라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모았던 것과 같이 과거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져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이 그래서 이해가 간다. 당시 미국의 SF TV시리즈나 영화, 소설 등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더구나 당시는 미국이 오랜 체제경쟁에서 소련에 승리를 거두던 황금의 시기이기도 했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전성기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더 공교로운 것은 더구나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의 드라마 '루카, 더 비기닝'을 동시에 보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비밀시설과 광기어린 과학자, 그리고 초과학적인 연구가 어쩐지 닮아 있다 여겨지지 않는가. 단지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이 '루카 더 비기닝'의 지오에 비해 나이도 어리고 세상경험도 없더라는 정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불가능한 아날로그적인 설정과 구성과 연출이 그래서 새롭기조차 하다. 아, 저 시절에는 저랬었지.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도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된다. 남의 나라 이야기인데 그만큼 당시 우리 또래들에게 미국의 문화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르고 보면 제작년도가 1980년대인 줄 알 것 같다. 이름만 가려 놓으면 스티븐 킹 원작에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이라 해도 그냥 속아넘어갈 것 같다. 오랜 꿈을 꾸는 것 같다. 마치 꿈속에서 어린 시절 보았던 외화시리즈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늙어 버린 탓이다. 어느새 향수에 기대어 드라마를 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지금 막 방영을 시작한 '루카'와의 시너지는 그래서 신선하기조차 하다. '루카'를 보다가 '기묘한 이야기'를 보다가, '기묘한 이야기'를 보다가 다시 '루카'를 보다가. 시대가 다르고 공간이 다르지만 그렇게 이야기와 이야기가 이어진다. 클리셰가 어떻고 오마주가 어떻고 결국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아닌가. 설이 즐겁다. 볼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