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그널 장기 미제사건 수사반 - 일본 드라마의 한계

까칠부 2022. 4. 24. 04:47

아마 일본 드라마 오리지널이었으면 역대급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기존의 일본드라마들과 다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지금도 내가 기억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 드라마도 기존의 일본드라마와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일본 드라마는 그렇게 인간의 감정을 깊숙이 파고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그널은 그 이상이다. 과연 일본에서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결국 김혜수와 조진웅의 존재로 인해 바로 한계를 맞이하고 말았다. 주연을 맡은 사케구치 켄타로는 이제훈에 비해 그다지 아쉬운 부분을 찾지 못하겠다. 외모는 물론 연기력까지 충분히 이제훈과 비견할만한 수준에 있다. 문제는 키치세 미치코와 키타무라 가츠키다. 솔직히 키치세 미치코는 늙었다는 것 말고 아는 것이 없으니 패쓰다. 젊은 시절을 제외하고 현재 시점을 연기할 때도 그다지 문제점을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면 김혜수와 바로 비교된다. 김혜수도 드라마로 보면 나이가 느껴지는데 그 이상이다. 김혜수가 이상한 것인가? 키치세 미치코가 못미치는 것인가? 김혜수 나이가 키치세 미치코보다 더 되었을 텐데.

 

하지만 무엇보다 조진웅과 키타무라 카츠키의 연기력과 캐릭터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미안하다. 키타무라 카즈키는 내가 아직 일본드라마를 챙겨볼 무렵에도 꽤나 조역으로 잘나가는 배우였다. 그래서 얼굴도 이름도 익숙하다. 그런데 안된다. 왜 하필 키타무라 카츠키였을까. 젊은 시절부터 현대까지 조진웅은 폭넓은 연기를 자랑한다. 섬세하고 디테일하면서도 깊이있는 감정을 그냥 날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그에 비하면 키타무라 카츠키는 연기한다는 느낌이다. 아, 씨발. 이래서야 드라마에 도무지 몰입하기가 힘들지 않은가.

 

그러고보니 장현성이 연기한 김범주 역을 맡은 와타베 아츠로는 과거 케이조쿠에서 경찰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음모의 희생양으로 꽤나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와타베 아츠로가 조금 더 젊었으면 가능했을까? 확실히 껄렁한 영기라면 와타베 아츠로는 한국 배우들에게도 레퍼런스로 여겨질 정도일 것이다. 참 아쉽다. 일단 키타세 미츠코는 젊은 시절 김혜수에 안되고, 키타무라 카츠키는 조진웅에 안된다. 그 밖에 세세한 배역들에서도 연기력에 차이가 느껴진다. 진짜 한국의 시그널은 얼마나 잘 만들어진 드라마란 것인가.

 

일본드라마를 즐겨 보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가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의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원작을 보고 싶어진다. 이제 겨우 5화인데. 일본에서 리메이크하기에는 역시 부담이 너무 컸다. 사케구치 켄타로는 꽤 연기도 존재감도 있는 배우다. 중견의 힘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아직 일본에 미치기에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의 허리가 아직은 탄탄하다. 보는 즐거움은 있다. 일본드라마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