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한석봉 어머니가 썰었던 떡은?

까칠부 2023. 5. 14. 01:46

한석봉의 어머니가 불을 끄고 아들이 글을 쓸 때 썰었던 떡은 과연 어떤 떡인가?

 

사실 이건 너무 당연해서 굳이 따로 물을 것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요상해지더나 어느새 한석봉 어머니가 써는 떡이 가래떡이라 불리는 흰떡으로 바뀌게 되었다. 정월도 아닌데 뜬금없이 가래떡을 팔겠다고 아들을 앞에 앉혀 놓고 썰고 있는 것이다. 아니 칼로 썰 수 있을 정도의 가래떡을 사다가 뭘 어쩌라고?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 떡 먹어라 하시면 그 떡은 한 가지를 가리켰다. 바로 인절미라 불리는 찰떡이다. 사실 만드는 방법은 같다. 멥살로 고두밥을 지어 떡매로 찧으면 흰떡이 되는 것이고,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떡매로 찧으면 찰떡이 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사람들이 간식으로 즐겨 먹은 떡은 후자인 찰떡이었다. 멥살로 찧은 떡은 아다시피 너무 딱딱하고 질겨서 그냥은 먹기 힘들다. 그래서 흰떡으로는 주로 국을 끓이거나 불에 구워서 최소한의 조리를 거쳐 먹었던 것이었다.

 

하긴 원래 흰떡을 겨울에 만드는 것부터 오래 보관해두고 먹기 위해서인 것이다. 한반도의 겨울은 춥고 건조하다. 말 그대로 동결건조다. 한겨울에 제대로 말려 놓은 흰떡은 그래서 꽤 오랜동안, 봄이 지나고서도 곰팡이만 조금 슬 뿐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된다. 곰팡이가 피었어도 대충 털어내고 불에 굽거나 물에 끓이면 아쉬운대로 급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래서 흰떡의 모양도 지금처럼 둥글고 긴 모양으로 바뀐 것이었다. 당장 군인들이 행군할 때 지고 이동한다 생각해 보면 이보다 좋은 형태는 찾기 힘들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겨울이 지나서는 어지간해서 흰떡을 만들어 먹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럴만한 필요성이 적어서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겨울 이외의 기간에는 먹기 좋고 맛도 더 좋은 찰떡을 만들어 먹었다. 주로 사람들이 사먹는 떡도 그래서 찰떡이었고, 떡이라고 하면 찰떡이라고 또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래서 한석봉의 어머니가 썰던 떠도 찰떡인 것이다. 한겨울에 떡국 만들어 먹으라 파는 떡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더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흰떡은 말한 그대로 수분이 적고 딱딱해서 칼로 썰려면 각이 잘 나온다. 그런데 찰떡은 찐득거리고 물컹해서 칼로 썰기가 영 망한다. 하나는 몰라도 가지런히 떡판 전체를 썰려면 어지간히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리 가지런했다면. 흰 떡이었으면 한석봉이 다시 돌아가 글쓰기 연습에 몰빵할 리 없었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 한석봉은 글만 잘 썻지 다른 건 다 젬병이었으니. 심지어 글도 선조보다 못 썼었다. 안타깝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