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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슈퍼로봇대전을 다시 즐기며...

까칠부 2023. 9. 25. 01:54

그러고보면 내가 처음 슈퍼로봇대전이란 게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 1997년 당시 내 자취방에서 내 tv로 아는 동생놈이 신슈퍼로봇대전을 하던 것을 옆에서 구경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시작부터가 메가드라이브파라. 메가드라이브 이후 새턴과 드림캐스트까지 오로지 세가 게임기만을 사용했었다. 이세계삼촌과 설정이 겹치는가? 아무튼 그런 이유로 sfc로, 그것도 32비트 게임기가 출시된 이후 발매된 슈퍼로봇대전에 대해 게임잡지라는 자체를 사 본 적 없는 내가 알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래서 신기했었다. 오, 내가 좋아하던 로봇들이 나와서 실제 싸우는 게임이 있네?

 

하지만 당시가 이미 imf로 당장 먹고 사는 것도 힘들던 때였고, 실제 일이 끊겨서 매일 만화방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삶은 계란 하나를 한 끼로 먹으며 거의 굶어죽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었던 터라 게임과는 꽤 오랜동안 거리를 두어야 했었다. 그러다가 겨우 먹고 살만해진 1999년 쯤 비로소 에뮬레이터로 한글화된 슈퍼로봇대전 4차를 처음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다. 오, 재미있었다. 건담도 좋아하고, 마징가도 좋아하고, 그랜다이저도 끝까지 보았었고, 단쿠가도 카루타라는 제목으로 합체하기 전까지 비디오로 보았었다. 단바인은 아카데미로 나왔던 프라모델의 디자인을 좋아했었고, 다이탄3, 다이모스, 콤바트라V, 잠보트3는 설정집으로 보았었다. 엘가임도 건담엘가임이라는 이름으로 복제되어 출시된 프라모델을 조립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비로소 작품을 알고 애니메이션을 찾아 보았었다. 아무튼 내가 아는, 혹은 좋아하는, 혹은 처음 보는 로봇만화의 캐릭터와 로봇들이 나와서 함께 싸우는데 어린 마음에 재미가 없을 리 없었다. 물론 나는 지금도 어리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한 슈퍼로봇대전과의 인연은 이후 F와 알파, 알파외전으로 이어지다가 2차 알파에서 그치게 되었다. 그때부터 먹고 사는 문제로 시간에 많이 쫓기게 되었던다가 관심사가 다른 쪽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PC가 따로 있는데 새로 게임기를 사기에는 여러가지로 부담이 적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PC로도 슈퍼로봇대전이 발매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스팀에서 혹시나 하고 검색했는데 슈퍼로봇대전 V와 X와 30이  떡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아, 이건 해야겠다. 그래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첫째 너무 느리다. 전투장면이 너무 길다. 아예 끄고 하라고 만든 듯 전투장면 하나가 거의 몇 분은 잡아먹는 것 같다. 주역기일수록 더 그렇다. 웨이브라이더 어택을 사용하는데 굳이 그레네이드런처를 쏘고 빔라이플을 쏘는 장면까지 넣었어야 했는가. 하긴 그렇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 올레인지 공격과 같은 총력공격이 무기로 설정될 수 있었으니 아주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투장면을 끄고 간력화된 전투씬조차도 이전 SFC시절의 전투장면과 시간적으로 거의 비슷할 듯하다. 알파에서 전투장면을 껐을 때 그냥 숫자만 나오고 끝나던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심지어 커서 움직이는 것까지 느려 터졌으니 성질 급한 사람은 꽤나 몸에 사리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둘째 전투가 너무 짧다. 농담 아니라 턴수제한이 있기는 한데 그 제한까지 플레이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거의 많아야 3턴? 4턴이면 꽤 고전한 축이다. 고전했다기보다는 이동거리가 너무 길었던 것이다. 워낙 공격력들이 좋아 어지간하면 한 방이고, 더구나 시작할 때 선빵을 칠 수 있는 스킬이며 정신기, 서포트가 넘쳐나서 그냥 한 턴이면 거의 끝난다고 보면 된다. 일부러 이것저것 키우겠다고 봐주느라 턴이 늘어지는 거지 누군가 한 말처럼 거의 슈퍼 한 턴 대전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테이지 하나를 끝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다. 그나마 30에서는 주로 함내미션으로 우악스러울 정도로 다수의 몹이 출현하는 미션이 다수 있어 남다른 재미가 있었다. 정신기가 부족해서 겔겔거리는 - 그래봐야 응원과 축복, 희망 정도지만 - 상황을 오랜만에 경험하는 것이다. 4차와 F에서는 그야말로 정신기 없어서 죽어나가는 상황이 수두룩빽빽했다. 그러니 슈퍼로봇들이 잘나가지. 원래 슈퍼로봇들은 정신기 믿고 버티는 것들인데.

 

셋째 플레이어의 편이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역시 슈퍼로봇들이 유리해진 점일 것이다. 정신기를 적턴에서도 이미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간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저 철벽 하나 던져놓고 말던 전에 비해 매번 새로운 정신기를 새롭게 세팅할 수 있으니 기체의 스펙과 상관없이 정신기만으로도 얼마든지 게임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오죽하면 내가 화를 메타스에 태운 채 감응과 선견만 미친 듯 몰아줘서 에이스를 만들어 주었겠는가. 메타스가 에이스가 될 정도면 다른 유닛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특히 30의 장점이 미션까지 많아서 이것저것 주력이 아니더라도 키워보기가 좋다. 아마 생전 듣도보도 못한 오리지날 캐릭터 말고는 거의 에이스로 만들지 않았을까. 심지어 리가 밀리티어의 아줌마들까지도.

 

아무튼 무엇보다 온라인을 통한 다운로드라 DLC도 넘쳐나서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이 가능해진 점이야 말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BGM을 오리지날 주제가로 바꿔 들을 수 있다. 엘가임은 심지어 마크2로 바꿔 타면 후기 오프닝곡으로 바뀌기까지 한다. 뉴건담일 때는 가사가 없는 기존의 오케스트라 주제곡이 흐르다가 하이뉴로 바뀌면 엔딩테마의 주제곡이 흐른다. 가오가이가는 내가 좋아하는 주제곡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참가하지 않은 작품들이 꽤 아쉽기도 하다. 역시 시대는 발전하는 것인가.

 

일단 기술은 많이 발전했으니 좋은 점이 더 많을 텐데 그럼에도 아쉬운 점도 적지 않은 것은 내가 아저씨라 그럴 것이다. 그보다는 게임기 게임에서 너무 오래 멀어져 있었다. 딱 이 정도가 게임기에는 적당한데 PC게임들은 이보다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게임플레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오히려 인터페이스의 속도였다. 커서가 움직이고 화면이 바뀌고 선택이 적용되고. 그래도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원래 이런 게임을 좋아했었다. 다음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도 PC로 동시에 발매했으면. 다음은 파이날판타지를 노려 볼 생각이다. 역시 나는 게임기보다는 PC가 더 익숙하다. 시간이 그만큼 많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