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전에는 샤아라면 아무로와 라이벌이라고 능력치에서 서로 비등비등한 경우가 많았다. 누가 하나 더 높으면 누가 하나 더 낮고 그렇게 대충 전체적인 능력치도 비슷하게 설정되고는 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그러니 하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능력치에서 샤아는 더이상 아무로와 라이벌이라고 하기에 골고루 조금씩 떨어지게 설정된다. 뉴타입 능력이야 원래 낮았고, 격투는 조금 높았지만 사격에서도 떨어졌고, 그나마 기량이 조금 높았는데 그마저 이제는 아무로가 추월했다. 남은 건 고작 방어 정도일까? 그런데 리얼계가 방어 높아서 뭣하게? 그래도 전에는 지휘능력이라도 있었는데.
그런데 정작 게임을 하다 보면 특히 최근작에서 샤아가 제작진으로부터 꽤나 편애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하게 된다. 능력 자체는 떨어지는데 게임에서의 쓸모는 오히려 샤아가 아무로보다 더 좋다. 이를테면 샤아의 복귀작인 슈퍼로봇대전 X에서가 그렇다. 사자비도 나이팅게일도 뉴건담이나 하이뉴보다는 성능이 떨어지는데 이 모든 것을 샤아가 가진 정신기 '결의'가 모두 커버해준다. 각성이 없어도 이 결의 하나로 그냥 시나리오 하나를 혼자서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로만 못하다 뿐 능력치 자체는 오히려 좋은 편이기에 샤아 자신의 능력과 리얼계 특유의 이동 및 사거리를 조합하면 그냥 혼자 보급만 받으며 시나리오를 끝내도 좋은 수준이다. 물론 아무로의 각성이 더 유용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워낙 종이장갑들이라 거의 한 방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보스전 아니면 샤아가 거의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더구나 심지어 에이스보너스로 뉴타입 레벨9도 뉴타입 중에 가장 빨리 도달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 차이는 게임을 종료했을 때 격추수 차이로 그대로 드러난다.
가장 최근작인 30은 이보다 더 심하다. 결의는 사라졌다. 심지어 리얼계의 상징과도 같은 집중이나 직감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능력치도 낮은데 이래서야 리얼계치고 크게 너프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불굴이 주어졌다. 아무로보다 딱 1 높은 방어처럼 방어를 강화하는 정신기와 필중이 주어졌다. 숙련도가 높아지면 적들도 개조가 꽤 진행되어 아무로조차도 확실하게 피할 수 있다 장담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발생한다. 물론 그래서 아무로에게는 직감이 있다. 다만 직감은 한 번 피하고 말면 끝인 1회용이다. 반면 불굴은 맞을 때까지 계속 유지되는 정신기다. 회피에 성공하면 불굴은 그대로 남아 다음에 맞을 때까지 유지된다. 괜히 불굴 하나로 생존성이 강화되었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맞기 전까지는 다시 정신기를 쓸 필요가 없다. 더불어 필중이 있으니 한 번 걸어두면 그 턴 안에서 모든 적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압박감까지 주어졌다. 4칸 이내의 적에 대해서는 1.1배의 데미지를 주는 스킬이다. 그래서 능력치도 뉴타입레벨도 낮은 탓에 공격력 자체는 낮은데 최종 딜은 항상 아무로보다 높게 나온다. 괜히 아무로에게 풀아머백식개를 주고 샤아에게 뉴건담을 준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뉴건담의 공격력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무로가 아닌 샤아다. 같은 이유로 웃소도 뉴타입레벨과 상관없이 높은 공격력을 뽐내는 v건담을 샤아에게 양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다만 결의도 각성도 없는 덕분에 풀아머백식개는 샤아와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샤아의 불굴을 보는 순간 바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원래부터도 슈퍼로봇대전을 할 때 적턴에서 공격을 받으면 명중이 0이 되기 전에는 회피 같은 건 안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더구나 리얼계라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바로 터져나가는데 확률이라는 게 단 1%의 확률이라도 가능성 있는 이상 결국 반반이라는 것이다. 방어로 막으면 최소한의 데미지로 끝나는데 괜히 회피하다 맞으면 바로 터져나갈 수 있다. 그러고보니 굳이 집중이 아니더라도 교란을 쓰면 상대의 명중률을 크게 끌어내릴 수 있기도 하다. 보다 수월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회피보다는 데미지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마징가의 철벽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정신기였다. 철벽 걸어두고 던져 놓으면 절대 죽을 일이 없다. 리얼계의 회피와 불굴이 조합되면 어지간해서 죽을 일 따위 없다. 그런데 딜까지 배수로 더 좋다.
건담팬은 대부분 샤아팬이다. 샤아를 욕하면서도 샤아팬이다. 샤아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도 결국은 샤아 팬일수밖에 없다. 우주세기 건담이란 결국 샤아의 일대기이기 때문이다. 샤아의 선택에 의해 우주세기는 움직였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샤아는 주인공일 수 없다. 를르슈처럼 적극적으로 시대를 움직이려 하는 이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주인공은 대부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이다.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더욱 지금에 와서 샤아는 편애받는다. 써보면 더욱 느끼게 된다. 웃소는 너무 떨어지고, 카미유는 반격 뿐이고, 아무로는 기본능력만 좋다. 그러고보니 쥬도도 마찬가지로 집중이 없었는데 오히려 불굴 덕분에 쓰기가 괜찮았다. 더블제타 없으니 맵병기 쓸 때마다 아쉽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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