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조용필 - 나는 너 좋아...

까칠부 2010. 3. 2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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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 좋아 - 조용필

나는 너 좋아

아직은 사랑을 몰라 몰라
그래도 우리는 좋아 좋아
알수없는 너의 고백이 내가슴을 뛰게 하지만
그런말은 너무 어려워 싫어 싫어
남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귀여운 웃음이 좋다나요
그러나 이제는 안그래요 나만의 비밀이 생겼어요
하지만 나는 너 좋아 사랑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너 좋아 사랑일지도 몰라
아직은 사랑을 몰라 몰라
그래도 우리는 좋아 좋아
알수없는 너의 고백이 내가슴을 뛰게 하지만
그런말은 너무 어려워 싫어 싫어

남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귀여운 웃음이 좋다나요
그러나 이제는 안그래요 나만의 비밀이 생겼어요
하지만 나는 너 좋아 사랑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너 좋아 사랑일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너 좋아 사랑일지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라라 라라라 라라라라

가사 출처 : Daum뮤직

 

 

 

드디어 조용필을 깔 거리가 생겼다. 조용필 안티들이여 환호하라. 열광하라.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시장이 너무 10대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너무 10대위주로 대중음악시장이 왜곡되었고 들을 음악이 없다고.  그 원흉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조용필이다.

 

그는 아이돌이었다. 시대의 우상이었다. 아니 시대 자체였다. 조용필 이전의 모든 대중음악의 종착점이었으며, 조용필 이후의 모든 대중음악의 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한국 대중음악은 완결되었고, 한국 대중음악은 다시 시작되었다. 한국 대중음악의 집대성이며 한국대중음악의 시작.

 

물론 당시에는 전영록도 있었다. 전영록이 데뷔한 것이 81년이던가? 전영록의 음악 역시 매우 소녀적인 감수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전영록의 음악은 대상을 특정하기에는 약간은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었다. 70년대 다운타운 음악의 연장선상에 그의 음악이 있다고 보면 되었다.

 

그러나 조용필의 5집에 실린 이 노래는 달랐다. 당장 가사만 보더라도 서른 넘은 아저씨가 불렀다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귀엽다.

 

"알 수 없는 너의 고백이 내 가슴을 뛰게 하지만,

그런 말은 너무 어려워, 싫어. 싫어."

 

이 뭔가.

 

"아직은 사랑을 몰라 몰라

그래도 우리는 좋아 좋아"

 

어디 아이돌의 달달한 사랑노래에나 어울릴 법한 가사들이다.

 

"남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귀여운 웃음이 좋다나요.

그러나 이제는 안 그래요. 나만에 비밀이 생겼어요."

 

딱 화자의 나이가 나온다. 막 첫사랑을 알게 될 나이의, 첫사랑을 알고, 그래서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게 될 나이의, 그러나 아직은 어리고 귀여운 웃음이 어울리는, 그래서 더욱 어른스럽고 싶어지는...

 

다시 말하지만 당시 조용필은 서른세살이었다. 지금 아이돌 가운데서도 이 노래를 제대로 소화할만한 걸그룹이란 없다. 나이로 보면 F(x)나 포미닛이 어울리기는 하지만 워낙 컨셉 자체가 다르고, 그나마 카라가 비슷하기는 한데 최연장자인 두 멤버가 벌써 스물셋이다. 그런데 조용필의 나이 당시 서른셋.

 

확실히 내 기억에서도 저 노래는 참으로 귀엽게 기억되고 있었다.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한껏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부르면 좋을 것 같은. 첫사랑에 수줍어하는 발그레한 젖살들이 떠오를 것 같은 그런 노래들이었다. 그러나 당시 조용필의 나이는 서른셋. 다시 말하지만 서른셋.

 

그럼에도 노래를 듣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다. 조용필의 목소리를 그리 싫어하던 나조차 이 노래에서는 조용필의 목소리를 전혀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묘하게 절제된 조용필의 목소리로 인해 더하고 뺌 없이 소녀적인 그 귀여운 감수성이 더욱 간결하게 전해진다고나 할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귀여운 가사에 멜로디이건만 그러나 그래서 노래는 놀랄 정도로 담담하고 유려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노래를 단순한 10대취향의 노래라 단정짓는 것은 성급하다. 가사와 멜로디야 그렇지만 그 뒤에 깔린 사운드는 분명 원초적인 하드하면서도 경쾌한 락의 그것이었다. 특히 중간의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격렬한 기타의 애드립을 듣고 있을 때면 이 노래가 1983년에 나온 노래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들국화 1집이 나온 것이 1984년, 부활, 시나위, 백두산의 트로이카가 나타난 것이 1986년이었다. 결쾌하게 내달리지만 그러나 묵직하게 받쳐주는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조용필 음악만의 특징이랄 신서사이저의 화려함. 그러나 멜로디만큼은 마치 동요인 양 쉽고 간결하며 달달하고 귀엽다는 것이다.

 

가끔 생각한다. 이승철의 소녀시대가 그랬듯 누군가 걸그룹 가운데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팀이 있으면 어떨까. 조용필이라는 이름값이 너무 무거울까. 그러나 그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발그레한 얼굴로 부르는 것을 들어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저씨만의 로망이랄까.

 

아무튼 모든 것이 최초고 최고이지만 10대위주의 현 대중가요의 흐름 역시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조용필이라는 것이다. 10대를 위한 격렬하고 경쾌한 사운드와 10대의 소녀적 감성에 어울리는 달달하고 귀여운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당대의 슈퍼스타 조용필. 이로부터 10대를 대상으로 한 박혜성, 이승진, 김완선, 이지연 등의 10대 가수들이 데뷔하고 있었고, 소방차와 같은 댄스그룹도 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나타난 서태지.

 

안노 히데아키가 테즈카 오사무를 일컬어 이리 말했다던가.

 

"테즈카 오사무는 신이다. 그러나 신 가운데 악마다."

 

재페니메이션이라는 말이 있게 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또한 그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지금이 10대위주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도 조용필이...

 

물론 농담이다. 조용필의 노래 가운데도 소녀적인 감성을 담은 노래들이 적잖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조용필이 특별히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나는 너 좋아"도 단지 그런 한 부분일 뿐이다. 조용필의 음악을 이루는 한 부분일 뿐 이것이 조용필의 음악을 특정할 어떤 것은 될 수 없다. 말했듯 당시에는 10대소녀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영원한 오빠 전영록도 있었는데. 소녀적이라면 전영록의 음악 쪽이 더 소녀적이었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수줍고, 애처롭고.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라면 해외의 팝에 의존하던 10대의 음악적 취향을 가요로 돌려놓은 점이라 할 것이다. 이전까지 가요란 어른들이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린 세대에서는 가요를 듣기보다 팝을 들었다. 그런데 그들로 하여금 그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제공함으로써 가요를 듣도록 했으니.

 

국내 대중음악이 최소한 국내에서 팝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조용필을 통해서였다. 젊은 세대가 - 어린 세대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들려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가요를 듣게, 가요의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한국 대중음악계 역시 10대의 가능성을 주목하여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음악을 생산하게 된 것이었고. 다만 그 결과가 지금의 상당히 이상한 형태로 왜곡되어 나타난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조용필에게 탓을 돌리기에는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와 사회 전반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노래도 다시 듣고 무척 놀랐던 노래 가운데 하나였다. 그 귀엽고 달달하던 노랫말과 멜로디 뒤에 이런 사운드가 숨어 있었는가. 그리고 음악이 나온 때를 보고 또 놀라고. 아, 당시도 벌써 이런 음악이 있었구나.

 

지독스럴 정도로 10대의 소녀적인 감성에 충실한 노래지만 그러나 오히려 서른 넘은 아저씨가 불러 더 어울리는 노래. 아니 이제 60이지. 어쩌면 그런 아저씨가 불러야 더 귀엽고 깜찍하고 달달하지 않을까.

 

기타에 귀를 기울여 보기 바란다. 드럼에도. 베이스에도. 신서사이저에도. 바로 이 앨범이 조용필의 음악이 완성되었다는 "한강"이 수록된 5집이었다. 귀를 기울이면 그 시절의 보물들이 찬란하게 쏟아져 내린다.

 

밤이 새삼 수줍게 미소짓고, 나 역시 들떠 어느새 발그레 웃음을 머금고, 그때는 나도 그랬었느니...

 

인간은 결국 순수를 동경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자가 소녀가 되는 이유일 것이다. 누가 되었든. 언제가 되었든. 항상.

 

그 시절의 계집아이들과 지금의 나와 지어지는 한 줄기 흐뭇한 웃음으로. 좋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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