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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워:삼국 - 차라리 장수제였으면...

까칠부 2024. 11. 1. 19:45

토탈워:삼국-이하 삼탈워-를 하면 할수록 더욱 깨닫게 된다. 이 게임은 원래 장수제로 나왔어야 했다. 이건 도저히 군주제로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최소한 내 판단은 그렇다.

 

그다지 관심도 없고 애착도 가지 않는 무장들을 데리고 직접 번거롭게 마우스 움직이고 키보드 두들겨가며 긴 시간 전투를 치르고 싶지 않다. 하물며 정사든 소설이든 아예 등장한 적도 없는 가상인물들이 거느리고 있는 병사들을 귀찮게 지휘해가며 직접 전투를 치르는 것은 그냥 피곤하기만 한 것이다. 그냥 딱 삼국지에서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 조조, 장합, 하후돈, 하후연, 손책, 주유 정도나 굳이 번거로움을 감수해가며 직접 컨트롤하고 전투를 치러도 재미있는 것이지 나머지는 대충 자동전투로 넘기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그러니 딱 맞는 장르가 있다. 삼국지13에서 조운으로 플레이하면 조운이 빠진 관우 장비의 전투는 그냥 숫자로만 표기될 뿐 나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그래서 떠오르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아마 대만 게임이었던가 삼탈워와 초기화면이 비슷한 게임이 하나 있었다. 유비가 주인공인 RPG였는데, 유비측 무장들이 파티원이 되어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진행되는 방식의 게임이었다. 여기서 병사들은 각 무장들의 HP였고, 각종 책략이나 전술들은 마법처럼 MP를 소모하고 있었다. 그렇게 차라리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으로 전투만 지휘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면 그나마 조금은 더 이입하며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전장 또한 어지간히 많은 수준이 아니다. 각 지방을 일일이 쪼개서 지역 하나마다 정착지를 몇 개나 두고 있는 탓에 그 정착지를 다 점령하려면 진짜 하세월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모두 직접 지휘를 한다 해 보라. 나중에는 그냥 습관적으로 자동전투로 넘기게 된다. 더구나 그렇게 전투를 치르는데 지휘관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가상인물이면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실제 지휘하게 될 유닛들이 개성이 명확하고 서사가 분명해서 이입할 여지가 있는가면 그것도 아니다. 역시나 취향의 차이일 텐데 내게는 삼탈워보다는 코에이의 삼국지가 훨씬 더 낫다. 물론 전투는 삼탈워가 훨씬 우위에 있다. 아, 외교도. 외교전이 꽤 재미있기는 하다. 그런데 또 삼국지와 맞지 않는 것이 한참 하다보면 전선이 없어진다. 아주 서로의 영토가 뒤섞여서 선전포고라도 하면 진짜 아싸리판이 난다.

 

다만 그럼에도 삼국지8은 내가 그다지 애정없이 했던 시리즈이기도 했던 터라. 삼국지6 이후 9까지 내 기억에서 거의 삭제되다시피 했다. 그리고 삼국지 11에 이어 삼국지12도 그렇게 내 기억에서 삭제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삼국지13에 대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다. 삼국지라고 하는 프랜차이즈 안에서 구현할 만큼 했다고 여기는 편이다. 다만 삼국지14는 너무 빨리 질렸다. 다시 해보려 했더니 너무 지겹다. 그런데 삼탈워가 그런 상태다. 한 달 좀 안되게 했는데 공손찬으로 통일하고 다시 손견으로 하려니 영 손이 가지 않는다. 삼국지가 아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발매할 당시에 해보지 않고 미뤘다가 할인 세게 하고 나서야 겨우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 여기게 된다. 그때 내 돈 주고 사서 했으면 피눈물 조금 쏟았을 것이다. 가격도 그리 싸지 않던데. 그런데 내 취향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어딘가 핀트가 살짝씩 어긋난 느낌? 미디블 토탈워는 꽤 재미있게 했었다. 삼국지라서 문제일 것이다. 아마도. 코에이 삼국지만 너무 오래 한 탓인 듯.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