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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늦은 삼국지:토탈워 리뷰, 돈아깝다

까칠부 2024. 10. 21. 00:40

게임개발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게임을 제값 주고 사는 경우가 아예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없는 편이다. 일단 최신게임을 당장 사서 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그럴만큼 하드웨어에 투자할 여력도 없으며, 무엇보다 새로운 게임을 맨땅에 헤딩하며 시작할만한 시간도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탈워:삼국도 얼마전 할인을 쎄게 하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사서 할 수 있었다. 오래전 미디블:토탈워를 재미있게 하기도 했어서 사람들이 그리 재미있다고 하니 진짜 재미있나 보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사서 2주 가까이 띄엄띄엄 즐겨 본 감상은 한 마디로 참 지루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시스템 자체가 그다지 직관적이지 못하다.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들이 얼마나 유저들을 생각해서 많은 고민을 하며 만든 것들이었는가 새삼 깨닥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부대를 운용해가며 전투를 치르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기는 한데, 그것도 한두번이지 저 많은 전장들에서 일일이 모두 전투를 지휘하려 하니 그것도 지겹고 질린다. 아니 거의 초반 좀 넘어가면 대충 병력 꽉꽉 눌러 채워서 두 부대 이상 붙여 밀어넣고 위임으로 넘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면 코에이 삼국지와 사실상 차별점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러면 전장에서의 실시간 전투지휘라는 토탈워만의 장점을 배제했을 때 과연 토탈워:삼국-이하 삼탈워-가 코에이 삼국지보다 얼마나 더 낫던가. 그냥 기계적으로 건축물 찍어 올리고, 때 되며 개혁항목 골라서 찍어 올리고, 그리고 어느 정도 병력이 모이면 그것으로 적당한 대상을 찾아 진군시켜 영토를 넓힌다. 그 과정에서 고용된 무장이 얼마나 있든 사실상 실제 쓰이는 것은 극히 일부라 삼국지 게임치고 포로로 잡히면 바로 참수해 버리는 것이 너무나 거리낌없이 자연스러웠다. 나중에 상대의 세력을 무너뜨리고 무장들을 휘하에 고용해야겠다는 목적이 없는 이상 그냥 귀찮은 상대는 죄다 잡자마자 목을 베어버리는 편이 여러모로 속편한 때문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삼국지는 소설에 등장하는 명장, 재신, 모사들을 죄다 끌어모아 최강의 진용을 갖추는 재미라는 것이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생성무장들로 진용을 아무리 잘 꾸려봐야 애착도 없고 재미도 없다. 삼국지는 결국 캐릭터 게임이다.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을 휘하에 두고 마음껏 휘두르는 것이야 말로 게임을 하는 진정한 묘미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졌으니. 

 

아예 변별이라고는 없는 복사무장부터가 그냥 한숨만 나오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소설이나 정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이었는데 정작 게임에서는 아무런 개성 없이 양산형 얼굴을 하고 그 특색조차 애매하게 등장한다. 더구나 등용해서 인사하고 운용하는 것도 역시나 무척 번거롭다. 유비로 플레이하면서 관우와 장비를 앞세우고, 여포와 장료와 서황에게 군사를 나누어 곽가와 순욱과 주유의 도움을 받아 천하를 경영하는 재미를 이 게임에서는 전혀 느껴볼 수 없다. 그런데 내정은 이를 데 없이 단순하고, 거기다 전장까지 너무 넓고 많아서 머리와 손만 쓸데없이 분주하다. 그러고보면 예전 미디블 할 때는 전 지도가 지역별로 나뉘어 있어서 오히려 초창기 삼국지를 하는 것처럼 플레이가 꽤나 직관적이었었다. 진짜 쓸데없이 하드웨어가 크게 발달했다고 지도까지 넓히고 잘게 나누어 놓은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다 버그가 심하다. 진짜 쌍팔년도도 아니고 혹시라도 중간에 튕길까봐 게임하다 말고 몇 번이나 저장을 다시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또 저장한 것을 다시 불러낼 때마다 랜덤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때문에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쓸데없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아주 운이 좋아서 꽤나 좋은 이벤트를 만나게 되어 신이 나서 플레이하다가 갑자기 게임이 튕기면서 전혀 반대되는 이벤트를 보게 되면 기분이 어떠할까? 계속 기분좋게 게임을 하고 싶을까? 더구나 어차피 병종도 무장도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 전투도 거의 반복된 패턴이기 일쑤라면 게임에 대한 흥미를 계속 가져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른 것보다 진짜 버그 때문에 튕기고 다시 실행하고 튕기고 다시 실행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절로 현자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몇 가지 장점을 꼽아보자면, 일단 어째서 조위가 중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서도 제갈량의 북벌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는가 어느 정도는 구현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 하나를 가장 먼저 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란이 진짜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유비와 장비, 관우, 조운, 제갈량, 방통이 전장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동안 후방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진압할 부대도 따로 몇 개 씩 운영해야 한다. 나중에 돈과 식량이 썩어 넘쳐나면 세율을 낮춰서 반란횟수를 줄여 볼 수도 있을 테지만 초반에는 세율을 낮추면 아예 세력 자체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반란군들과 싸우며 버텨야만 한다. 더구나 여기에 전체 부대제한까지 있으면 방어전이 아닌 이상 실제 다른 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일정 이하로 고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진짜 실제 역사에 맞게 잘 구현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미 많은 병력을 운용하고 있는 상대와 전쟁을 벌일 때 주력군을 한 곳에 모아 상대의 전투력부터 부수는 방식의 전투는 삼국지의 그것과는 또다른 전장의 긴박감을 느끼게 해 주는 요소다.

 

아무튼 미디브리:토탈워를 해 보고 그동안 토탈워 시리즈를 아예 하지 않아서 그런가 여러가지로 실망이 컸던 게임이었을 것이다. 일단 실시간 전장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한두번은 재미있는데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면 아주 질리게 된다. 게임의 때깔마저 우중충하다. 그런데 또 그러면서도 코에이의 삼국지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으니 삼탈워가 훨씬 잘 만든 게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역시나 재미가 없다. 가장 큰 문제다. 돈아깝다. 잠시 미뤄 두었던 페르소나5 2회차나 다시 시작해야 할까? 또 돈을 허공에 날렸다. 세일이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