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탕수육, 부먹과 찍먹의 이유- 너무나 달라진 탕수육에 대해

까칠부 2024. 11. 4. 14:26

탕수육을 주문해 먹지 않은 지가 꽤 된 것 같다. 인간적으로 너무 돈이 아깝다.

 

오래전 탕수육이라고 하면 소스에 오만 과일과 야채가 들어가 있어 한 눈에도 꽤나 풍성해 보이는 '요리'였다. 하긴 고작 고기튀김에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낸 소스를 곁들여내는 요리를 굳이 특별한 날에 짜장면의 몇 배나 돈을 내가며 사먹을 이유따위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지금 탕수육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라 말하기 힘들다. 원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였으니 탕수육이 중국집을 대표하는 '요리'로 대중에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당장 생각나는 탕수육 소스의 재료만 해도 기본이 되는 식초와 설탕, 전분에, 당연하게 죽순도 들어가고, 당근과 양파와 파와 양배추와 그리고 사과, 귤, 파인애플, 목이버섯, 그리고 또 뭐가 더 있더라? 아무튼 아주 다양한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어서 튀김옷을 입혀 튀긴 고기와 곁들여 먹으면 새콤달콤하면서 아삭한 맛이 튀긴 고기의 기름진 맛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말 그대로 '요리'다운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런데 지금 탕수육은... 일단 소스가 아주 깨끗하다. 딱 튀긴 고기 찍어먹기 적당한 소스다.

 

아마도 이래서 찍먹이 유행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소한 2000년대 초반까지 탕수육 먹는데 찍먹부먹 논란 같은 건 없었으니까. 당연하게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서 소스에 들어간 재료들을 함께 곁들여 먹는 요리였으니. 그런데 곁들여 먹을 재료가 빠진 심심한 소스가 나오게 되면서 아마 그냥 찍어 먹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거꾸로 찍어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스의 재료들이 괜한 잉여로 여겨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지금 탕수육 소스는 찍어 먹는 것이나 부어 먹는 것이나 크게 차이를 느끼기 힘들게 바뀌어 있는 상태다.

 

하긴 탕수육의 고기튀김 자체도 직접 고기를 썰어 튀김옷을 입힌 뒤 튀긴 것이 아닌 공장에서 튀겨져 나온 것들을 한 번 더 튀겨 내 오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소스 역시 그런 식으로 아예 공장에서 다 만든 것을 가져다 야채만 넣어 한 번 더 끓인 뒤 내놓는 경우가 오히려 더 흔할 것이다. 역시나 IMF이후 중국집 주방장들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요리보다는 그냥 팔기 위한 상품으로써 메뉴들을 관리하게 된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탕수육을 부어먹네 찍어먹네 논쟁까지 치열하다. 원래대로 만들면 그런 논쟁 자체가 의미없어지는 것을.

 

과일과 채소가 듬뿍 들어간 채소에 한 번 튀긴 고기를 찍어 먹어보라는 것이다. 찍어 먹더라도 결국은 젓가락으로 재료들을 같이 집어서 곁들여 먹어야 제 맛이 즐일 수 있게 된다. 그런 원래 탕수육은 부먹찍먹 논쟁이 성립할 수 없는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국물만 멀거니 있는 소스라면야 찍먹도 의미가 있겠지만. 시켜먹고 돈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고기도 분명 시판용 고기다.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튀겨먹던 고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런 것을 2만원이나 받아 쳐먹다니. 물론 배달비까지 부담해야 할 테니 남는 것도 별로 없을 테지만.

 

대량생산과 유통이 오히려 상품을 열화시키는 또 하나 사례일 것이다. 탕수육은 돈이 아깝다. 맛 이전에 모두가 공감할 사실일 터다. 예전 탕수육을 기억하다면 더욱. 부먹찍먹 논란의 진짜 이유일 것이다. 그냥 냉동탕수육 사다가 튀겨먹는 게 더 나을 지 모르겠다. 한 편으로 무척 아쉽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