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줄리엣과 백설공주가 흑인이고 히스패닉인 이유? 미국이니까!

까칠부 2024. 12. 29. 01:10

어째서 백인들만 나와야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백설공주'에 흑인과 히스패닉이 나오는가. 심지어 생긴 것도 백인같지 않다. 혐오스럽다. 그러면 묻는다. 한국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려면 백인배우를 데려다 써야 하는 것인가? '백설공주'를 만들려 하면 유럽으로 가서 찍어야 한다는 뜻인가?

 

한국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려면 당연히 한국인 배우를 써야 한다. 고증에 맞지 않아도 한국에서 만드는 작품이니 주인공도 당연하게 한국인인 것이 맞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내용 역시 한국식으로 바꾸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한국 전래동화로 알고 있는 '콩쥐팥쥐'일 것이다. 아마 대부분 한 번 쯤 그런 의심을 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라는데 '콩쥐팥쥐'와 유럽에서 쓰여진 '신데렐라'의 구성과 구조가 너무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원래 '콩쥐팥쥐'는 '신데렐라'를 번안해서 나온 것이었으니. 그래서 구한말의 당시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핵심적인 내러티브만 유사한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려 하니 흑인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고 하는 것이다. 미국인이니까. 백설공주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미국인 배우들로 영화를 찍으려 하니 히스패닉인 주인공이 캐스팅될 수 있는 것이다. 히스패닉 역시 미국인이니까. 그러면 이전에는 어째서 그러지 않았는가? 이전까지는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미국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그래서 디즈니의 유명한 만화영화 캐릭터 가운데 흑인이 없는 것이다. 흑인 뿐만 아니라 히스패닉도, 아시안도, 아메리카 원주민도 등장하지 않는다. 초기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만화영화를 보면 흑인을 연상케 하는 악역이 등장할 뿐이다. 미국 드라마에서 흑인이 고정적으로 출연한 것도 거의 스타트랙이 처음이었었고, 흑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칼라피플'이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 이전까지는 음악도 흑인음악은 따로 취급되었을 정도였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흑인을 비롯 히스패닉과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들이 당당한 미국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당연하게 한 자리씩 차지하게 된 것이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것이 흑인이고 히스패닉이고 아시아인인데 백인만 영화에 나오는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흑인과 백인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사랑이야기에 백인들만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아름다워서 질투받는 공주의 이야기를 그리려 할 때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스패닉이 그 주인공일 수도 있는 것이고. '인어공주'가 흥행에서 실패한 이유는 다만 그럼에도 그를 위한 서사가 너무 안이하고 불성실해서 그런 것이지 흑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더 웃기는 것이 미국에서 백인들이 원래 백인들만 나오던 작품에 유색인종이 나온다고 불만을 갖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흑인에게도 차별받는 아시아 원숭이 새끼들이 왜 그것 가지고 저 지랄들이냐는 것이다. 지들이 자기 돈으로 그게 좋아 보이니 그렇게 만들겠다는데 흑인만도 못한 아시아 원숭이 새끼들이 흑인 못생겼다고 벌써부터 생지랄들이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이 바로 고증, 언제부터 줄리엣이 흑인이고 백설공주가 히스패닉이었는가?

 

그러면 묻게 되는데, 그렇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고증에 맞게 만들려면 이탈리아계 배우들만 써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가? 쓰기는 세익스피어가 썼어도 이야기의 배경은 어디까지나 이탈리아니까. 이탈리아인 귀족 젊은이들의 이야기일 것이고. 아, 나이도 맞춰야겠구나? 줄리엣이 16살이었던가? 14살이었던가? 백설공주는 반드시 독일인을 캐스팅해야 한다. 그것도 독일 귀족 출신 가운데 캐스팅해야 맞을 것이다. 그런 걸 뭐라 그러느냐면 병신헛소리라 그러는 것이다. 한국에서 백설공주 만들면 흑인에게도 차별받는 아시아 원숭이가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시나리오도 고쳐써야 한다. 그래서 잘 만들면 흥행하는 것이고 못만들면 욕을 들어먹는 것이고.

 

미국인도 아닌 것들이 미국인들이 만드는 영화의 캐스팅 가지고 지랄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어이없고 웃기는지. 점잖게 쓰려다가 포기한 이유는 그 이유가 너무 한심해서다. 언제부터 PC의 반댓말이 시장주의가 됐을까? PC의 반댓말은 잘못된 역사의 편이다. 그나마 잘 써줘서 자유의지주의다. 그러니까 백인들이 아시아 원숭이들을 마음대로 차별해도 자기 자유라는 사상이다. 줄리엣은 원래 백인이었다? 아니, 이탈리아인이었다. 이탈리아인도 남부와 북부가 생김이 조금 다르다고 들었다. 백설공주는? 독일인이 쓴 이야기니까 당시 독일의 군주 중 하나였겠지.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