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반PC의 이유? 미국과 한국의 PC와 반PC의 차이

까칠부 2024. 12. 15. 19:39

뭐가 문제인지 알았다. 왜 이렇게 PC, PC거리며 난리들인 것인가? 왜 반PC를 부르짖으며 오만데다 PC를 갖다붙이는가? 유튜브에 달린 어느 댓글에 답이 있었던 것이었다.

 

"개발자를 뽑지 않고 정치선동가를 뽑는다."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이미 미국사회에서는 한국과 달리 여성이나 유색인종, 혹은 소수성애는 더이상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미국의 주류 평범한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하나의 상식으로써 공유한다. 더이상 성별과 피부색, 그리고 성적지향, 혹은 외모로 차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도 기꺼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속마음이야 어쨌든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은 그에 맞춰 이미 공감대가 이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PC라는 것은 그 이후, 그 다음에 대한 것이다. 어디까지 얼마나 어떻게 더 그들을 배려해야 하는가? 한국 인터넷에서처럼 모조리 배제해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흑인은 못생겼다. 히스패닉도 못생겼다. 그러니 영화 주인공으로 맞지 않는다. 지금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PC논쟁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일차원적인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저 주인공이 뚱뚱해서 싫다. 바이섹슈얼이 등장한다는 게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거부하겠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주류 일반인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거의 일상적으로 받아온 세대들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바로 가까이에 흑인이 있고 아시아인이 있고 히스패닉이 있고 게이나 레즈비언이 있다. 그들이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섞여 살고 있다. 자기가 게이라고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 한 번 잘못 했다가 매장당하는 시절은 이미 기억에도 없는 먼 과거의 일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이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 게임 등에도 그런 그들의 상식이 반영된다. 

 

생전 흑인이나 히스패닉과 같이 어울려 볼 일도 거의 없고, 자기가 게이나 레즈라고 커밍아웃한 사람과 함께 있어 볼 일도 더욱 없으면서, 무엇보다 이성과 사귀어 본 경험조차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없을 한국 네티즌과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자기들이 알던 상식대로 만들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것을 정치선동이라 부른다. 미국에서 반PC라 부르니 자기들과 같은 수준일 것이라 여기고 무지성적으로 추종한 결과인 것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양성과 반차별, 반혐오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 적 없는 한국의 상식이 그들과 같을 것이라 착각한 대단한 오해의 결과였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상식인들이 한국에 와서는 PC에 매몰된 정치선동가로만 보이게 된다.

 

이를테면 어느 웹소설을 보면 미국의 PC가 미쳐 돌아가서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이 흑인과 히스패닉과 아시아인과 백인으로 이루어졌다 묘사하고 있기도 한데, 이미 1980년대 미국 전대물에서 가족이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 드라마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일정 수 이상의 주역캐릭터가 있으면 그 중 하나는 반드시 흑인이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인이거나 히스패닉이었다. 여성이 한 명 끼어 있는 것은 일본에서도 지켜온 유구한 정통이다. 예수를 흑인으로 설정하는 것도 1970년대 흑인운동 이후 대중문화에서 흔히 차용하는 요소 중 하나였고, 그 밖에 원래 남성이나 백인들로 설정되어 있던 이들을 다양한 성별과 인종으로 바꾸는 시도는 꾸준히 이루어져 온 것들이었다. 일본에서만 모에랍시고 아더왕을 미소녀로 바꾸고 그랬던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니, 더구나 미국의 대중문화 컨텐츠가 전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지 않는 지금 더욱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게 문제였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저 코딩도 제법 잘하고, 모델링도 꽤 하는 것 같아서 상식인 가운데 직원을 뽑았을 뿐인데, 그래서 그 상식을 기반으로 컨텐츠를 만들었을 뿐인데, 어디선가는 그것을 정치선동가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었을 게다. 그저 익숙하지 않으니까. 자신들에게 생소한 것이니까. 그런 것들을 이해해 보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도 귀찮은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주류가 되어 있는 것이고. 정작 PC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혐오와 차별이 일상인 아시아의 나라에서. 차별은 본능이자 전통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반PC를 주장하기에는 한국사회가 아직 PC라는 것을 제대로 말조차 꺼내 본 적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런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PC와 이미 오래전부터 그에 대한 논의와 직접적인 행동이 있어 온 선진사회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PC에서 배려하는 대상에는 그토록 PC를 욕하고 있는 아시아의 노랑원숭이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자기들이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미국사회의 주류에 아시아인과 흑인과 히스패닉 가운데 누가 더 많이 올라가 있을까? 누가 더 차별의 대상이고 배제와 소외의 대상일까? 가장 어이없는 부분이다. 아시아의 노랑원숭이들이 흑인과 히스패닉을 차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심지어 무려 백인인 성소수자를 혐오할 수 있다는 것이. 그러면서 반PC를 부르짖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이 좀 지긋한 인간이 저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것을 보고 학을 뗀 적이 있었다. 적어도 나랑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데 아마 종교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종교는 언제나 한결같으니까. 한심한 것이다. 반PC를 주장하기 전에 PC가 뭔지부터 제대로 기준을 정하던가. 그저 우습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