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남자 게이머에게 여성 캐릭터의 의미? PC와 반PC를 넘어선 근본과 본질

까칠부 2025. 1. 31. 00:20

그러니까 게임하는 입장에서 나를 대신할 캐릭터로 덩치만 큰 사각턱 야만인도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게임에 따라서는 뚱뚱하고 깡마르고 땅꼬마에 코만 큰 캐릭터라도 오히려 현실감을 높일 수 있으니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더 자신이 게임 속에 있는 것 같은 몰입도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아니지 않은가?

 

일단 나는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바이섹슈얼도 아니다. 내가 게임에서 여자캐릭터를 고르는 이유는 내가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타자로서 게임속 여성캐릭터를 관찰하는 입장에 있고 싶은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속 여자캐릭터라는 것은 내 입장에 있어 철저한 관상용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관상용이 내 미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인종이 무엇이고 외형이 어떻고를 떠나서 일단 최소한의 보는 즐거움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가 남성들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 많은 게임들이 그런 남성유저들을 대상으로 기획되고 디자인되어 제작되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런 남성들이 게임속에서 자기가 아닌 다른 성을 대하는 의도나 목적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어째서 남성들은 자신과 다른 성별인 여성을 선택해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가. 그런 기준에서 여성캐릭터들의 매력이 그러한 요구에 합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가.

 

물론 그럼에도 바바리안이라면 여성이라도 바바리안적인 특징을 갖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성별과 상관없이 드루이드다워야 하고, 몽크다워야 하며, 팔라딘다워야 한다. 때로 덩치가 커질 수 있고, 때로 말라깽이에 키만 훌쩍 클 수도 있으며, 기괴한 문신이 있을 수 있고, 생긴 모습이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직업이 그런 것을 뭐라 하는 것도 병신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디아블로 하면서 캐릭터 못생겼다고 시비거는 경우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내 기준으로 죄다 못생겼는데 그게 또 게임과 맞아 떨어지니까. 그런 정도 설득력을 갖춘 경우가 아니라면 역시나 고려할 부분이다. 나는 역시 사내새끼 궁둥이보다 여성의 등을 보면서 게임하는 것이 더 즐겁다.

 

변태라? 아니 남들과 비슷한 사고를 가지는 인간이 몇 십만, 아니 몇 백만 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서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추고, 남들 다 놀러다니는 연휴에 골방에 틀어박혀 게임캐릭터 엉덩이나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뻔히 남들 다 하는 플레이는 지겨워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짓들을 반복하면서 거기서 쾌감을 얻는 놈들은 변태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 부를까? 세상엔 이런 놈도 있고, 저런 놈도 있고, 그런 것이 곧 다양성인 것이다. 아예 플레이어의 성별에 따라 캐릭터의 성별까지 강제하지 않는 이상 게임속 여성캐릭터는 단순히 여성유저들을 위한 아바타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게임시장이 커지면서 개발자들도 정상인들이 많다 보니 그같은 게임유저들의 속성마저 잊게 된 것은 아닌가.

 

비싼 돈을 들여 산 게임을 어렵게 낸 시간을 할애해 즐기면서 그다지 시각적으로도 즐겁지 못한 캐릭터만 보고 있기란 유저 입장에서 꽤나 괴로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만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이른바 반PC논란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을 것이다. 오만데다 PC를 갖다 붙이는 것도 꼴사납기는 한데, PC든 뭐든 게이머들이 보다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가 당장 보이는 것에 대한 일차원적인 반감과 혐오감으로 즉각 튀어나오게 되는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내가 게임캐릭터를 보는 목적은 그게 아닌데, 아니면 그만한 이유라도 설명해주어야 하는데, 그냥 그렇다고 대충 던져 놓으면 나랑 놀자는 것인지 나를 놀리는 것인지 어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도 게임할 때 남자캐릭터야 대충 만들어도 되는데 여자캐릭터는 예쁘고 잘빠진 게 더 좋다는 것이다. 별다른 설명이 없다면 얼굴도 예쁘고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빵빵하고 팔다리도 길쭉한 날씬하고 날렵한 캐릭터가 내 눈앞에서 나를 즐겁게 해 주는 쪽이 더 좋다는 것이다. 굳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 모드부터 찾아 헤매는 이유다. 특히 할인 세게 하는 만든지 조금 된 게임들을 주로 즐기다 보니 그런 쪽에 관심이 더 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굳이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그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럼에도 나로 하여금 못생기고 괴상하기까지 한 캐릭터로 게임을 하게 만들려면 그만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디아블로도 그 못생긴 캐릭터들에도 전혀 문제없이 꽤나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PC와 반PC를 떠나 개발자로서 그런 유저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과 성의를 보이고 있었는가.

 

내가 싫어하는 것은 그러한 게임의 본질에 대해 PC니 반PC니 딱지를 붙이려는 행위이지 그저 자신의 본능을 쫓아 예쁘고 잘빠진 캐릭터를 요구하는 그 자체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 내 눈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 나도 그러니까. 그런데 또 그런 요구를 거스르고픈 개발자들의 고집을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절충점을 찾아보자. 그래서 내가 눈앞에 이 못생긴 캐릭터들로 게임을 즐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PC와 반PC가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게임을 잘만들고 못만들고의 문제다. 그런데 잘만들고 못만들고 거기다 죄다 PC를 갖다 붙이면 그 진실을 전혀 모르게 되어 버린다. 뭐가 문제고, 그래서 왜 사람들은 그 게임을 거부하고 있는가. 그러니까 세상에 PC니 반PC니 하는 것에 그렇게 민감한 놈들이 몇 명이나 되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게임만 재미있으면 만사OK일 너드들이.

 

그래서 그냥 성의가 없다, 노력이 부족했다, 한 마디로 못만들었다 끝내고 마는 것이다. 실제 보면 PC라고 욕먹는 게임 가운데 캐릭터나 설정 빼고 게임 자체는 재미있더라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애써 게임은 괜찮은데 PC가 문제라고 몰아가는 게임이 없지는 않지만 그나마 그런 것들도 나쁘지 않다는 수준이지 굳이 찾아서 돈을 주고 구입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것을 PC든 반PC든 오로지 PC만으로 눈을 가리려 드니 제대로 된 분석이나 비판이 나올 리 있나. 그게 싫은 것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못만들었다. 성의도 없고 능력도 부족했다. 결과물이 한심하고 못미친다. PC가 아닌 바로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보다 본질적인 것이다. 그런 논의가 사라진다. 그게 답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