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캐릭터 A가 키 161cm 51kg 87-59-86고, 캐릭터 B가 키 164cm, 54kg 91-61-88이다. 그래서 과연 게임이든 만화든 이 둘의 설정상 차이를 한 번 구현해보자. 얼마나 차이가 날까?
차라리 아예 가슴이 하나는 A컵이고, 하나는 D컵이다 하면 구분이 쉽겠다. 하나는 키가 170cm인데 다른 하나는 150cm다 그러면 바로 한 눈에 구분이 된다. 그래서 만화캐릭터들이 오만 다양한 머리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배경은 일본인데 캐릭터들의 머리색깔이 심지어 보라색에 분홍색, 초록색에 회색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깔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경우마저 적지 않다. 아니면 만화책을 보다 말고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예전 일본어 원본 읽을 때 일본어가 서툴러서 캐릭터가 헷갈렸던 적이 꽤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잘생겼다 예쁘다 생각하는, 이른바 미적 기준이란 것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자라면 자기가 잘생겼다 예쁘다 여기는 범위가 더욱 좁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만화가든 애니메이터든 게임 디자이너든 머리모양이나 색깔 혹은 신체부위의 왜곡과 과장을 통해서 그 차이를 구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화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정형화된 미형캐릭터 말고도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키카 크거나 작거나 하는 식으로 다양한 특징을 가지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과거 대본소시절 만화들을 보면 그런 특징들이 두드러지는데 이현세니 박봉성이니 조명훈이니 김훈이니 작가마다 다소간의 차이만 있을 뿐 그같은 캐릭터두성은 거의 대동소이했었다. 그것이 캐릭터 사이의 개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일본만화라고 다른가면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키가 크고, 누군가는 덩치가 크고, 누군가는 땅꼬마에 날렵하거나, 누군가는 양키스타일이다. 다시 말해 같은 사람에게 잘생기고 예쁜 캐릭터만 그려보라 하면 어차피 다들 똑같이 생긴 놈들일 수밖에 없고, 다른 작가에게 주문해도 비슷한 문화권이면 역시나 결과물은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가 그려도 한 눈에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디자이너들은 추구하게 된다. 차라리 만화적인 캐릭터의 경우는 보다 선택의 폭이 넓을 테지만 사실적인 캐릭터의 경우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은 남들이 하지 않은 자기만의 개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사실 이전까지 게임캐릭터가 못생겼다고 PC니 뭐니 시비거는 경우가 전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다. 스카이림에서 엘프를 뭣스러울 정도로 못생기게 묘사했어도 원래 그런 놈들이겠거니. 판타지 게임에서 흑인에 아시아인에 다양한 인종이 등장해도 원래 그런 게임이겠거니. 하긴 그런 것 신경쓸 시간에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가부터 따졌었다. 캐릭터가 예쁘고 멋지면 더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러니까 마이트앤매직같은 못생긴 것을 넘어 병신스럽게 생긴 놈들이 주인공인 게임도 아주 재미있게 했고 지금도 기억에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이다.
아마 게임개발자들도 지금 꽤나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그렇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라라 크로프트가 미인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지만 실사모델이 미인이라서 그런 거였고 처음 디자인은 미인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었다. 한 눈에도 당시 그래픽 수준에서 여자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게 입술을 강조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하고 그래서 허리는 잘록했던 그냥 게임적인 과장된 캐릭터였다. 물론 그때는 그것으로도 충분했을 테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미인이 된 것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당시 실사모델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 영화를 통해 보여진 안젤리나 졸리의 이미지가 라라 크로프트의 이미지를 확정지었었다. 하여튼 트럼프의 등장으로 뭐든 PC 딱지를 붙이면서 유행이 되다시피 한 모양이라. 그러니까 언제부터 게임하면서 PC네 아니네 따지면서 했느냐고.
오히려 이전 게임 유저들은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았던 캐릭터의 획일화를 요구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결국에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잘생기고 예쁜 매력적이라 여길 수 있는 캐릭터만을 요구하면 결국에 사람의 상상력이라는 게 표현할 수 있는 한계란 것이 있지 않겠는가. 어느 순간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식상함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전형적인 일본 캐릭터라는 것이 한두번 볼 때는 괜찮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진짜 그렇게 지겨울 수 없다. 실제 사람과는 다르다. 사람은 잘생기고 멋지고 예쁘고 아름다워도 그 스타일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창작물에서의 캐릭터는 그렇게까지 다양해질 수 없다. 그러면 또 그 다양성을 물고 늘어지겠지.
갈수록 게임에 대한 이해가 얕아지고 좁아지는 것은 아닌가. 그런 시도나 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차피 진지하게 게임하는 사람도 갈수록 줄고 있을 터다. 그 영향이 가장 큰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캐릭터가 못생겨서 PC라... 그런데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할 때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 바로 못생기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편한 것은 그냥 똑같이 잘생기고 예쁘게 만드는 것이다. 가슴만 더 크게 만들고, 엉덩이를 더 작게 만들고, 머리를 길게 그렸다가 짧게도 그리고. 생각만 해도 지루하다. 그런데 그리기는 참 쉽겠다. 거저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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