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1톤에 1천마력짜리 엔진과 무게 2톤에 2천마력짜리 엔진이 있다. 두 개의 엔진을 같은 차체에 올리고서 부산까지 자력으로 이동하려 한다. 과연 어느 쪽이 더 먼저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을까?
첫째 전제할 것은 엔진의 출력이 높다고 반드시 속도까지 빠른 것은 아니란 것이다. 차체가 같다는 것은 엔진이 실려 있는 차체가 정작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가 동일하다는 뜻이다. 일정 이상의 속도와 하중과 충격을 차체가 감당할 수 없다면 그 이상의 스트레스는 오히려 차체에 무리를 주어 중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높여준다. 더구나 부산까지 길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속도만 높였다가 사고의 위험성을 높일 수도 있다. 즉 엔진 출력이 2배라고 2배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게만 2배로 나가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엔진의 사이즈가 크다고 들어가는 연료의 양부터 더 많기까지 하다. 차체에 실을 수 있는 연료까지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근육은 사람의 몸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구조 가운데 하나다. 같은 부피하면 지방이나 심지어 속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은 뼈보다도 근육이 더 무거울 때가 많다. 다시 말해 사람이 근육의 힘으로 몸을 움직일 때 바로 그 근육의 무게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을 가장 쉽게 바로 느껴볼 수 있는 운동이 바로 풀업일 것이다. 몇 년 사이 몸무게가 6kg 이상 늘었더니 풀업의 갯수가 늘어도 시원찮은데 오히려 줄고만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스쿼트도 비슷하다. 하체가 밀어 들어올려야 하는 무게 가운데는 바벨봉과 원판 말고도 상체의 무게도 포함된다. 그래서 몸무게가 무거워지면 당연하게 스쿼트 갯수도 줄어든다. 그런데 노동이란 거의 하루 8시간 이상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이란 것이다.
당장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마라톤만 해도 그래서 선수들 대부분이 앙상하다 싶을 정도로 마른 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근육만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면서 저장한 에너지 안에서 계속해서 달리는 동작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장거리 선수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반면 짧은 순간 반짝 큰 힘을 내어 빠르게 달려야 하는 단거리 선수들 가운데는 오히려 근육이 우람하게 발달해 있는 경우를 꽤나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는 보다 큰 힘을 순간적으로 폭발적으로 낼 수 있는 쪽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래 웨이트라는 것은 바로 그렇게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힘을 내야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스쿼트 한 세트라고 해 봐야 고작 앉았다 일어났다 12번, 그리고 그것을 대부분은 기껏 5번 반복하고 만다. 힘이 들기는 하는데 공사장에서 일을 하려면 비슷한 동작을 8시간 동안 최소 수 천 번 이상은 반복해 주어야 한다. 대신 웨이트 하는 사람들이 스쿼트할 때 한 번에 100kg 이상도 들어올리고 하는 것에 비해 공사장에서는 대부분 그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아니 거의 대부분 시간 동안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무게만을 반복해서 들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자기 몸무게까지 근육이 감당해야 한다면 결국 선택지는 하나다.
위에서는 무게로 예를 들었는데 4개의 엔진을 함께 써서 1천마력을 내는 경우와 8개의 엔진을 써서 2천마력을 내는 경우, 그런데 정작 실제 필요한 것은 1천마력 뿐이고 오히려 나머지 네 개의 엔진은 불필요한 무게로 부담만될 뿐이라면 선택지는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 AP나 최근 인텔 CPU에서도 전력소모를 줄이려고 고사양의 작업이 필요치 않을 때 저전력 저성능 코어만 활성화하여 추가적인 전력소모를 줄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필요한 근육의 양은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은데 정작 오히려 나머지 근육이 부담만 준다면 사람의 몸도 선택은 한 가지다. 근육의 양을 줄인다. 그래서 먹는 것을 줄여서 다이어트하려 하면 근육부터 줄이고 보는 것이다. 근육이 줄어도 사람이 죽지는 않지만 지방이 줄면 사람이 자칫 죽을 수도 있다.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실전압축근육의 이유익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보디빌더들 의외로 빠르고 유연하다. 당연한 것이 보디빌더들 실제 몸무게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지방이 없어 가벼워 보이는데 대부분 보기보다 몸무게가 꽤 나간다. 같은 몸무게를 놓고 비교했을 때도 과연 보디빌더가 느리고 둔하기만 한가? 스쿼트를 그렇게 한 번에 올리는데? 풀업도 그렇게 한 번에 쭉쭉 올라가는데? 문제는 그런 움직임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물며 현실에서 대부분 실질적으로 쓰이는 움직임들이란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것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의 몸이 알아서 줄이는 것이다. 오래도록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근육이 작은데도 오히려 큰 근육보다 더 큰 힘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작은 만큼 힘도 더 적은데 다만 필요한 일을 할 만큼은 되고 더 오래 더 지속적으로 더 능률적으로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는 근육이 큰 쪽이 더 큰 무게도 들고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을 테지만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을 때 차이가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근육이 크면 그만큼 빨리 지치고 더이상 힘을 낼 수 없게 되고 만다. 더구나 근력운동으로 키우는 근육들이 글리코겐을 포함하는 백색근 속근들인 경우가 많아서 더욱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근의 비율이 높아지면 근육이 작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피트니스 강사들도 한 시간 이상은 운동하지 말라 강조하는 것 아니던가. 그러면 오히려 근육이 준다고.
한 마디로 결과를 원인에 끼워맞추는 전형적인 오해인 것이다. 근육이 작은 데 힘이 센 것이 아니라 효율의 문제이고 지속성의 문제다. 근육의 구성에 따른 이유인 것이다. 그래서 실제 현실에 필요한 실용적인 근육이란 바로 그 실전압축근육이라는 것일 테고. 물론 그럼에도 실제 운동을 했었다면 근육의 모양이나 사이즈에서 한 눈에도 크게 차이가 보이기는 한다. 운동이 아주 쓸모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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