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운동이란 걸 시작하던 초창기 어느 유튜버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유산소와 무산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어느 기점으로 모든 운동은 유산소에서 무산소로 넘어갔다가 무산소에서 유산소로 넘어가게 된다. 이를테면 같은 스쿼트인데 점프스쿼트는 유산소운동으로 분류된다. 동작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오랜만에 8km를 뛰었다. 재작년 3km를 거의 매일 뛰었었으니 두 배 이상 거리를 늘린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렇게 숨이 차지 않다. 고질인 비염으로 인해 코로 숨을 쉬지 못하는 탓에 입으로만 숨을 쉬느라 중간에 몇 번 숨이 엉켰음에도 정작 다 뛰고 나서도 그다지 숨이 차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다리에 힘이 딸린다.
이틀째에 더욱 그것을 느꼈다. 이틀째에도 크게 숨이 차는 것은 없었다.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웨이트만 열심히 해도 심폐능력은 좋아진다. 웨이트만 죽어라 해도 심폐능력 역시 따라서 좋아진다. 그대로다. 재작년 3km도 헐떡이던 내가 8km를 뛰면서 오히려 숨에 여유가 있었다. 대신 다리에 힘이 부족하다. 스쿼트 고중량을 드는 근력과는 다르다. 당연히 장거리를 천천히 뛰는 근지구력과도 다르다. 단거리에서 스퍼트를 낼 수 있는 근력이 부족하다.
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리에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그대로 스퍼트를 내봐야 50m도 못가고 다리에 힘이 딸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숨도 역시 그대로. 그리고 근육통으로 이틀째 끙끙 앓고 있는 중이다. 8km 이틀 연속 달리기는 역시 지금 내 근력으로는 무리다.
나 역시 어처구니 없는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달리기는 근지구력 운동이다. 심폐운동이다. 달리기란 게 무언가? 사람의 몸을 허공으로 띄우는 것이다. 자기 몸을 한 발로 띄우고 받고 다시 띄우기를 반복하는 동작이다. 달리기가 걷기와 다른 이유다. 달리기와 걷기의 가장 큰 차이다. 한 발이 땅에 닿아 있는가, 두 발 모두가 공중에 더 있는가. 그런데 근력이 필요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 동작을 8km를 뛰는 내내 40분 이상 반복해야 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지금 상태에서도 쉬지 않고 10km이상은 달릴 수 있을 듯하다. 숨도 그리 차지 않을 듯하고, 속도만 내지 않으면 달리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더 이상 욕심을 부린다면 무리이지 않겠는가. 가능은 해도 당분간 정상적인 생활은 어렵다.
그래서 달리기를 루틴에 넣으려는 것이다. 다만 고민중이다. 일단 달릴 수 있는 가을까지만 루틴에 넣어 볼 생각인데, 근력운동을 하는 월수금 사이에 저강도운동을 하는 날에 넣을 것인가, 아니면 토요일에 아예 10km를 달리고 주말을 통으로 쉴 것인가. 내가 지금 근육통을 느끼는 지점이 내가 근력에서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라는 전제에서.
아무튼 120kg으로 몇 회 몇 세트를 반복하든 달리기는 그 이상의 근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효율적인 근육의 구조와 사용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더불어 팔을 힘차게 휘젓는 동작에서 상체의 밸런스도 찾을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와 같은 전체적의 근력증가는 어렵다. 그래서 고민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중요한 건 얼마나 꾸준히 제대로 운동하는가 하는 것이다. 속근과 지근의 구분도 이제는 의미없어진다. 달리기 한 번 않고도 근력운동만으로 심폐지구력이 이렇게나 좋아졌다. 참고로 천천히 달렸다지만 8km달리는데 40분 남짓 걸렸다. 그리 느린 속도도 아니다. 내 성에 차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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