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어쌔신크리드:오디세이 - 그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문제인 PC?

까칠부 2025. 6. 9. 21:43

먹고 사느라 항상 시간이 부족해서 거의 10년 넘게 게임이라고는 문명이랑 삼국지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진짜인 줄 알았다. 이전 게임에는 PC가 없었는데 요즘 게임들만 유독 PC가 많아서 죄다 망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난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는 PC 사양이 안 받쳐줘서 그냥 안했었다고. 그래서 전국시대에 흑인이 등장하는 것을 가지고 시비거는 것도 그냥 익숙지 않아 그렇겠거니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래도 그놈들 하는 소리에 최소한의 진실은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쌔신크리드:오디세이도 발매된 지 거의 10년 되어가는 게임일 것이다. 2018년이면 7년이니 진짜 오래도 되었다. 그런데 남자 궁둥이 보면서 게임하는 취미따위 없는 모범적인 이성애자로써 당연하게 여성캐릭터인 카산드라로 게임을 진행 중인데 너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잔짜 오만 남자 오만 여자랑 다 하고 돌아다닌다. 어느 유튜버는 판타지게임에 무슨 바이섹슈얼이냐며 아주 학을 떼던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남자주인공으로 플레이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여자주인공으로 플레이할 때도 이놈저놈 남자들까지 수도 없이 얽히고 엮이는데 주인공 성별에 따라서 그런 선택지에 차이가 클 것 같지는 않다는 뜻이다. 여자랑도 지 엄마 빼면 어지간하면 다 자고 다니는 여자인데.

 

더 웃기는 건 심지어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여성 출신 정치가나 군인, 상인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에는 여성이 없었다. 여성에게는 어떤 권한도 지위도 주어지지 않았었다. 스파르타라고 다르지 않다. 남자들이 전쟁하러 나간 사이 식민지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남아 있던 여성들이 그를 진압했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스파르타의 여성들에게도 남성에 준하는 권리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성의 지위가 낮을수록 창녀의 지위가 높아진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고대 그리스라는 것이다. 단지 그 단골이 페리클레스였다는 이유만으로 당대의 다른 여성들을 제치고 거의 유일하게 그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었던 아스파시아라는 여성이 바로 그 증거일 것이다. 당대의 여성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스파시아만이 아테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고, 그것은 오로지 당대의 권력자였던 페리클레스라는 존재를 통해서 그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면 페리클레스에게는 다른 아내나 자식이 없었을 것인가.

 

아주 최근인 근세에조차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반드시 남성의 존재를 필요로 했었다. 결혼적령기가 된 고아나 미망인은 당연하게 자신의 보호자로써 남편이 될 남자를 최대한 서둘러 선택해야 했었고, 그 경우 여성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지위가 어찌되었든 그 모든 것은 남성에게 귀속되도록 되어 있었다. 괜히 높은 지위와 막대한 부를 지니고 있던 유력자가 죽으면 그 아내나 딸의 주위에 구혼자가 넘쳐났던 것이 아니었다. 결혼만 하면 그 모든 것은 자기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다르지 않았었다. 여성이 평생 수절하며 남편이 남긴 아이까지 혼자서 기를 수 있었던 것부터 여성이 스스로 혼자서 경제를 꾸려갈 수 있는 사회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리스에서 감히 여자가 혼자서 상단을 이끌고, 군대를 지휘하고, 한 나라를 다스리기까지 한다. 차라리 전국시대에 흑인이 등장하는 것인 오다 노부나가가 흑인을 선물받고 좋아해서 군기를 들게 했다는 기록이라도 있었지 이는 말 그대로 역사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역사왜곡이라거나 PC라고 논란이 있거나 했던가? 일단 망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UBI가 꽤 잘나가고 있었던 것 같으니.

 

중세 게임에 동성애자 집어넣었다고 역사왜곡 어쩌고 하며 PC를 욕하는 놈들을 그래도 나름 근거가 있어 떠드는구나 여겼던 자신을 그래서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아니 왜 여자주인공인데 심지어 어떤 할머니까지 후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자가 같이 자자 그러는 거야 이해하는데 오다가다 만난 여자들까지 조금만 껀수가 보이면 같이 자자고 꼬시고 있다. 뭔 고대 그리스에 집정관이 여자인가? 갑옷을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스파르타와 아테네 군인 가운데 여성이 보인다. 용병 가운데 대놓고 자신의 피부를 드러내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다. 하필 PC와 관련한 논란들을 먼저 접하고 게임을 하게 되었기에 더욱 두드러지게 들어오는 부분들이었다. 아니었다면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넘어가지 않았을까? 결론은 그때는 문제없었지만 지금은 문제가 된다. 게임이 재미있어 성공했을 때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재미없어서 실패하면 문제가 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카산드라 통허리는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그럼에도 이 게임은 성공했고 그래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시 이준석이 문제인 것이다. 시작은 트럼프의 당선이었고, 그를 기회삼아 이준석이 게임을 좋아하는 2030남성들의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도권에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이념화되어 버린 때문일 것이다. 이전까지는 굳이 PC니 뭐니 신경쓸 이유가 없던 사람들조차 어지간하면 PC냐 아니냐부터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실패한 모델로부터 그 근거를 찾기 시작한 것이었고. 그러니까 이전까지는 문제가 아니던 것이 이후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실제 문제가 되는 개발사의 이전 게임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보니 그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런 것들조차 이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들에게는 이념이 없다. 그게 이념이다. 안타깝게도. 그렇기에 맹목이라 부르는 것이다. 자각이 없으면 반성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