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서양게임과 동양게임의 여성캐릭터, 매력의 이유?

까칠부 2025. 6. 22. 22:54

아마 10년 좀 더 되었을 것이다. 한국 여자들을 두고 된장녀네 뭐네 비하하는 목소리가 한창 크게 들려오고 있을 때 그 비교군으로 들먹이던 대상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여성들이었다. 평소에 화장도 거의 안하고, 패션은 물론 몸매에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실제 자기 몸 쓰는 일에 종사하느라 뙤약볕에 그을은 튼튼한 몸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매일 화장을 하고, 옷에만 신경쓰면서, 운동도 안해서 근육이라고는 없는 깡마르기만 한 몸을 가진 한국 여성들과 비교하곤 했던 것이다. 

 

어째서 미국 게임에 나오는 여성들은 한국이나 일본 게임에 나오는 여성들에 비해 여성으로서 매력이 부족해 보이는가? 그러면 한국이나 일본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보이는 여성적인 매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위에 쓴 그대로다. 항상 풀메이크업을 한 듯한 얼굴과 철저하게 식단관리를 한 듯한 마른 몸매, 거기다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랑거릴 것 같은 보드라운 피부까지. 보기에는 예쁘고 좋은데 그러나 실제 몸을 쓰는 액션까지 해야 하는 여성의 몸이라 보기에는 매우 이질적이다. 그러고보니 데미 무어가 출연했다가 망했던 지아이 제인이 생각나네. 시고니 위버가 여전사로 나왔던 에일리언이나 린다 해밀턴이 전사로 변신했던 터미네이터2까지. 확실히 터미네이터2에서 본 린다 해밀턴은 흔히 말하는 반PC적인 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인기있었지.

 

굳이 일하는데 메이크업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더러워질 것 옷도 아무렇게나 입으면 되는 것이다. 남자들도 대부분 느낄 테지만 오히려 근육질에 마른 몸 하고 있으면 몸쓰는 일 할 때 힘도 덜 붙고 더 빨리 쉽게 피곤해진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과 대등하게 트럭으로 짐을 나르고, 무거운 물건들을 번쩍번쩍 들어 옮기면서, 때로 남자들과 대등하게 맞서기도 하는 여성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지내온 사람들에게 액션물의 주인공이란 어떤 이미지일 것인가. 최근 '어쌔신크리드:오디세이'를 늘 하던대로 여성캐릭터인 카산드라로 플레이하면서도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한국 게임이었다면 입술위에 상처따위 일부러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게임이었어도 몸 여기저기에 베이고 찢기고 데인 상처의 흔적들도 일부러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볕에 그을었으니 주근깨도 보이고, 피부색도 마냥 밝지만 않다. 가만 보면 역시나 몸쓰는 일을 하다 보니 근육이 붙어 허리도 두껍고, 그만큼 지방도 적어서 가슴과 엉덩이도 빈약하다. 항상 그래서 뒷모습이 아쉽기는 한데 그러나 확실히 그리스 전역에 이름을 날릴 정도의 용병이라면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웃기는 것이다. 오래전 한국 여자들 욕할 때는 그런 게 오히려 더 옳은 것이라고 잘만 갖다 비교하더니만 이제는 PC가 싫다고 한국 여자들처럼 하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놈들이 진짜 한국여자 최고라 여기느냐면 그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을 일본을 그리 파고드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어째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권 게임들에서는 여성이 한국이나 일본처럼 매력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인가. 그들에게는 그쪽이 더 현실적으로 여겨졌을 테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게임 한창 만들고 있는 사무실 안에도 메이크업이나 패션따위 아예 담쌓고 사는 동료 여성 개발자가 몇 명은 분명히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오래전 내 선배들처럼 괜히 쓸데없이 남자들이 알아서 도와주려 하면 질색하면서 자기가 물통도 번쩍 들어서 정수기 물을 갈 수 있는 여성들일 터다. 

 

솔직히 나도 남자니까 잘 빠진 쭉쭉빵빵한 몸매와 풀메이크업한 아름다운 얼굴을 더 좋아하기는 한다. 그래서 오디세이를 하면서도 카산드라의 뒷모습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 편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런 캐릭터만이 옳은 것인가. 모드도 없지 않더만. 그런데 굳이 모드까지 써가며 바꿀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 이유는 어쩐지 그쪽이 더 어울려 보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요즘 그놈의 반PC때문에 게임에 대한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없어 꽤나 곤란한 상태다. 뭐만 하면 PC고 반PC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어떤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그 한 마디로 모든 결론을 내리려 한다. 재미없어지는 이유다.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