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였나? 중엽이었나? 말이었을 수도 있고... 너무 내 기억력을 믿지 마라. 내가 가장 못 믿는 게 내 기억력이다. 아무튼 우리집에 흑백TV가 생기고 난 뒤였다. 아마 KBS에서 일요일 오전에 다큐멘터리인가를 했을 텐데, 대충 그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요즘 노래가 노래냐?"
옛날 전통가요 잔뜩 틀어주고서는 한다는 소리가, 옛날 노래들은 이렇게 서민들의 마음을 울리는 게 있었는데 요즘 노래들은 그런 게 없다. 그러면서 나이 지긋하신 분들 인터뷰 함께 싣고.
아, 80년대 중반이다. 이사를 자주 다녀서 살던 집 이미지만 떠올라도 대충 언제쯤인가가 나온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80년대 중반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TV에서 무려 일요일 아침씩이나 되어 그따위 소리나 늘어놓고 앉아 있었더란 것이다. 아마 전두환 때였다.
문제라면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전성기가 열리게 된 것이 바로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대중음악에 다양한 장르와 시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라는 것. 조용필, 이선희, 윤수일, 전영록, 송골매, 벗님들, 이용, 남궁옥분, 현숙, 방미, 이은하, 김현식, 김범룡 기타등등등등... 어떤 사람들은 잊혀져 조용히 사라진 경우도 있지만 살아남은 경우는 대개 전설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뒤에 나타난 것이 바로 부활, 시나위, 백두산, H2O, 그리고 김완선, 소방차, 서울시스터즈, 박남정, 이지연, 강수지, 기타등등등등...
그래서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그때 음악이 더 좋았어."
그리고 또 말하지.
"요즘 음악이 음악이냐?"
사실 돌이켜 보면 그같은 프로그램의 목적이 당시 한창 일어나던 젊은 문화에 대한 군사독재정권의 견제가 아니었던가 싶다. 70년대 포크가 있었다면 80년대에는 락이 있었는데, 락이란 완고한 구체제에 있어서 꽤나 거슬리는 대상이 아닐 수 없었거든. 차라리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것이다. 과거의 화석화, 박제화되어 버린 퇴락한 정서로. 생생한 젊음의 에너지보다는. 그들이 시도하는 새로운 음악보다는 노친네들에 추억에 의지해서.
군사독재정권의 락에 대한 증오는 아주 집요해서 박정희 이래 전두환 때도 락밴드의 수난사는 끝나지 않았다. 들국화의 앨범이 창법이 저속하다고 방송불가로 판정되고, 백두산의 앨범은 영어가사가 문제되어 활동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대마초는 심심하면 한 번 들쑤셔보는 것이고. 딱히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경찰들이 락씬을 들쑤시고 다니곤 했었다. 아마 그와 연관된 어떤 의도에서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역시 우리 아버지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는 거다.
"요즘 음악이 어디 음악이냐?"
아마 20년쯤 지나 지금의 10대, 20대가 30대, 40대가 되어서도 그런 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요즘 음악이 어디 음악이냐?"
그리고 당시 우리 또래가 하던 말을 그때의 10대나 20대는 그렇게 되풀이하겠지.
"아우, 촌스러! 이런 구닥다리 음악을..."
그러고 보면 80년대, 90년대 음악 가운데 요즘 들으면 그렇게 촌스러운 게 있는 모양이다. 당시 우리 또래에서도 - 아, 나는 예외다. 나는 오히려 60년대 이전의 트로트를 무척 좋아했었다. 70년대 포크와. - 옛날 트로트 하면 우습게 보는 게 있었다. 유치하고 촌스럽다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는 것이라.
그래서 지금도 어디서 요즘 노래가 어디 노래냐는 말을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난다. 정확히는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그같은 글들을 보았고, 마침 아파트에 대해 쓰면서 옛기억이 잠깐 떠올랐던 것이 컸다. 그 시절도 그랬었는데... 하여튼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안 돼!"라고 낙서되어 있다던가?
어쩔 수 없는 거다. 음악에는 기억이 담긴다. 음악은 시간을 담는다.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는 시간이 다르면 따라서 음악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선호나 판단도 달라지고 마는 것이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이란 또 얼마나 무모한가. 억지로 이해하려 들 필요 없이 마음 가는대로 따라 듣는 것이 음악일 텐데.
어쨌거나 80년대도 옛날 노래야 말로 진짜 노래고 지금 노래는 노래도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80년대 음악은 전설이 되어 회자되고 있다. 지금도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 노래가 어디 노래냐? 10년 뒤, 20년 뒤, 과연 지금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지금의 아이돌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부분이라 하겠다. 과연 지금의 소녀시대나 카라에 대한 20년 뒤의 평가는 어떨까? 그리고 지금의 소녀시대나 카라의 팬들은 또 그때의 음악을 어떻게 평가할까? 또다른 아이돌을 찾아 그 팬이 되어 있을까? 혹은 복고가 되고 혹은 새로운 트랜드를 쫓으며.
사람은 어떻게 해도 사람이라.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뀔 뿐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아마도 정답이 아닐까. 10년 뒤든, 20년 뒤든. 20년 전이든, 10년 전이든. 그런 게 사람이라. 재미있었다. 간만의 기억놀음이란.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런 것도 있었다더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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