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그런다. 언더그라운드 출신이라고 너무 떠받드는 것 아니냐. 그것도 거품 아니냐. 실력이 안 되어 주류무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비주류 언더그라운드를 떠돌았던 것을...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실력이 되고 하면 또 주류무대로도 많이 진출하고 했다. 그만한 실력이나 인지도가 없으니 언더그라운드에 머문 것도 맞다. 그러나 반드시 그랬느냐면 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단 주류라 하면 방송출연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음악인이 방송에 출연해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출연료? 산울림 시절 산울림의 방송출연료는 막내 고 김창익씨가 그냥 받아서 용돈으로 썼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음악인들 음악프로그램 출연료라는 게 그리 대단하지는 않을 걸? 설마 그거 벌자고 방송에 출연하고 할까?
그러면 음반홍보를 위해서일까? 하기는 방송에 나와 이름도 알리고 음악도 알리고 하면 음반도 더 나갈테니. 그런데 그런다고 당시 가수에게 돌아가는 게 거의 없었다는 거다.
아마 들국화가 60만장인가 팔았을 거다. 그러나 들국화 해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돈이 없어서였다. 구창모가 송골매 나와서 솔로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보너스라는 걸 받아봤다던가? 아예 음반 집계라는 자체가 없었고, 몇 장이 팔렸는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시나위는 원래는 30만장 팔렸는데 10만장이라 이야기했다고도 하고. 원래도 가수에게는 인세가 가지 않았고, 탈세를 위해서도 판매량을 축소해 속이고 그랬었다.
라디오스타에서도 그래서 신정환이 그런 애드립을 하고 있었다.
"음반공장에는 앨범 먹는 귀신이 살고 있었다."
그렇게 음반을 팔아치웠던 배호의 노모가 배호가 요절하고 평생을 가난 속에 살아온 이야기가 한 방송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과연 방송 나와서 음반 더 판다고 가수에게 돌아갈 건 무언가?
결국에 뭐냐면 밤무대였다. 나이트클럽이나 캬바레 등의 밤업소 출연이 당시 가수들에게는 가장 큰 수입원이었다. 물론 코미디언이나 연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수입은 항상 밤업소에서 나왔고, 단지 방송을 그를 위해 얼굴을 알리는 용도로나 쓰였었다. 물론 CF같은 것도 찍고 하면 좋겠지만 그런게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
바로 그 밤무대가 또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에게도 주수입원이었다. 들국화라든가 부활, 시나위 같은 밴드들은 밤무대를 꺼리기도 했지만, 아직 주류무대로 올라오기 전 벗님들과 송골매도 밤무대에서 실력을 키우며 돈을 벌고 있었고, 김현식 역시 밤무대의 강자 가운데 하나였다. 하긴 들국화 역시 그 출발은 밤무대를 떠돌며 커버곡을 연주하던 밴드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그런 부분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국내 가요수준이 어지간하지 못해서 밤무대에서도 해외 음악을 커버해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 음악 없이 해외의 유명 음악들을 얼마나 원래의 사운드에 충실하게 연주해내는가. 그것이 또 클럽무대 출신 연주자들의 자부심이었다. 해외 본토의 음악과 거의 똑같이 카피해내는 것을 원단이라 했는데, 그 원단을 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어찌 보면 방송에 나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가수보다 더할 정도로.
언젠가 상상플러스에 나와 유현상이 자랑하듯 말했던 라스트찬스가 그런 밴드 가운데 하나였다. 사랑과 평화도 그렇게 클럽무대에서 실력과 인지도를 높인 밴드였다. 물론 대중들이야 잘 알지 못하지만 클럽무대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밴드였다. 그런 밤무대 음악인들은 분명 주류무대의 음악인들과 구분되는 것이 있었다. 어쩌면 주류무대의 음악인들보다 실력면에서는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자부심과 함께. 실제 그런 경우도 적지 않았었고. 다만 라스트찬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작곡이 없다 보니 앨범이라고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 하나밖에 없어서 그 시절을 증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얼마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즉 굳이 방송출연을 하지 않아도 밤무대에서 그 실력만 인정받는다면 굳이 방송출연을 욕심낼 필요 없이 충분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굳이 방송출연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방송출연의 매리트가 대중적인 인기 말고는 그리 크지 않았고, 어차피 대부분의 연예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밤무대였으니까.
그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아마 80년대 말 노태우 정권에서 심야영업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밤무대 자체가 위축되면서 많은 음악인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음반판매나 콘서트, 혹은 낮의 행사 등에 많이 매달리게 되었다. 더구나 또 그 무렵부터는 앨범판매 수입 가운데 인세가 가수에게 돌아가게 된 것도 있어서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승환이나 김종서 같은 이들은 방송출연보다는 철저히 콘서트 위주의 활동을 함으로써 방송을 중심으로 한 주류무대와는 선을 긋고 있기도 했다.
대충 요즘과 사정이 비슷하다 보면 되겠다. 음반이 팔리기를 하나? 음원을 다운로드받는다고 돌아가는 게 있기를 하나? 오로지 행사다. 바로 그 행사를 위해 홍보 차원에서라도 방송출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러나 그런 가운데 방송출연과는 상관없이 행사에서 환영받는 가수들도 존재한다. 굳이 방송출연을 하지 않고서도 행사에서 자주 찾고 부르는 음악인들이 있다. 그런데 과연 방송출연이 그리 중요한가.
당시 언더그라운드의 전성기는 그런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 어차피 방송출연을 해봐야 돌아오는 것도 없다. 차라리 밤무대에 주력하면 수입은 더 짭짤하다. 그래서 굳이 방송출연을 않고서도 언더그라운드에서, 얼굴없는 가수로 명성을 날리던 음악인도 존재했던 거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지금과는 또 많이 다른 부분이라 할 테지만.
아,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운타운 문화라는 것이었다. 음악카페나, 음악다방 등등. 거기만 찾아가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곳의 DJ들은 음악적인 소양도 상당해서 꽤 괜찮은 음악들을 손님들에 소개하고 있었다. 굳이 방송을 타지 않고서도 알음알음으로 음악이 소통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던 것.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그렇게 발매 당시에는 망했다가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서서히 올라와 대박을 터뜨렸던 것 아니던가. 길보드도 한 몫 했었고. 굳이 방송을 통하지 않더라도 음악은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불러서라기보다는 그저 음악이 좋아 듣다 보니 누가 불렀다더라... 낭만이 있던 시대였다. 물론 그러한 인기는 역시 음반수입보다는 밤무대 수입이 되어 가수에게 돌아갔다.
즉 한 마디로 딱히 방송에 출연할 매리트가 크게 없었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실력있는 음악인들에게는 굳이 방송을 통하지 않고도 자기 음악을 알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실제 그렇게도 통하고 있었고. 그런데 과연 그리 음향도 좋지 못한 방송에서 PD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노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실력이 안 되어서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또한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 출연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 그런 걸 떠받드는 분위기라는 것도 있었다. 그러더라도 음악만 좋으면 성공할 수 있으니까 그것이야 말로 음악인의 태도라고. 지금과 많이 다른 부분이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보면 지금과도 많이 닮아 있기도 하고. 다만 방송의 힘이라는 게 당시까지도 그렇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는 차이가 있달까? 아직 TV보급률도 낮고 해서 굳이 TV를 통하지 않고서도 음악을 찾아 듣는 대중이 많았다.
주류무대로 올라오지 못했으니 실력이 없다... 지금도 사실 인디밴드만 보아도 그렇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는 논리가. 하물며 당시는 아예 시절 자체가 달랐으니. 주류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더 훌륭하고 더 뛰어난 음악인이라는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인기만으로 따지면 아이돌이 더 대단하지만 과연 아이돌 가운데 음악적으로 평가할만한 부분이 뭐가 있는가 말이다.
그러나 워낙에 지금 사람들이 보는 것은 방송 뿐이라.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들과 들려지는 소리들과. 그만큼 또 시절이 바뀌었다는 뜻일 테고. 그렇다. 항상 시절은 바뀌어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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