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 번 발작을 하며 말한 적 있을 것이다.
혼자 만족하려 쓰는 글과 다른 누군가에 읽히기 위한 글은 그 무게가 전혀 다르다.
혼자 만족하려 쓰는 글이란 자기만 좋으면 된다. 읽는 놈들이야 뭐... 엉뚱한 오해하고 하면 그 놈들 모자란 탓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쓰면 참 속 편하다.
그러나 읽히기 위한 글이란 그것을 읽는 누군가를 전제한다. 전자가 주체지향이라면 이것은 객체지향이라 할 것이다. 과연 이것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읽고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러자면 먼저 읽는 사람을 알아야 한다. 이해해야 하고 그들의 입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나를 아주 버리면 안되니 그 균형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제는 당장에 그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차라리 보는 앞에서 대놓고 욕이라도 하면 열받더라도 속은 후련하다. 그러나 가상의 누군가는 보이지도 들리니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로지 내 안에 있다. 그것이 옳든 틀리든. 그리고 망상은 특히 나의 경우 항상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이것 써놓고 안 좋게 반응하면 어떨까? 사실 블로그에서도 그런 걸 느낀다. 내가 만족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이 어떻게 볼까 염려되어 자체검열하는 게 꽤 된다. 바로 그런 게 싫어서 오히려 방문자수 늘어나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고. 사람 많으면 그만큼 신경쓸 것도 많아진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갈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다.
아무튼 그래서 항상 그런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쓸 때는 그 준비가 거의 태반이다. 글을 쓰는 준비가 아니다. 마음의 준비다.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준비다.
뭣 좀 하려면 뭐 그리 할 일이 자꾸 떠오르는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별 것 아닌데 시작하기까지는 그리 온갖 망상이 떠나지 않아 좀처럼 시작을 못한다. 그러다 마침내는 그냥 포기해 버릴까...
실제 그러다 포기해버린 적도 있었다. 한 일주일 열심히 서로 의견이 오가는 사이 내가 먼저 지쳐버린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 좋은 기회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아직 나도 미숙해서. 또 바빴다. 그것 아니더라도 상관없다는 그런 것도 있었고.
그리고 그렇게 일단 다 써놓고 나면 또 그로부터도 고민이 한가득이다. 여기 이건 괜찮은가? 여기 이건 다시 새로 써야 하지 않은가? 여기서 이건 이렇게 썼어야 했는데... 그리고 결국은 차라리 쓰지 말 것을...
블로그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일단 쓰는데 부담이 없다. 잘못 읽고 오해하면 말했듯 그가 이상한 거다. 읽기 싫으면 떠나면 그만이다. 나는 오로지 나 혼자 만족하려 쓰고 놀고 있으니. 그러나 그것을 가지도 남에게 읽힌다는 건 정말 대단한 스트레스다. 물론 그것도 방문자수가 만 단위를 넘어가면 스트레스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그래서 의욕은 넘치는데 그러나 그만큼 부담도 크다. 과연 이대로도 좋은가. 항상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기회를 맞이하고도 놓치곤 했었지만. 그 한 걸음 내딛는게 그리 힘들다는 거다.
아무튼 간만의 이같은 긴장감이 좋다. 심장이 옭죄도록 느껴지는 압박감과 자괴감과 그리고 어떤 자의식... 생각은 넘치고 그만큼 다시 생각도 움츠러든다. 마치 폭발하기 위한 전조랄까? 참 오랜만인데...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건 그래서 대단한 거다. 그같은 스트레스와 평생을 싸우며 살아온 것 아니던가. 나는 고작 블로그도 감당 못해 이리 찌질거리는데. 어떤 글이든 일단 그것을 대중에 내보이고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도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거다. 어느 분야이든.
그래서 내가 또 어지간하면 비평을 해도 내적구조에 대해서는 잘 건드리지 않는다. 그건 작가의 고유영역이다. 비판을 한다면 바로 그 외적인 부분에 대해 나와의 접점에 대해서만 비판할 뿐.
어쨌거나 힘들다. 젠장. 그래도 조금은 더 끄적이다 자야겠다. 피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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