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쇼를 예찬하며...

케이블을 보지 않는 터라 하는줄도 모르다가, 요즘 방송이 있는 날이면 어떻게든 나중에라도 구해서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복불복쇼다.

 

내가 가장 어이없어 했던 것이 바로 이른바 말하는 착한개그론이었다. 세상에나 착한개그라니...

 

세상에 착한 개그란 없다. 웃음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좋아서 웃는 것, 다른 하나는 상황이 재미있어서 웃는 것, 전자를 즐거움, 혹은 흐뭇함이라 한다면 후자를 재미라 한다. 그러면 재미란 어디서 올까? 바로 균형의 파괴에서 온다. 일상의 파괴다. 긴장과 이완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때 웃음은 나온다. 그러면 그런 상황이란?

 

그래서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이 대상을 희화화시키는 것이다. 간단히 갖고 노는 거다.

 

예를 들어 착한개그론을 퍼뜨렸던 모씨만 하더라도 방송 내용을 보니 자기를 비하하거나, 아니면 특정 지역을 희화화하거나 하더만. 젖꼭지 에피소드만 하더라도 그 당사자가 없었길래 망정이지 있었다면 얼마나 민망했을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거리가 된 사람도 같이 웃는 경우도 있다. 단, 여기서 유념해야 하는 것은 같이 웃어주는 거지 원래부터 같이 웃도록 되어 있는 건 아니라는 거다. 어디까지나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지 웃음거리로 삼은 쪽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거다.

 

즉 개그란 웃음거리가 된 대상의 관용에 기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웃길 건데 참아줄래? 이렇게 웃기려 하는데 좀 봐줄래? 그래서 용납되면 개그가 되는 거고 그 허용법위를 넘어서면 독설이 되는 거고.

 

개그와 힐난은 그래서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차이를 마치 절대적인 양 여기는 자체가 우습다는 것. 착한개그 운운하는 것도 우습고.

 

그런 점에서 복불복쇼는 그런 것 없다. 착한 척 있는 척 가식을 떨지 않는다. 철저하게 출연자를 괴롭히고, 망신주고,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만든다.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먹게 만들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 내몰고, 그러면서 멘트라는 것도 동정이나 인정과는 거리가 먼 독하고 잔인한 것들,

 

예를 들어 배우 정민(거기서는 맹정민으로 통한다.)이 미라에게 하던 행동과 같은 것들이다. 대놓고 싫다고 하고, 대놓고 망신주려 하고, 그리고 남자답지 못하게 자기만 편하려 하고, 아니 여자라고 봐주는 남자란 자체가 드물긴 하다. 오로지 이기적으로 자기만 살려고... 그런데 그런 게 재미있더라는 거지.

 

물론 케이블용이다. 한국과 같은 엄숙주의적인 사회에서 과연 이런 방송이 공중파로 나올 수 있을까? 그러나 최소한 최근 방송중인 예능 가운데서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남자의 자격, 라디오스타, 그리고 복불복이다. 내가 반드시 챙겨보는 프로그램들.

 

아무튼 이경규라고 하는 진행자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능글맞고 짓궂고, 장난꾸러기 악동같은 이미지에... 그러나 특히 여성출연자들이 이경규를 잘 따르는 것을 보아 그의 인품이 어떠한가도 알 수 있다. 참 매력적인.... 벌써 수십년 째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님을 알게 한다. 최고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

 

단, 비위가 약한 사람은 좀 힘들 수 있겠다. 뱀이며 도마뱀이며 개구리 같은 것들이 일상으로 나오고, 심지어 개구리 주스나 소 고환같은 것들도 먹고 한다. 산 굼벵이를 씹어먹는 장면도 있었으니. 그런 것 감안하고.

 

그래도 일단 재미있다. 재미있으면 짱. 케이블이라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케이블을 안 보는 터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