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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소주에 대한 몇 가지

조니워커 블랙라벨과 산토리 가쿠빈을 먹은 다음날 집에서 만든 시어진 막걸리를 증류한 소주를 먹은 적이 있었다. 솔직히게 그냥 막 증류해서 먹은 소주가 더 맛있더라. 쌀의 단맛이 진한 게 그냥 물만 더 넣어 희석하면 숭늉이겠다 싶었다. 아, 이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굳이 소주를 오래 숙성해서 먹을 생각을 안했었구나. 보리로 만든 소주를 4개월간 항아리에 숙성했다가 고구마소주를 대신 넣으면서 꺼내서 맛을 봤다. 아, 맛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 맛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쌀로 만든 소주에 비해서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많다. 고구마소주 역시 고구마 향과는 별개로 쌀과 누룩이 들어갔을 때 맛과 향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고구마소주 숙성하지 말고 그냥 바로 다 먹어버릴까 잠시 생각했을 정도로..

나의 이야기 2025.03.01

한국인들이 가난해서 나물을 즐겼다? 문득 다른 생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유럽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식사라 하면 딱딱한 빵과 삶은 감자, 그리고 물이 고작일 것이다. 조금 먹고 살 만하면 스프 정도를 곁들일 수 있을 테지만 그 이상의 다른 무언가가 추가되는 경우란 아무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똑같이 쌀로 밥을 지어 먹는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 비타민B1이 발견된 이유부터가 어설프게 쌀밥을 형편이 되는 이들이 다른 반찬 없이 쌀밥만 먹어대서 그런 것이었다. 그보다 더 가난한 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껏해야 된장국과 야채절임, 거기에 형편이 조금 괜찮으면 해산물 정도가 식탁에 올랐었다. 그러면 조선은 어떠했었는가? 너무 가난해서 먹을 쌀도 없어서 풀죽이라도 쑤어 먹겠다고 산이며 들에서 캐낸 먹을 ..

문화사회 2025.02.28

흑인 사무라이는 안되는 이유? 반PC주의의 맹목성에 대해

그동안 백인이 사무라이 행세하는 영화나 만화들이 꽤 많이 있었다. 대부분은 막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지만 전국시대 이전에도 백인이 일본으로 넘어와서 활약했다는 내용이 꽤 적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어떤 만화에서는 텐구가 사실은 표류해 온 백인이었다는 식의 해석도 내놓았었는데, 그게 다 일본인 작가들이 그린 내용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오래전 라이트로벨 가운데는 현대의 일본인 소년이 중세의 프랑스로 넘어가서 잔다르크가 되는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 그거 우리나라에서 번역해서 출판하기까지 했었다. 용랑전은 일본인 소년들이 중국 삼국시대로 건너가서 활약한다는 내용이었고, 오래전 미우라 켄타로의 초기작 가운데는 그렇게 일본인 소년소녀가 중세 몽골로 타임슬립했다가 칭기즈칸이 된 미나모토 요시츠네와 만나는 내용도 있었다..

문화사회 2025.02.24